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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이대로 둘 수 없다] ②안전성 논란 5년째...달라진 건 성분표시뿐

같은 조사 결과 두고도 해석 달라
전성분 표시제 도입했지만 객관적 독성평가는 부재

  • 기사입력 2022.10.27 17:53
  • 최종수정 2022.10.28 18:13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영원히 뒤집어질 수 없는 생리의 네 가지 진실. (1)남자는 생리를 하지 않는다. (2)생리를 선택한 여성은 없다. (3)생리는 굶을 수 없다. (4)월경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생리와 생리대는 여전히 '음지' 속에 있다. 정부는 여성의 기본적 건강권리인 '월경권'에 대해 소극적이다.

환경부와 식약처가 21일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여성계와 국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시행한 민관합동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1년 반 가량 미뤄온 것인데, 국정감사에서 마지못해 공개했다. 민관합동 조사는 2017년 '생리대 파동'을 계기로 시민청원에 의해 시작됐다. 그해 일회용 생리대를 쓰고나면 몸에 이상이 생긴다는 여성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일부 생리대에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대학의 연구가 나왔다.

조사 착수 4년 10개월 만에 공개된 보고서의 핵심은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리통, 두통, 외음부 가려움증, 뾰루지, 짓무름, 생리혈색 변화 등 생리 관련 증상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에 여성들의 불안은 더 커졌다. 여성들은 생리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 생리대 속 화학물질에 대한 구체적 기준, 엄격한 생리용품 제조 및 관리 기준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대참사가 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오버랩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우먼타임스는 <생리대 이대로 괜찮은가> 기획시리즈를 통해 생리대 문제의 모든 것을 파헤치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한다. [편집자주]

생리대 유해성 문제가 제기되고 안전성 대책을 촉구한 지 5년이 지나고 있다. 2017년 9월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 (연합뉴스)
생리대 유해성 문제가 제기되고 안전성 대책을 촉구한 지 5년이 지나고 있다. 2017년 9월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 (연합뉴스)

생리대 유해성 문제가 본격 제기된 건 2017년 한 시민단체가 유해물질 검출 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이후 특정 일회용 제품 관련 부작용 제보가 잇따르면서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민단체 조사가 과학적이지 않다고 반박하면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그렇게 안전성 논란이 시작된 후 5년이 지났다. 그 사이 여성 건강과 직결되는 생리대의 안전을 위해 민관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을까? 유해성 논란 이후 달라진 건 무엇일까?

◇ 2017년 이후 5년간 이어진 생리대 안전성 논란

2017년 3월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로 김만구 강원대 생활환경연구실 교수팀이 생리대 유해물질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시판 일회용 제품 10종에서 발암물질을 비롯해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같은 해 8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깨끗한나라 ‘릴리안’을 사용하고 부작용을 겪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식약처는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를 꾸리고 생리대 안전성 검증을 위해 릴리안을 포함해 3년간 국내에서 제조하거나 수입된 시판 생리대 56개사 896품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 달 만에 결과를 발표했다. 김만구 교수팀과 여성환경연대의 조사가 과학적이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생리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분 문제는 이후에도 계속 불거졌다. 식약처가 2019년 국내에 유통 중인 생리대, 팬티라이너, 탐폰과 같은 여성 생리용품 126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프탈레이트류와 다이옥신류 검출 조사 결과, 73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류 성분이, 11개 제품에서 다이옥신류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생리대 이슈는 2020년 10월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내에 유통 중인 생리대 666개 제품 중 97.2%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다.

핵심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이 2017년 식약처가 전수 조사한 ‘일회용생리대 건강영향 조사’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제품의 25%에서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 95.9%에서 유럽물질관리청이 지정한 생식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유기농 표시가 된 137개 제품 중 20개에서는 1급 발암성 물질인 벤젠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그 결과를 두고 검출 여부보다 검출량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준치를 넘기지 않았음에도 발암물질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 공포를 조성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조사는 식약처가 2017년 발표한 국내 유통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 실험 자료와 2018년과 2019년 각각 진행된 프탈레이트, 다이옥신 및 퓨란 검출 실험 자료를 참고한 것이다. 같은 자료를 두고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 

2017년 8월 여성환경연대가 개최한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각종 유해 화학물질 조사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디. (연합뉴스)
2017년 8월 여성환경연대가 개최한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각종 유해 화학물질 조사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디. (연합뉴스)

◇ 전성분 표시제 도입했지만 객관적 독성평가는 부재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주무부처는 식약처다. 식약처는 과연 생리대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크게 ‘전성분표시제 도입’과 ‘정례협의체 구성’이 있다. 

식약처는 2018년 10월부터 생리대에 사용된 모든 원료를 용기나 포장에 표시하는 생리대 전성분 표시제를 실시했다. 11월에는 생리대 허가·신고 시 모든 구성 원료의 제조원을 기재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착향제 중 알레르기 유발 26개 성분 표시도 의무화했다. 식약처는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을 여성 건강권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홍보했다. 

정례협의체는 2017년 12월 국내 제조업체 5개 사와 함께 구성한 것이다. 제조공정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자체적으로 접착제나 포장재 변경,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자연휘발 시간 부여, 환기시설 보강 등의 저감화 개선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2018년 12월에는 생리대 VOCs 저감화 요령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서 모든 생리대 업계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례협의체와 함께 원인규명과 공정개선을 지속해서 논의할 예정이라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생리대 사용에 따른 부작용 발생 시 신고 방법과 연락처를 표시해 소비자 알 권리 강화를 위한 정보제공을 확대했다. 

이밖에 식약처는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던 2017년 9월 생리대 안전검증위원회를 통해 부작용 사례 등을 논의하고 환경부, 질병관리본부와 협력해 역학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피해 호소 사례에 대해 범정부 역학조사 실시를 약속한 셈이다. 실제로 그 해 12월에는 민관 공동협의회를 꾸리고 2018년부터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2차 조사를 진행했다. 

환경부와 식약처는 관계부처 협의 후 민관협의회 회의에서 2021년 4월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식약처가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발표를 미뤄왔다. 

해당 조사 결과는 21일 공개됐다. 일회용 생리대가 생리통, 외음부 가려움증과 통증, 생리혈색 변화와 같은 생리 관련 증상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환경부와 식약처는 여기에 그렇다고 해서 생리대를 계속 사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일련의 흐름을 살펴보면 생리대 파동 이후 바뀐 것은 생리대 포장에 전성분이 표시되었다는 것, 협의체가 구성됐다는 것 정도다. 그나마도 생리대에 표시되는 전성분만 봐서는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까지는 소비자가 알 수 없다. 

협의체 구성 이후에는 5년이 다 되어서야 일회용 생리대의 성분이 여성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 겨우 발표되었다. 안전성을 위한 기준 마련은 빠져있고 계속 연구하겠다는 말만 있다. 다음 회차에서 정부의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살펴보며 무엇이 빠져있는지 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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