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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했으면 회사 그만 둬” 저출생 부추기는 나쁜 습관

합계출산율 0.78명...10년 연속 OECD 꼴찌 기록
여성 45% 이상 “출산휴가·육아휴직 자유롭게 못써”
“출산·육아휴직 사용 시 불리한 처우 특별감독해야”

  • 기사입력 2023.02.23 11:11
  • 최종수정 2023.02.23 18:49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정부가 지난 15년 동안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약 280조 원을 투입했지만 우리나라는 10년 연속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 꼴찌다. 이를 두고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출생 기조가 계속되는 원인 중 하나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실제로 최근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 사회가 거의 ‘적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법으로는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해고나 인사발령 등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귀책사유를 만들어 해고나 인사발령 등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픽사베이)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귀책사유를 만들어 해고나 인사발령 등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픽사베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 3명 중 1명은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답했다. 여성은 2명 중 1명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비정규직, 5인 미만, 월 150만 원 미만 직장인은 절반 이상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육아휴직 사용은 더욱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43.1%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고, 여성과 비정규직은 각각 50.2%, 56.0%로 절반 이상이 육아휴직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5인 미만과 월 150만 원 미만 노동자는 10명 중 6명이 이상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임신 7주차에 접어든 직장인 A씨는 “상사에게 임신 사실을 밝히고 단축근무를 요청했다. 그런데 상사가 기분이 나쁘다고 했고 대표는 마치 내 편의를 봐주는 것처럼 몸이 힘들면 그만두고 출산하고 오라고 했다. 벌써 후임으로 뽑을 직원 리스트도 받고 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관두라고 하면 관둬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직장인 B씨는 “출산휴가·육아휴직 신청서를 제출하고 그 다음 주에 아기가 아파서 결근했다. 최근 3개월 동안 가정보육이나 교통사고로 결근한 적이 종종 있었다. 관련 경고 조치는 없었는데 구두상 해고통지를 받았다. 계속 출근하겠다고 하자 타 지역으로 인사 발령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승인에 대한 답을 듣진 못했는데 출산휴가 시작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할 것 같다.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 귀책사유 만들어 출산·육아휴직 사용 근로자 해고

근로기준법 제74조에는 출산(유·사산)전후휴가 및 임신·출산기의 보호 규정이 명시돼 있다. 출산전후휴가는 노동자의 신청이 필요한 육아휴직과 달리, 출산한 노동자에게 반드시 줘야 하는 강행규정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 2항에서는 출산전후휴가 중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출산전후휴가 요청과 사용이 쉽지 않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는 육아휴직과 관련한 규정이다. 육아휴직 미부여,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해고, 육아휴직 종료 이후 복귀 거부 등은 모두 범죄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직장갑질119 측은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감독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가 사라지고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소멸국가가 되지 않으려면 직장인들이 자유롭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출산·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장은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특별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혜인 노무사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불이익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출산·육아휴직 때문에 해고 등 불이익을 주면서는 마치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처럼 다른 사유를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법 위반으로 노동청에 신고하더라도 부당해고인지 노동위원회 판단을 받아오라고 하며 조사를 유보한다. 부당해고로 인정되더라도 판정문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때문에 해고된 것이라는 문구가 없다면 증거가 없다며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노동위원회 절차와 별개로 노동청은 판단을 미루지 말고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해 조사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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