독서모임에서 박완서 작가의 책을 골라 읽어오기로 했다. 국내 작가 중 가장 애정하는 분이 박완서 작가다 보니 얼마나 설렘이 둥실했나 모른다. 그래서 안 읽어본 작품 중에 집어 든 게 바로 이었다. 그리고 독서 내내 얼마나 힘겨웠는지 모른다. 잊고 있던 70년대 말 가부장제의 망령 때문이었다.책의 내용은 대학교수인 남편 인철과 자녀 셋을 둔 청희의 이야기다. 청희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살뜰히 모시고 미장원과 미용학원 운영도 실력 있게 해낸다. 문제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신보다 우월하게 느껴지는 청희를
얼마 전 행사가 있어 인사동으로 향했다. 평소라면 전철을 탔을 텐데 그날 비가 굵직하게 내리는 바람에 남편과 차로 이동 중이었다. 경희궁 인근을 지나 경복궁 앞으로 향할 무렵 차가 심하게 막혔다. 비가 오고 주말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20분 넘게 고작 100m를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뭔가 잘못됐다고 직감했다. 저 멀리 흔들리는 물체를 발견했는데 그게 어떤 단체의 깃발이라는 사실과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음을 그제서야 확신했다. 생각해보면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주말 경복궁역과 안국역 일대에서는 늘상 집회가 벌어졌다
페미니즘을 너무나 잘 이해해주는 남자라는 괴물/이소연 빨래 잘하고 청소 잘하고 요리 잘하는 남자가 있다그런 남자와 연애를 하고 급기야 결혼까지도 했다면그 남자는 아이마저 자기가 낳았다고 우기면서거실 창으로 쏟아지는 햇볕 속으로 블라우스를 다려줄 것이다나는 열 시까지 침대 위에 뒤집어져 있겠지잠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잘 알면서남편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를 것이고그다지 특별난 것도 없는 여자를 위해무섭게 아침을 차리고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남편에게서발각되는 페미니즘이란 의례나는 가끔 시어머니의 방식으로 신을 부른다주여……떨어뜨리기 좋은
우먼타임스 = 유진상 대기자‘밤안개', '떠날 때는 말없이’ 등의 히트곡으로 인기를 누렸던 가수 현미(본명 김명선) 씨가 4일 별세했다. 향년 85세.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이촌동 자택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팬클럽 회장인 김모씨가 발견해 신고했다. 현미는 오전 10시 10분쯤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병원 도착 전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1938년 평안남도 강동군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평양에서 보냈다. 이후 6.25 한국전쟁 당시 1.4 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왔다.현미는 스무살 때인 1957년 미8
우먼타임스 = 이한 기자기자 집은 제사나 차례 문화가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이고 고모나 이모 등 양가 친척 모두 그런 문화와 무관하다. 성인이 될 때까지 제사상을 본 적이 없고 차례라는 게 구체적으로 뭔지도 몰랐다. 어려서부터 명절은 그냥 ‘학교 안 가는 날’이었고 친척들과의 만남은 굳이 설이나 추석 대신 사람 붐비는 기간을 피해 만나거나 방학 때 놀러 가는 걸로 대신했다.명절에 얽힌 이런저런 일들을 알게 된 건 어른이 되고 나서다. 기자가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 얘기다. 타 매체 (여성) 기자가 추석 지나고 며칠 후 ‘명절이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안녕?’하고 인사한다. 헤어질 때도 ‘안녕’하며 손을 흔든다. 사전을 찾아보면 ‘안녕(安寧)’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이라고 되어있다. 편하고 안락한 상태인 '안녕'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사이자, '안녕하라'는 말에는 상대의 안녕을 바라는 소망이 담겨있다. 뮤지션 ‘잔나비’의 라는 곡을 참 좋아한다. 곡의 선율이 아름답고 보컬의 음색도 그윽하지만, 가사가 가장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
우먼타임스=박수연 기자주부인 A씨는 남편의 사업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음료수에 맹독성 농약을 넣어 남편을 살해한 후 4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이후 보험금을 모두 탕진하자 재혼 후 남편을 피보험자로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전 남편과 같은 수법으로 살해 후 5억3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A씨는 이후에도 동일한 수법으로 시어머니를 살해하고 딸을 중태에 빠트렸다.일용직에 종사하던 B씨는 아내가 다슬기 채집 중 물에 빠져 익사했다며 6억원의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수사 결과 아내의 머리‧어깨를 수 분간 눌러 사망케 한 것으
우먼타임스 = 최인영 기자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정부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이번 참사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추모와 피해자들을 위한 치료 보장 등 제도적 보안 마련도 요청했다.◇ 정부 사과와 합당한 기업 분담금 조정 원해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단체 ‘빅팀스(victims)’는 SK 본사 앞에서 27일째 농성 중이다. 천막 안에는 피해자 조순미 한국가습기살균제참사협의회 대표가 산소 호흡기를 연결한 채 간이침대에 누워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이곳에서 조 대표는 “가습기
3월 8일은 여성들이 정치 사회 경제적 영역의 성차별에 대항해 투쟁해온 역사를 기리는 ‘세계 여성의 날’이다. 미국과 유럽, 한국 등의 현대사에서 많은 여성들은 참정권, 근로환경 개선, 동등한 임금, 지위 향상, 성범죄 엄벌 등을 주장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여성 노동자 1만5,000여 명이 “우리에게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를 달라‘고 외치며 대대적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해 1977년 유엔이 정한 날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여성해방사에는 그 물꼬
3월 8일은 여성들이 정치 사회 경제적 영역의 성차별에 대항해 투쟁해온 역사를 기리는 '세계 여성의 날'이다. 미국과 유럽, 한국 등의 현대사에서 많은 여성들은 참정권, 근로환경 개선, 동등한 임금, 지위 향상, 성범죄 엄벌 등을 주장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여성 노동자 1만5,000여 명이 "우리에게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를 달라"고 외치며 대대적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해 1977년 유엔이 정한 날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여성해방사에는 그 물꼬
“여보세요, 119죠! 그러니까 여기가 어디냐면요.”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작년 12월이었다. 그날 나는 딸 소림이와 함께 합정역에서 ‘전 시어머니’인 은옥 엄마(은옥이라는 이름의 그녀를 나는 ‘엄마’라고 부른다)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전 시부모님과 우리 모녀는 한 달에 두세 번 시간을 보내왔으니까. 해서, 영화 에서의 료타와 케이타 부자처럼 두 분과 나는 피가 섞이지 않았음에도 부모 자식 사이가 되어버렸다. 누군가는 신기해하고 당사자들에겐 자연스러운 관계,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다.이곳
우먼타임스 = 김성은 기자“당신 애가 쉽게 나오는 줄 알아? 내 몸을 찢고 나오는 거야, 온몸의 뼈를 마디마디 한 번 부쉈다가 다시 맞추는 느낌이라고. 그 몸으로 새벽 수유하는 게 어떤 건지 알아? 그렇게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고...어차피 나만 외롭고 나만 무섭고 당신은 그냥 구경꾼이잖아. 당신은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 손발이 퉁퉁 붓고 허리는 끊어지고 배가 나와서 고개를 못 숙여. 몸이 안 굽혀져. 그래서 신발 끈 하나를 내가 혼자 내 손으로 못 묶어, 그게 어떤 기분인 줄 알아?”작년 tvN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갯마을
얼마 전 지인이 SNS를 통해 자신을 ‘요즘 것’이라 칭한 짧은 글을 봤다. 자신은 명절에 얼굴만 쏙 비추고 시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편히 먹고 나오는 요즘 것, 요즘 며느리란다. 그래서 시어머니의 명절 해방을 위해 소갈비찜을 연습 중이란 이야기였다.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착한 며느리, 가족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착한 여성 등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요즘 ‘사람’도 아니고 굳이 요즘 ‘것’이라며 자신을 낮춰야 하는지, 남성은 명절에 음식 안 하는 자신을 요즘 것이라 낮춰 말할 리가 없는데 왜 이 여성은 자발적으로 자신을
죽어도 다시는 병원에 취직하는 일은 없을 거야. 종합병원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다 결혼과 동시에 생긴 허니문 베이비를 핑계로 병원을 그만두던 날 다짐을 했다.허리통이 좁아 불편했던 하얀 원피스 유니폼은 이제 안녕! 퉁퉁 부은 발을 옥죄던 흰색 널싱 샌들도 안녕! 머리카락을 뜯어대던 딱딱한 흰색 캡도 안녕! 응급실에만 오면 반말을 찍찍해대던 외과 인턴 너도 안녕, 새벽 한 시 술 냄새와 피 냄새를 풍기며 응급실을 휘젓던 취객들도 안녕, 열이 이렇게 펄펄 끓는데 왜 우리 애 먼저 안 봐주냐며 앙앙 울어대는 애기 옆에서 애보다 더 크게 악
우먼타임스=천지인 기자 나이 일흔 넷의 배우 윤여정이 결국 일을 냈다. 102년 한국영화사를 다시 썼다. 다음달 25일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영화계가 예측한 대로 한국 배우 사상 처음으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윤여정은 아메리칸 드림을 다룬 재미교포 2세 정이삭(리 아이작 정·43)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MINARI)’에서 한국에서 온 할머니 역을 연기했다.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15일 발표한 부문별 후보 명단에서 ‘미나리’는 이밖에도 작품상·남우주연상(스티븐
내가 이룬 가정에서는 성 평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도 부모세대와 그 형제들, 또 이어지는 자손들까지 모두 평등하게 지내긴 매우 어렵다. 우리 모두 평등한 사람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인지해도 가슴 깊이 성 평등을 당연시하는 건 난이도가 높은 문제라서 그렇다. 이 같은 실상을 보여주는 곳이 명절 무렵의 여성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몇 주 전, 설 연휴가 지나갔다. 연휴 중에, 그리고 연휴가 끝난 뒤에 여성들이 즐겨 이용하는 맘카페, 인테리어 카페 등에 접속해보면 누가 집안일을 얼마나 하고, 어떤 부당한 대우를 주었으니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통계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여성의 가사 시간이었다.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취업 여성의 가사 시간(가정관리, 돌보기)은 2시간 24분이었다. 취업 여성은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취업한 여성으로 구분한다. 그렇다면 여성이 결혼 후 배우자와 가사를 분담한다면 가사 시간이 줄어들까? 이어서 확인한 통계는 잠시나마 불을 지폈던 기대감에 찬물을 들이부었다. 맞벌이 가구의 여성 가사 시간은 3시간 7분으로 취업 여성의 평균이었던 2시간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우리나라 여성 중 신지수 작가의 를 모르는 이가 몇이나 될까? 속 주인공 민사린은 우리네와 비슷한 과정을 밟아 결혼하고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결혼 전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지위가 늘어남에 따라 내적 갈등과 부당한 현실을 감내한다. 바로 ‘며느리’라는 지위다. 이 작품은 웹드라마로 제작돼 카카오TV에서도 방영됐다. 원작을 몹시 재미있게 봤지만, 나는 차마 드라마를 볼 자신이 없었다. 짧고 절제된 웹툰을 볼 때도 속이 터질 것 같았는데, 그 답답한 광경이 눈앞에서 생동감 있
[우먼타임스 김성은 기자] “애미야 상 차려라”, “애미야 전 부쳐라”, “애미야 과일 내가라”명절 때면 며느리들이 시어머니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며느리들은 “애미야 ~해라”라는 말 대신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는 명절 분위기가 되기를 바란다.설을 앞두고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성평등 명절사전-2020 설특집편’을 발표했다. 재단은 친가, 외가라는 단어부터가 친할 친(親), 바깥 외(外) 자를 써 구분짓는 느낌이 들 수 있으니까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라고 풀어쓰자고 권했다. 친할머니, 외할머니라고 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