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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성평등 "낙제점"... 女의원 64% 性괴롭힘 경험

의정활동 방해·언어적 성희롱·성차별적 관행 경험
여성지방의원 대상 성평등한 의회 설문조사 결과

  • 기사입력 2023.02.21 13:59
  • 최종수정 2023.02.21 14:07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지방의회 성평등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을까? 조사 결과 지방의 여성의원 64.29%가 공식·비공식적으로 성적 괴롭힘을 당했고 약 30%에 달하는 의원이 성희롱을 포함한 괴롭힘으로 인해 정치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회 성평등 수준이 낙제점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여성의정의 ‘지방의회 성평등 운영실태 조사 및 제도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광역·기초의원 10명 중 6명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성적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한국여성의정의 ‘지방의회 성평등 운영실태 조사 및 제도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광역·기초의원 10명 중 6명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성적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의회 내에서 성별에 따른 지위도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 (픽사베이)

◇ 여성의원 10명 중 6명 ‘성적 괴롭힘’ 경험

한국여성의정이 17일 공개한 ‘지방의회 성평등 운영실태 조사 및 제도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광역·기초의원 10명 중 6명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성적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맡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018년 당선돼 4년여 임기 동안 지방의회를 경험한 여성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상당수의 여성의원이 성적 괴롭힘을 겪었다. 여성의원 36.90%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회의에서 배제당하는 것과 같은 ‘의정활동 방해’를 경험했고, 32.14%가 성별 고정관념에 기초한 ‘언어적 성희롱’을 경험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자격이 부족하다는 자질·자격 비하는 22.62%, 술을 따르기나 남성 옆자리에 앉기 등 성차별적 관행은 19.05%, 신체적 성추행은15.48%에 달했다. 다른 의원이 성적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는 경우도 34.52%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정은 보고서를 통해 “성별화된 사회에서 여성은 더 많은 성적 괴롭힘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여성의원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의원이 정치활동을 하면서 경험하는 폭력, 특히 성별에 기반한 폭력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으나 이것이 문제로 인식된 것은 오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괴롭힘은 주민과 민원인에 의해서 가장 많이 일어났으며 남성 주민·민원인으로부터 괴롭힘을 겪은 경우가 많았다. 공식 의정활동 공간도 안전하지 못했다. 남성의원, 여성의원, 남성 정당 관계자·당직자가 가해자로 나타났다. 

갑질이나 성희롱 등의 괴롭힘 때문에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여성의원도 30%에 달했다. ‘다소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20.24%, ‘매우 있다’는 7.14%였다. 

괴롭힘이 있을 때 응답자의 44.44%는 ‘가해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응답했지만 22.22%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무대응의 이유는 ‘대응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 ‘대응하는 방법을 몰라서’였다. 

의회 내 괴롭힘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의원윤리강령 강화와 성평등 조항 포함’, ‘의회 내 (성적) 괴롭힘 규정 마련과 가해자 처벌 강화’, ‘임기 시작 전에 성평등 원칙에 대한 선서 의무화’가 꼽혔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으며 사실상 비용이 들지 않는 대안들이다. 

성평등 의회를 위해 정당에 필요한 역할로는 ‘성평등 입법과 정책활동 역량강화 지원’에 이어 ‘공천기준에 성평등과 성폭력 가해자 배제 명시’와 ‘여성공천 확대’의 필요성이 꼽혔다. 

◇ 여성의원 10명 중 8명 “의정활동의 벽은 남성중심 네트워크”

보고서에 따르면 의회 내에서 성별에 따른 지위도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 의회 내에서 ‘의사결정 직위’를 경험한 정도를 살펴본 결과 여성의원의 의장단 경험이 늘어나고 있지만 성별화된 위계 구조가 잔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의회에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4.76%로 가장 많았다. ‘교섭단체 대표·부대표·간사’를 맡아본 사람은 21.43%로 10명 중 2명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의장’ 14.29%, 의장 7.14%로 직위가 올라갈수록 상대적으로 여성의원의 수가 적었다.  

한국여성의정은 보고서를 통해 “이는 권력 내 지위가 성별에 따라 위계화되는 양상이 해소되지 못한 채 잔존하고 있는 단면일 수 있다. 권력 내에서 여성이 권력의 하부, 남성이 권력의 상부를 담당하는 형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다”고 분석했다.

여성의원들은 여성이 높은 직위를 맡는 데 어려움이 있는 이유로 “여성은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직위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남성 의원들이 여성의원을 따돌린다” 등 위계적이고 성별화된 정치구조와 문화를 이유로 꼽았다. 아울러 “여성을 무시하는 관례”, “아직까지도 여성보다 남성이 잘할 거라고 생각”과 같이 여성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의구심과 편견 등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의원이 의정활동에서 부딪치는 벽은 다름 아닌 ‘남성중심의 네트워크’였다. 여성의원 10명 중 8명은 의정활동에서 ‘지역·혈연·학연 등에 기초한 남성 중심의 네트워크’가 가장 어렵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실제로 심층 인터뷰에서도 “공식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전 남성의원들이 비공식 모임을 해서 입장을 사전결정하고 이러한 방식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는 반면 여성은 이 모임에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그러한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정은 보고서에서 “남성 중심의 네트워크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래 전부터 계속된 것이다. 여전히 다른 항목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남성 중심 네트워크의 뿌리가 깊고 장벽이 높다는 것을 확인해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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