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자의 눈] 누구나 쓰는 카카오...독점과 혁신 사이 균형은?

‘먹통’ 사태로 짚어보는 사용자·서비스 ‘쏠림’ 문제

  • 기사입력 2022.11.10 14:28
  • 최종수정 2022.11.10 17:15

우먼타임스 = 이한 기자

경기도 판교 한 사무실에서 출발한 벤처 스타트업 카카오가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됐다. 국내 소비자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쓰면서 생긴 ‘플랫폼의 힘’이다. 덩치가 커지자 일각에서는 ‘독점’이라고 지적하며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다. 지난 10월 화재 당시 카카오가 멈추자 수많은 서비스가 중단됐고 이들의 큰 영향력을 많은 사람이 피부로 느끼면서 관련 지적도 다시 거세졌다.

지난 10월 세번째 주말. 판교에서 일어난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멈추면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픽사베이)
지난 10월 세번째 주말. 판교에서 일어난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멈추면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픽사베이)

◇ 덩치 커지고 힘 세진 지난 10여 년

시간의 추를 잠시 뒤로 돌려보자. 2011년 4월의 일이다. 당시 기자는 판교 디지털밸리 한 건물에서 34살 스타트업 대표와 만났다. 이름은 이제범, 당시 그는 기자에게 “이곳은 규모가 작은 대신 유연한 조직이어서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중요해 직원들이 직급 대신 영문 이름을 부른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를 대표님이나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JB’라고 불렀다. 요즘은 그런 회사가 종종 있지만 당시로서는 신선했다.

몇 년 후 그 회사를 다시 방문했다. 규모가 커져 건물을 세웠고 직원도 많아졌다. 명함에는 ‘주식회사’라는 수식어가 선명했다. 그날 기자는 페이먼트 사업셀 류영준 부장을 만나 핀테크(금융+IT) 산업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닉네임을 부르는 문화가 여전해서 직원들은 그를 부장님이 아니라 ‘알렉스’라고 불렀다.

JB 이제범은 카카오톡 개발자로 카카오 전신 아이위랩 창업 멤버다. 카카오를 떠난 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VR 관련 스타트업 ‘어메이즈 VR’을 세웠다. 알렉스 류영준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최근 카카오페이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됐다.

초기 멤버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카카오 역시 덩치가 커지고 영향력도 강해졌다. 지난 2010년 기준 3400만 원 남짓이던 카카오 연매출은 올해 수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거의 모든 국민이 카카오톡을 쓰고 수많은 소비자가 관련 서비스를 이용한다.

카카오 몸집이 굉장히 커지면서 따라온 문제가 있다. 카카오가 멈추면 대한민국도 멈추는 수준이 되어 버렸다. 앞서 카카오 서버 약 3만 2000대 등이 있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IT 서비스가 일부 멈췄는데 그 여파가 굉장히 컸다. 내비게이션과 콜택시, 맵과 버스, 지하철 등 카카오 관련 앱이 대부분 멈췄다. 공공 분야도 영향을 받았다. 이 사태로 서울시 지방세와 수도 요금 등 고지·납부,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교통정보 시스템에도 장애가 발생했다.

◇ 광범위한 사업 확장...일각에서는 ‘독점’ 관련 지적도

왜 이렇게 광범위한 피해가 생겼을까? 카카오의 범위가 넓어서다. 이들은 혁신의 아이콘이었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블루칩이었으며 그만큼 영역 확장도 빨랐다.

3년 전, 카카오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우리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는) 업계라는 한정된 그릇에 담겨 비슷한 프로젝트만 진행하는 게 답답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맞다. 카카오는 할 수 있는 게 많다. 이들의 거대한 플랫폼에 산업 전반이 주목한 결과다. 기업들은 앞다퉈 카카오톡에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연결했고 카카오 플랫폼과 기술을 적용했다. 건설과 금융 제조업 등 다양한 영역이 카카오와 손 잡았다. 바로 오늘(10일) 오전에도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자율주행 레벨 4 기술 고도화를 위한 실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력을 늘린다고 밝혔다.

기업만의 사례가 아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카카오T 택시와 협업해 범죄 해결에 나서자 행정안전부가 정부혁신 우수사례로 선정했고 상을 준 사례도 있다. 국토부는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이동 경로 안내맵 서비스를 위해 카카오와 손 잡았다.

전방위적인 사업확장이 이어지면서 한편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왔다. 특정 기업이나 정부 기관과의 협업을 지적하는 시선은 아니다. 사업 범위가 넓어지면서 그 과정에서 생기는 마찰 등에 대한 비판이었다.

10월 24일 열린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이런 지적이 제기됐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카오가 독점적 서비스를 바탕으로 골목상권으로 갔다”면서 “문어발식이라는 표현도 아깝고 거미줄이라고 생각한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김범수 센터장은 당시 국감에서 “문어발 확장, 필요치 않은 투자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카카오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뀔 중요한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의 사업확장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독점'이라고 비판한다. 카카오도 "불필요한 투자 등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사진은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연합뉴스)
카카오의 사업확장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독점'이라고 비판한다. 카카오도 "불필요한 투자 등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사진은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연합뉴스)

◇ ‘먹통’ 사태로 돌아보는 ‘초연결사회’의 문제

2022년 대한민국은 ‘초연결사회’다. ‘인터넷, 통신기술 등의 발달에 따라 네트워크로 사람, 데이터, 사물 등 모든 것을 연결한 사회(시사상식사전)’라는 의미다. 여기서 카카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많은 소비자가 카카오톡을 쓰고 관련 서비스를 비교적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어서다. 이 지점에서 카카오는 우리 사회에 적잖은 공헌을 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짚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연결이 많다는 건 반대로 그 연결이 끊기면 불편도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카카오가 없으면 메신저를 주고받는 일만 어려운 게 아니라 대중교통과 소비생활 전반이 흔들린다. 판교에서 불이 나자 내비게이션과 콜택시 이용이 어려워졌고 대중교통 앱도 멈췄다. SNS에는 “공유자전거를 빌렸는데 반납 처리가 되지 않아 요금이 계속 올라간다”는 경험담도 올라왔다. 공급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택시기사와 대리기사가 불편을 겪었고 카카오채널을 통해 광고를 집행하는 사업자도 손해를 봤다.

기자는 짝수년도에 태어난 40대 국민으로 올해 위암 검진 대상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기자에게 관련 안내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낸다. 지난해 수술한 다리와 올해 치료한 눈 관련 진료 정보도 병원에서 카카오톡으로 보낸다. 만일 ‘먹통’ 사태가 일어났던 날 필요한 정보가 있었으면 기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독점’ 문제를 지적하는 시선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17일 카카오 관련 질문을 받고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카카오 시장 점유율이 상당한데 구조와 관련해 정부가 개선을 고민할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그러면서 “그런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공정위는 “카카오 사태가 시장 내 경쟁압력이 없는 독점 플랫폼이 혁신 노력과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것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독과점력을 남용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사람도 서비스도...한 곳에 몰리면 위험

카카오 서비스를 강제로 다른 기업에 맡길 수는 없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린 건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다. 다만 ‘한 군데 몰리면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비는 이뤄져야 한다.

카카오 내부에도 '쏠림' 문제가 있다는 지적 역시 제기된다. '건물 한 곳에서의 화재로 특정 기업 서비스 대부분이 멈추는 건 중요한 시설이나 자료가 충분히 백업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서비스 주요 데이터와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중화 조치는 돼 있었으나 개발자들의 주요 작업 및 운영 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이번과 같이 데이터센터 한 곳이 완전히 멈춰도 원활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중요한 자료를 ‘백업’하듯 카카오 서버도 분산되었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카카오 서버가 하나는 아니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화재 당시 “4개의 데이터센터로 분산해 사용하고 있다. 다만 화재가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를 메인으로 사용했다. 서버 3만2000여 대 전원이 다운됐고, 물리적 훼손도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화재 사고를 계기로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버 등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으면 화재나 지진 등 재난상황에서 위기관리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도 ‘진작에 취했어야 할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비자는 좋은 상품을 쓴다. 싼 물건도 좋아한다. 싸고 좋으면 인기가 많다. 무료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편리함과 혁신에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몰렸고 그 머릿수를 바탕으로 카카오는 큰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됐다. 사람과 서비스가 한곳에 몰리니 문제가 생기면 피해도 그만큼 커진다.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