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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고용부 선정 '이달의 기능한국인'… ㈜서울엔지니어링 이해양 대표

뿌리산업으로 글로벌 1위 기업 신화
제철소 용광로 바람 주입, 풍구 제조

  • 기사입력 2023.10.16 10:10
  • 최종수정 2023.10.16 14:20

우먼타임스 = 유진상 대기자

"기술을 배워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공고 기계과에 진학했다. 고교시절 기능경기대회 준비하다 포기했지만 ‘엔지니어링’이란 단어가 멋있게 느껴져 1983년, 병역특례로 ㈜서울엔지니어링에 기능공으로 입사했다. 엔지니어링과 운명적인 첫 만남이었다"

고용부가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한 ㈜서울엔지니어링 이해양 대표. (고용노동부)
고용부가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한 ㈜서울엔지니어링 이해양 대표.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10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한 ㈜서울엔지니어링 이해양 대표의 말이다. 고용부는 16일, 전국기능경기대회 개회식에서 이해양 대표에게 기능한국인 증서를 수여했다.

이달의 기능한국인 200호 주인공이기도 한 이 대표는 현장 기능공으로 입사해 생산관리, 연구개발 부서 등을 거쳐 37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른 숙련기술인이다.

◇ 우여곡절 끝에 선택한 ‘엔지니어링’

 5남 2녀 중 차남인 그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빨리 철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엔지니어링 회사 기능공으로 입사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허드렛일조차 마다하지 않고 성실하게 했다. 이를 지켜보던 관리직 주임이 자신의 후임으로 그를 추천하면서 6개월 만에 기사가 되었다.

그러나 입사 1년쯤 됐을 때 회사가 부도를 맞았다. 이직에 대한 갈등도 있었지만 회사에 그대로 남은 300여 명의 직원들이 차압증 붙은 기계를 돌리고 제품을 만들어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갔다.

이런 모습에 채권단은 차압증을 회수해 주었고, 공장의 제품 생산도 허용했다. 직원들의 노력으로 회사는 재기하기 시작했다. 1994년부터 수출을 시작했고, 1997년 외환위기로 급등한 환율이 기회가 돼 회사는 빠르게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 서울엔지니어링 효자 제품은 '풍구'

서울엔지니어링에서 집중한 것은 ‘풍구’라는 장치다. 풍구는 제철소에서 광석을 녹이는 용광로(고로)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필수 장치이다. 용광로 한 기에는 40여 개의 풍구가 사용된다. 용광로 내부 온도는 1500~1700도. 풍구를 통해 불어넣은 열풍의 온도는 1300도를 넘는다.

예전에는 풍구를 전량 수입했지만 ㈜서울엔지니어링이 포스코와 협력을 통해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고 한다. 결국 1996년 고강도 알루미늄, 마그네슘 합금기술과 고로냉각용 스테이브 등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일본에서 풍구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배워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면서 "현장에서 배운 기술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2001년 인하공업전문대학에 진학, 이론을 체계화했다"고 밝혔다.

◇ 용광로에서 풍구는 '바늘과 실' 역할 

용광로 내부는 최적의 온도를 유지해야 불량품이 발생하지 않는다. 풍구가 작동을 멈추면 조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고,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풍구는 고열을 잘 견디면서 일정 온도의 열을 발생시켜야 할뿐더러 광석이 녹으면서 떨어져 부딪히더라도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

이해양(가운데)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고용노동부)
이해양(가운데)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고용노동부)

이에 따라 그는 "풍구 자체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풍구가 손상되더라도 조업이 중단되지 않고, 용광로의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장수명 2중 풍구’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수명 2중 풍구는 기존과 동일한 외형이지만 내부를 2중 구조로 만들어 외부 손상시 외부쪽 냉각수를 차단하고 내부에서 열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 용광로의 조업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

이 대표는 “달걀을 세우는 것에 집중했던 ‘콜럼버스 달걀’처럼 풍구 장치에만 한정하지 않고, 용광로의 조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집중함으로써 ‘장수명 2중 풍구’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 자부심의 바탕은 기술력

1997년 ㈜서울엔지니어링이 포스코 용광로에 들어가는 풍구를 전량 납품하는데 기여하고, 냉각반, 린스, 스테이브, 냉각 자켓 등 철강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순동제품 개발에도 성공했다. 포스코와 성과공유제 활동을 통해 세계 최초의 신제철법인 포스코 파이넥스 용광로에 사용되는 풍구도 개발해 상생협력 모델이 됐다.

‘철강업계 세계 1위 포스코에 납품하는 기업’이라는 명성은 ‘기술력에 대한 보증수표’로 세계 시장을 뚫는 데 큰 도움이 됐다. 2023년 현재 ㈜서울엔지어링의 풍구는 세계 최대 제철소인 미탈스틸을 비롯해 티센, 유에스스틸, 베스트알핀 등 세계 25개국 160여 개 용광로에 납품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 항상 초심으로 열정 가득한 기술인

 아침 7시 10분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다. 넥타이보다 작업복이 더 편하고, 사무실보다 작업 현장이 더 좋다고 한다. 이 대표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뿌리산업인 주조 열처리 분야는 여전히 중요하고 전문 기술인이 필요하다”면서 “주조 열처리 분야의 선배로서 예비 숙련기술인들이 이 분야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양 대표는…】

학 력)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1984년), 인하공업전문대학(2003년)
경 력) ‘83년~’86년 ㈜서울엔지니어링 사원, ‘87년~’93년 기사~과장, ‘94년~’11년 부장~이사, ‘11년~’19년 사업본부장, ’20년~현재 ㈜서울엔지니어링 사업본부 대표이사
수 상) 대통령표창(신기술 실용화),과학기술부 장관상(이달의 엔지니어), 지식경제부 장관상(부품소재기술상), 은탑산업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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