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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선진국 맞나?... 성별 임금격차 'OECD 1위'

‘세계 여성의 날’ 톺아보는 여성 이슈
‘여가부 폐지안’으로 여성인권 후퇴 비판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인권위원장 “유엔 권고한 비동의간음죄 도입해야”

  • 기사입력 2023.03.08 17:49
  • 최종수정 2023.03.08 18:01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인권·시민단체에서는 여성 차별과 혐오를 없애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구조적 성차별’과 여성 노동자가 겪고 있는 고용불안 현실을 짚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비동의간음죄’ 도입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무엇보다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함에도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여성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키워드로 짚어봤다.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3 여성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여성차별의 상징인 유리천장을 깨고 나가자는 의미로 투명한 천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3 여성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여성차별의 상징인 유리천장을 깨고 나가자는 의미로 투명한 천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시민단체들은 여성노동자들이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고용불안’ 문제를 지적하며 여성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성평등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와 여성은 어느 때보다 힘들게 생존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00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독박돌봄, 저임금, 성차별적 고용 관행에 맞서 윤석열 정부의 퇴보를 막아내는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노조원들의 손에는 ‘돌봄 위기는 성평등의 후퇴’, ‘장시간 노동 여성저임금 고착’ 등의 피켓이 들려 있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성노동자들은 노동 강도, 처우와 대우의 문제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감내해왔다. 단시간 노동과 저임금의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여성 문제를 챙기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에서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정부는 여성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올바른 성평등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7일 여성의 날 행사에서 “차별을 없애려면 우선 국가의 성평등 추진 체계를 강화해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게 기초가 돼야 한다. 이미 사회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인식을 벗어나 차별을 인정하는 데서 사회 문화적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지역 여성단체가 연합한 대전공동행동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는 헌법적 가치인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하고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안전한 일터를 보장해야 한다. 차별 없는 복지를 실현하고 다양성과 성별 균형을 보장하는 정치개혁을 이루고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모든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계도 목소리를 보탰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4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제38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해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구직의 어려움과 직장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 사유에도 여성이 포함될 정도로 여성은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여성 평등과 해방을 위해 실천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공동행동은 8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에 대한 연대 발언을 이어나갔다. (연합뉴스)
대전공동행동은 8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에 대한 연대 발언을 이어나갔다. (연합뉴스)

◇ 인권위원장 “유엔 권고한 비동의간음죄 도입해야”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올해의 성평등 걸림돌로 꼽은 인물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었다.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 개편을 ‘권한 강화’라고 사실을 왜곡하고 ‘비동의간음죄’ 등에 대해서 부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것이 이유다. 여가부는 비동의간음죄 도입 검토를 발표했다가 법무부 반대로 9시간만에 입장을 바꿔 논란이 됐다. 

비동의간음죄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도 도입을 촉구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비동의 간음죄 도입 등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에 권고한 여성 인권 증진과 성평등한 사회 만들기를 요청했다. 

송 위원장은 8일 성명을 내고 “한국이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 오래임에도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 격차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OECD 국가 중 1위다. 여성 대표성은 OECD 국가에서 하위권이며 형법상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은 여전히 폭행 또는 협박 등 가해자의 유형력 행사 여부에 달려있다. 지난 20여년 간 여성의 노동시장 내 차별 개선 등 국회와 정부에 각종 법제도 개선 권고하고 있지만 현실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월 26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실시한 제4차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에서 우리나라에 ‘여성폭력·성폭력 예방, 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을 권고하면서 ‘여성인권 증진을 위한 인권위의 권한 및 역할 강화’를 제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형법의 강간죄를 폭행·협박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하지 말고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점에 두도록 시정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여성 고용차별 해소를 위한 ‘임금공시제도’ 도입과 여성 대표성 증진 등을 위한 다양한 권고사항도 주문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지난해 5월 정치 영역에서의 성비 불균형 개선을 위한정당법, 공직선거법 및 당헌·당규 등 개정을 권고했으나 개선된 바는 없다. 

송 위원장은 “최근 여성가족부가 형법상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과 관련한 개정 계획을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 넣어 발표했으나 법무부의 신중 검토 의견에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 기본계획에서 채용부터 근로, 퇴직 단계까지의 성비를 공시하는 성별근로공시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성별 임금 정보도 공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가부 폐지안’으로 여성인권 후퇴

정부정책에서 여성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과 성평등 전담기구인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최근 임시국회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여가부 폐지안은 빠졌지만 여전히 여가부 폐지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현실에 존재하는 구조적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8일 성명을 내고 “작년 말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여성폭력 통계에 따르면 평생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 비율은 38.6%에 이른다. 성차별적 채용과 가사노동, 육아 등 돌봄노동이 여성에게 전담되고 있는 상황도 여전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고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만 바라보며 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개악하겠다고 한다. 여가부는 유지되고 있으나 전국에서 여성인권이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가부 폐지론과 함께 각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여성 관련 부서를 통폐합하거나 ‘여성’을 삭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구시는 대구여성가족재단과 청소년재단, 평생학습진흥원, 사회서비스원을 통폐합해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으로, 울산시는 여성가족개발원과 사회서비스원을 합쳐 복지가족진흥서비스원으로 개편하면서 ‘여성’을 뺐다. 3차 양성평등정책에서 ‘여성폭력’, ‘젠더폭력’이 빠지고 그냥 폭력 피해자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단순 정부조직 개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산 삭감으로 실질적으로 정책이 후퇴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제로 정부 위탁기관에서 근무하는 활동가는 “현재 일하는 곳에서 예산이 삭감돼 사업의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국가권력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여성도, 인권도, 성소수자도, 성평등전담기구도 삭제시킬 수 없다.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 여가부를 폐지하려는 시도가 무산됐듯 성평등 후퇴 정책에 맞서 우리의 싸움도 거세질 것이다. 거대한 퇴행의 파도도 우리를 삼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역시 “한국에서는 지난 14년간 2609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왔다. 여성살해를 비롯한 여성폭력은 성평등 실현을 통해 근절된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들먹이지 마라.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관련 모든 제도를 피해자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강력한 성평등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집행하는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안을 비판하고 성평등 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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