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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구조조정부터 젠더갈등까지 '다사다난'

수익성 악화와 신작 부재로 구조조정 칼바람...사업 정리
지식재산권 둘러싼 법적 공방도 이어져
넥슨, ‘메이플스토리 집게손’ 논란...젠더갈등으로 번져

  • 기사입력 2023.12.27 17:30
  • 최종수정 2023.12.28 11:50

우먼타임스 = 최인영 기자

올해 게임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신작 부재 등으로 곤두박질친 실적은 경영난을 심화시켰고 이는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게임업계에 만연한 지식재산권 문제도 이어졌다. 엔씨는 지난 2021년 웹젠에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고 넥슨은 국내 게임사 ‘아이언메이스’와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연말에는 넥슨의 ‘메이플 스토리’로 불거진 ‘남성혐오’ 논란으로 게임업계가 젠더갈등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 수익성 악화와 신작 부재로 성과 부진...구조조정·사업정리 불러와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렸던 게임업계는 엔데믹 이후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게임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감소한 영향이다.

여기에 신작 및 흥행작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며 실적이 감소, 일부 게임사들은 경영난에 빠지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6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3%,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9%까지 크게 하락했다.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악재가 겹치며 게임업계 사정이 더욱 악화되자, 일부 게임사들은 올초부터 구조조정·사업정리 등으로 몸집을 줄여나갔다.

대표적으로 데브시스터즈는 낮은 수익성 등 요인에 따라 쿠키런 IP(지식재산관) 기반으로 개발 중이던 팬 플랫폼 ‘마이쿠키런’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데브시스터즈는 직원 해고 논란에 휩싸였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회사가 직원 40여 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는 내부 직원의 고발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회사가 전날 오후 1시쯤 퇴사를 통보하고, 장비를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해고가 아닌 타 부서 및 자회사로 재배치하는 것’이라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다른 프로젝트나 부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개별 면담과 절차를 안내하는 중”이라며 “프로젝트 중단을 통보한 것은 사실이나 퇴사 처리되거나 해고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담당 직원들의 업무용 메신저 계정을 정지시키는 등 사실상 권고사직을 종용했다는 논란은 계속됐다. 결국 데브시스터즈 측은 지난 7일 직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며 후속 조치 등에 대한 내용을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게임회사 에픽게임즈는 지난 9월 직원 16%에 해당하는 830명을 해고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해고 없이 전환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오랜 기간 낙관했지만 돌이켜보면 비현실적인 생각이었다"며 인력 구조조정 방침을 알렸다.

그는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크리에이터 프로그램 덕분에 회사가 급성장할 수 있었지만 수익의 40%를 콘텐츠 창작자에게 지급하다 보니 해당 사업의 수익성이 낮다고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고 대상자의 약 3분의 2가 핵심 개발 업무 외 직원들”이라며 “이러한 조치는 회사가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는 올 1월 팬 플랫폼 ‘유니버스’ 사업을 정리하면서 해당 직원 70명의 직원을 전환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엔씨는 해당 직원들에게 권고사직 선택지를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AI(인공지능) 금융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 13일 엔씨는 금융 AI 조직인 '금융비즈센터' 소속 직원 40여명을 상대로 사업 정리를 알렸다. 센터는 소속 직원에게 전환 배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퇴사 희망 시 최대 6개월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리니지M 이미지.(엔씨소프트)
리니지M 이미지.(엔씨소프트)

◇ 지식재산권 둘러싼 법적 공방도 이어져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분쟁도 이어졌다. 엔씨는 지난 2021년 웹젠의 ‘R2M’이 자사 게임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올 8월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61부(김세용 부장판사)는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리니지M 저작권 침해 소송 선고심을 진행하고,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10억원을 지급하라”며 “R2M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과 광고의 복제·배포·전송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R2M’은 웹젠이 지난 2020년 8월 출시한 MMORPG 게임이다. 엔씨는 이 게임이 2017년 6월 출시된 자사 ‘리니지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지난 2021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단순히 일부 시스템만 차용한 게 아니라, 게임 속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유기적인 연결 요소까지 따라 했다는 게 엔씨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웹젠은 “리니지M과 그 기반이 된 리니지의 강화 시스템, 무게 시스템 등은 1987년 나온 초창기 컴퓨터 역할수행게임(RPG) ‘넷핵(Nethack)’의 규칙을 차용한 것”이라며 “게임 규칙이 유사하다고 이를 저작권 침해라 주장할 수는 없다”고 항소했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 ‘아이언메이스’와 분쟁을 벌이고 있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소속 개발자들이 자사 미출시 프로젝트인 'P3' 데이터를 외부로 유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며 민·형사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에는 아이언메이스 설립자인 전직 P3 개발팀장 최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경찰에 형사 고소했고 올해 4월에는 수원지법에 아이언메이스 법인과 최씨, 명목상 대표인 박씨 등을 상대로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넷마블 역시 ‘마상소프트’와 갈등을 빚었다. 마상소프트는 넷마블이 지난 2014년 출시한 '세븐나이츠'가 'DK 온라인'의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됐다고 주장하며 2021년 민사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하자 지난달 초 항소한 바 있다.

(우먼타임스)
(우먼타임스)

◇ 넥슨 ‘메이플스토리 집게손’ 논란으로 젠더갈등 번져...한국여성민우회 "넥슨 사과하라" 촉구

지난달 26일 넥슨 게임 홍보용 애니메이션 영상을 두고 일부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성혐오’ 논란이 일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에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혐오에 쓰이는 손 모양인 ‘집게손’이 등장했다는 것.

논란이 확산되자 넥슨은 곧바로 해당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비공개 처리했고 “논란이 된 부분들을 상세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며 사과했다.

같은 영상 제작의 외주를 맡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블루 아카이브 역시 “영상 홍보물 중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포함된 점을 확인했고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 영상들에 대해서는 진위 확인과 빠른 조치를 위한 비공개 처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넥슨이라는 거대 기업이 남초 커뮤니티의 ‘억지 논란’에 굴복했단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2016년부터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온 바 있는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사상검증’, ‘여성혐오몰이’가 아직까지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며 “넥슨처럼 영향력이 큰 게임회사가 이러한 행태를 무책임하게 용인하고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집게손 모양이 남성혐오를 상징하며 페미라는 반사회적인 여성 세력이 이러한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은 일부 남초 커뮤니티가 날조해 낸 허황된 착각”이라며 “이러한 착각은 이를 받아들여 주는 공적 주체로 인해 얼마든지 만들어지고 부풀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0.1초간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손의 움직임을 증거라고 우기는 주장이 통한다면 그 누가 이 혐오몰이에서 벗어날 수 있겠냐”며 “넥슨은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주적인 혐오몰이에 동조를 멈추고 게임 문화 속의 여성 페미니스트 시민 앞에 엎드려 사죄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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