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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짧은 여자는 페미니스트니 맞아야 한다"

20대 남자, 편의점서 짧은 머리 여성 무차별 폭행
여성들 '숏컷 챌린지'로 분노와 항의 표시
2년 전 양궁선수 안산도 피해자

  • 기사입력 2023.11.06 16:14
  • 최종수정 2023.11.06 16:16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한국에서 짧은 머리를 하는 여성은 페미니스트일까. 대다수 여성에게 헤어스타일은 패션처럼 자신의 취향일 뿐이다. 짧은 머리는 머리 손질에 드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하는 여성이 많다.

그러나 여성혐오에 젖은 일부 한국 남성들은 짧은 머리의 여성을 고운 눈으로 보지 않는다.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밖으로 드러내는 표시라고 간주하고 공격하는 일이 가끔 발생한다.

2021년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오른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두고도 그랬다.

비슷한 사건이 또 벌어졌다. 4일 밤 12시 10분께 경남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20대 남성 손님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여성을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해 골절상을 입혔다.

경남 진주시의 한 편의점에서 4일 새벽 20대 남성이 20대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진주시의 한 편의점에서 4일 새벽 20대 남성이 20대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남성은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면서 “나는 남성연대(반페미니즘 남성 커뮤니티)인데 페미니스트는 맞아야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시 술에 취해 있던 그는 말리던 50대 손님도 여러 차례 폭행했고, 가게 의자로 가격하기도 했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바로 체포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피해 여성에 대한 연대, 반페미니즘적 사회 분위기에 대한 항의,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여성 숏컷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엑스(옛 트위터)에는 ‘#여성_숏컷_캠페인’ ‘#남초커뮤니티_여성폭행’ ‘#남성연대_여성폭행’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짧은 머리를 한 여성들이 자신의 사진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엑스에 올라온 '숏컷 챌린지'.
엑스에 올라온 '숏컷 챌린지'.

가해 남성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국회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5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홈페이지에는 ‘진주시 편의점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20대 남성 강력처벌과 신상공개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묻지마 폭행도 범죄다. 살인미수, 특수상해 혐의로 피의자 신상공개를 요청한다”고 썼다. 이 글은 게시 하루 만에 동의 진행 청원 100%를 달성했다.

이런 캠페인에 동참한 여성들은 “그나마 짧은 머리라 밤길이 조금은 덜 무서웠는데 이젠 머리가 짧아서 맞을까 봐 두려워 해야 하나”, “이제는 화장하지 않아도 페미니스트 취급을 받게 될 것”, “끝나지 않는 여성혐오 범죄” 등의 글을 올렸다.

숏컷 머리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공격은 2021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에게 가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일부 남성들은 “여대 출신 숏컷은 90% 이상 확률로 페미니스트”, “숏컷 하는 여자는 다 페미”, “숏컷 여자는 걸러내야 한다”는 등의 말로 안 선수를 공격했다. 일부는 안 선수가 금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이때도 배우 구혜선 등 여러 연예인들과 여성들이 안산 선수를 응원하며 연대해서 숏컷 사진을 올렸다.

안산 선수에 대한 남성들의 공격을 보도한 당시 BBC 홈페이지.
안산 선수에 대한 남성들의 공격을 보도한 당시 BBC 홈페이지.

이런 현상이 이상하게 보였는지 당시 여러 외국 언론들은 ‘한국의 금메달리스트가 머리 길이 때문에 온라인의 안티페미니즘 운동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24는 “한국은 경제대국이자 기술강국이지만 여성 권리가 약한 남성 중심 사회”라고 보도했고, 영국 BBC는 “한국 여성들의 숏컷은 사회적 변화를 열망하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BBC 서울 주재 특파원 로라 비커는 자신의 SNS에서 “20대 한국 남성의 58.6%가 페미니즘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답했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한국에서는 어떤 이유인지 ‘페미니즘’이 더러운 단어가 됐다. 한국이 성평등 문제와 씨름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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