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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출산·육아휴직', 정규직의 절반밖에 못쓴다

직장인 1000명 7대 휴가 사용 실태 설문조사
직장인 3명 중 1명 “출산휴가 자유롭게 못 쓴다”
여성 비정규직 55.6% "연차 사용 자유롭지 않아"

  • 기사입력 2023.01.16 14:42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우리나라는 합계 출산율 세계 최하위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저출생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직장인 3명 중 1명은 출산휴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비정규직, 5인미만 직장의 노동자일수록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롭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출산휴가 90일조차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나라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성과 비정규직, 5인미만 직장의 노동자일수록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롭지 못했다. (픽사베이)
여성과 비정규직, 5인미만 직장의 노동자일수록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롭지 못했다. (픽사베이)

◇ 여성·비정규직 “출산휴가 자유롭지 않아”

사단법인 직장갑질119가 최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7대 휴가 사용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35.9%가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성과 비정규직 직장인일수록 남성과 정규직에 비해 출산휴가 챙기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여성(44.7%), 비정규직(54.3%), 5인미만(59.9%), 월150만원미만(65.3%) 노동자가 남성(29.3%), 정규직(23.7%), 300인이상(20.7%), 월500만원이상(16.1%)에 비해 출산휴가를 쓰지 못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육아휴직은 출산휴가보다 더 쓰기 어려웠다. 직장인 10명 중 4명 이상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여성, 비정규직, 5인미만, 월150만원미만 노동자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출산휴가도 육아휴직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지만 고용불안을 느끼는 자리에 있을수록 휴가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법이 보장한 휴가라 하더라도 규모가 작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직장 내 약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 분위기상 눈치가 보이거나 육아휴직을 썼을 때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기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 대체로 비정규직 여성, 소규모 작업장의 노동자들이 주어진 휴가를 못 쓰는 경우가 많다. 쓰더라도 다시 못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걸 각오하고 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육아휴직 사용 후 직장에 복귀했다는 직장인 A씨는 “출산휴가나 육아휴가는 법적으로 보장된 거라서 당연하게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분위기상 어려운 경우가 많다. 회사는 규정에 따라서 쓸 수 있게 하지만 업무공백을 남은 직원들이 나눠야 하는 경우 당사자가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육아휴직 후 인사고과에서 점수가 낮아지는 경험을 한 사례도 있다. 

직장인 B씨는 “회사에서 상·하반기 1년에 2회 평가해서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10년 동안 일했는데 상반기에 C, 하반기에 D를 받았다. 이렇게 되면 성과급 0원은 물론 승진대상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출산과 육아휴직이 아니면 이런 평가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옆 팀 직원도 애 셋을 낳았는데 항상 출산휴가 들어가기 전에 C였다고 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 119측은 “법이 보장한 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저출산 사회’에 미래는 없다. 출산휴가를 못 쓰게 하면 근로기준법 제74조 위반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면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출생률과 세계 최고 자살률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자유로운 휴가 사용을 보장을 강조했다. 

◇ 연차·공휴일 휴가 사용에서도 남녀 차이 있어

단순히 출산·육아휴직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보장하는 유급연차휴가 사용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휴가 사용에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의 경우 55.6%가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밝혀 남성 정규직 16.1%와 2배 차이를 보였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본지에 “최근 직장 내 성차별이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현실적으로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임금차별 1위 국가다. 여성은 직장 내에서 지위가 남성에 비해서 열악하다 보니 똑같은 휴가를 사용할 때도 진급이나 평가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이도 크지만 남녀 간 차이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여성이면서 비정규직이라면 직장에서 휴가 쓰기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결과 비정규직, 5인미만, 저임금노동자도 절반가량이 유급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다고 답해 정규직, 300인이상, 고임금노동자가 80% 이상 자유롭게 사용한다고 한 것과 차이가 났다. 

원칙상 비정규직 기간제라고 하더라도 한 달을 만근하면 연차가 생기지만 그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는 형성돼 있지 않다. 재계약 시 불이익을 걱정해 쓸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우리사회가 고용불안사회임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명 ‘빨간날’로 불리는 공휴일의 경우는 어떨까. 작년 1월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공휴일 유급휴가의 경우 남성(75.1%)과 여성(60.5%) 사이에 15% 차이가 났다. 정규직(84.0%)과 비정규직(46.0%), 사업장 규모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돌꽃노동법률사무소의 장종수 노무사는 “통계로 보듯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임금 격차에만 국한되지 않고 휴가·근로시간 등 일·생활 균형 문제는 물론 해고 등 고용안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걸쳐있다.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진정으로 보호하고자 한다면 법에 따른 처벌이 필요하다. 법치주의가 적용될 곳의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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