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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대상 등 고위험 성범죄자, 의무적으로 '화학적 거세' 당한다

법무부,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 예고
고위험 전과자 거주는 국가가 지정한 시설로 제한
검사 재량이던 성충동 약물치료를 고위험자에겐 의무화

  • 기사입력 2023.10.25 16:03
  • 최종수정 2023.10.25 18:14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고위험 성범죄자의 출소 후 거주지를 국가가 지정하는 시설로 제한하고, 재범 방지를 위해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도 의무화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4일 경기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6일부터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던 ‘한국형 제시카법’이다.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제한

개정안에 따르면 출소 전이나 전자감독이 집행 중인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검사가 청구하면 법원이 전자장치 부착 기간 내에서 기간을 정해 ‘거주지 제한 명령’을 부과한다. 거주지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못박았다.

법무부는 당초 성범죄자들이 유치원·학교 등 교육시설로부터 500미터 밖에서 살게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여러 부작용이 제기됐다. 이들이 노숙자로 전락해 사회불안을 야기하거나, 분노형 범죄를 저지르거나, 인구밀집형 도시 안에 교육시설이 산재해 있어 조건에 맞는 거주지를 찾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동안 조두순, 김근식 등 아동성폭행범이 출소할 때마다 이들의 주거지를 둘러싸고 지역 주민이 시위를 벌이는 등 사회적 불안감이 확산해 왔다. 미국 39개 주는 이른바 ‘제시카법’을 통해 아동성범죄자의 학교 시설 인근 거주를 제한하고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를 특정 장소로 지정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거주지 제한을 적용받는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는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거나 3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징역 10년 이상과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받은 경우로 한정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감독 대상자 중 거주제한 검토가 필요한 고위험 성폭력범죄자는2023년 69명, 2024년 59명, 2025년 59명이다.

◇성충동 약물치료법 강화

법무부는 거주 제한과 함께 고위험 성범죄자의 과도한 성충동을 조절하기 위해 성충동 약물치료법(화학적 거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개정안에는 현재 기소 단계에서 검사의 재량으로 되어있는 성충동 약물치료 진단·청구를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약물치료를 선고받지 않고 수형 중이더라도 거주지 제한 명령 신청 전에 약물치료를 추가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2011년 성충동약물치료 제도 시행 이후 75명에 대해 약물치료가 집행됐는데, 이 중 재범자는 단 1명(1.3%)에 불과할 정도로 재범 억제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성범죄자는 11만 명을 넘었는데 성충동 약물치료 시행은 2014년에서 2021년까지 8년간 77건에 불과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 예고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 예고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고위험 성범죄자들은 입이 쩍 벌어지는 나쁜 놈들로 10년, 15년 수형생활을 했다고 달라질까 우려되는 사람”이라며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거주할지는 국민의 일상적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근본적으로는 이들에게 더 중형이 선고돼야 하고, 젊어서 사회에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란?

주기적으로 주사를 놓거나 알약을 먹여 남성 호르몬 생성을 억제해 성욕을 감퇴시키는 방법으로 수술로 고환을 제거하는 물리적 거세와 다르다. 영어로는 ‘chemical castration’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는 2011년 7월 16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가 허용되는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대부분 국가에서 범죄자 본의의 동의에 따라 시행되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와 법원의 결정에 따라 강제 집행된다. 2013년부터는 피해자의 연령 제한이 폐지돼 모든 성폭력 범죄자를 대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치료명령을 선고받지 않았어도 재발 위험이 인정되고 당사자가 동의하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감정을 받은 뒤 검찰이 법원에 최장 15년까지 치료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성충동 약물은 성샘자극호르몬 길항제를 중심으로 여성 호르몬 등이 사용되며 약 3달 주기로 주사나 알약으로 투여한다. 석방 2개월 전에 약물을 투여하고 석방 후에도 주기적으로 약물치료에 응해야 한다.

이 약물은 뇌하수체에 작용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감소시킨다. 계속 투약하면 남성 호르몬이 모두 고갈되고 실질적으로 거세가 된다. 이 약들은 심혈관계 질환, 유방 비대증,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 사례도 있으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유해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성충동 약물치료에 드는 비용은 1인당 연간 500만 원 선으로 국가가 부담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는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를 도입한 첫 국가다. 서유럽 동유럽 대다수 국가와 미국, 캐나다,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폴란드, 아르헨티나,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화학적 거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약물 투약이 끝난 뒤에는 효과가 없고, 치료 대상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기 때문에 인권을 침해하는 비인도적이고 잔인한 형벌이라고 주장한다.

대상자가 남성이므로 성차별이라는 주장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12월 화학적 거세를 규정한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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