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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③“구속됐더라면”…드러난 스토킹처벌법 허점

법원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다”…가해자 영장 기각했었다
스토킹 범죄, 검찰 송치된 4554명 중 구속 상태 5.6%
법무부, 반의사 불벌죄 조항 폐지 추진, “사회적 공분 커지니…개탄스럽다”
경찰, 피의자 전주환 신상 공개

  • 기사입력 2022.09.19 17:58
  • 최종수정 2022.09.19 22:18

우먼타임스=박수연 기자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역무원으로 일하던 남성 전주환씨(31)가 입사 동기 여성 역무원을 스토킹 하다가 피해 여성이 신고해 직위 해제되자 지하철 여자 화장실에서 보복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부경찰서가 조사한 결과 전씨는 범행 직전 숨진 피해자의 옛 거주지를 찾아가는 등 피해자의 근무지를 조회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외에도 전씨는 과거 음란물 유포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으며 숨진 피해자를 수차례 협박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이러한 사실을 포함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 전주환. (연합뉴스TV)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 전주환. (연합뉴스TV)

 

 사건 현장인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 (연합뉴스)
 사건 현장인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 (연합뉴스)

◇ 스토킹 범죄 느는데 검찰 송치된 범죄자 5.6%

스토킹 범죄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구속된 상태로 검찰에 송치되는 범죄자는 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검찰의 반려와 법원의 기각 등에 따라 불구속상태로 풀려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풀려난 범죄자들의 보복범죄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515건이었던 스토킹 관련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4509건으로 3.2배 늘었다. 올해 7월까지 집계된 신고 건수만 1만6517건으로 이미 지난해 접수된 신고 건수를 넘어섰다.

늘어나는 스토킹 범죄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대응은 너무 안일하다는 목소리가 이번 사건 이후 터져나왔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전씨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으며 숨진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 21회에 걸쳐 협박성 연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족은  “가해자가 구속됐더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겠느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경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검찰에 송치된 스토킹 범죄자 4554명 중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진 인원은 254명(5.6%)에 그쳤다.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스토킹 피해자가 재신고해 가해자가 구속 수사를 받는 경우도 드물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신고 건수 7772건 중 구속 수사가 진행된 건 211건(2.7%)에 불과했다. 재신고 건수 중 80%는 경찰의 현장 조치로 마무리됐다.

◇ “반의사 불벌죄 조항, 스토킹처벌법 제정 당시부터 우려했건만”

이처럼 스토킹 범죄자가 불구속 상태로 보복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스토킹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는 19일 성명서를 통해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피해자 보호명령제도’와 ‘조건부 석방제도’ 등 제도 개선책의 조속한 마련을 촉구한다”며 “스토킹처벌법이 지난해 10월 발효돼 시행됐지만 스토킹 범죄는 줄지 않고 교제 살인 범죄와 더불어 더욱 흉포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이 스토킹 범죄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시에는 가해자의 활동 반경을 제한하고 능동적 감시가 가능하도록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등 선제적인 공권력의 개입과 제한 조치를 감수하도록 하는 조건을 붙이는 ‘조건부 석방제도’를 마련하는 보완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토킹처벌법의 대대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법무부는 16일 반의사 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토킹처벌법에 포함된 반의사 불벌죄 조항은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해자는 합의를 받아내기 위해 피해자를 협박하는 등 2차 범죄 및 보복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의사 불벌죄 조항은 이미 스토킹법 제정 때부터 한계로 지적되어왔다. 법 제정 당시 여성단체들은 해당 규정으로 스토킹 피해자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반의사 불벌죄 조항과 관련해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여러 명이 목숨을 잃은 후에,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다음에야 움직이게 되는 게 무척 개탄스럽다”며 “이제라도 하겠다고 하니 빨리 개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9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반의사 불벌죄를 즉각 폐지하는 것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의자 전주환 신상 공개

서울경찰청은 19일 신상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사전에 계획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 및 잔인성이 인정되고 증거가 충분하다”며 “스토킹범죄 등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재범위험성 등 공공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피의자 전주환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경찰이 공개한 피의자 전주환 얼굴 사진.
경찰이 공개한 피의자 전주환 얼굴 사진.

신상공개가 결정돼 경찰은 언론 노출 시 전씨에게 모자를 씌우는 등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애초 전씨에게 형법상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으나, 보강수사 과정에서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보복살인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피고인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어 형법상 살인(사형, 무기 혹은 5년 이상의 징역형)보다 형량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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