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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되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투렛증후군' 판결

재조명되는 이 후보자의 장애 문제 친화적 판결
처음으로 심한 '틱' 증상을 장애로 판시
정부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이어져

  • 기사입력 2023.08.23 17:53
  • 최종수정 2023.08.23 18:24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22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내린 과거의 판결들이 언론에 재조명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특히 여성 및 장애인 관련 재판에서 약자에게 비교적 친화적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대통령실이 22일 인선 배경을 설명할 때 언급한 ‘투렛증후군’ 판결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후보자는 2016년 서울고법 행정2부 부장판사 때 투렛증후군을 법적 장애인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1심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21년 4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투렛증후군을 장애 유형에 포함시켰다.

이 후보자의 판결은 2017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매년 뽑는 ‘장애인인권 디딤돌 판결’로 선정됐다.

‘뚜렛 증후군(Tourette’s Disorder)’이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동작(운동틱)이나 음성(음성틱)을 반복하는 ‘틱(tic)’장애가 1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 일종의 신경계 질환이다. 주로 7세 전후의 어린 나이에 나타나 성인이 되어가며 증상이 호전된다. 1만 명 중에 4~5명 정도 발병하고 남자가 3배쯤 많은데 유전이 강하다. 1885년에 처음으로 이 증상을 의학계에 보고한 프랑스 신경과 의사 이름을 딴 병이다.

경기 양평군에 사는 A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10년이 넘도록 투렛증후군으로 인해 일상 및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아왔다.

그의 부모는 2015년 양평군에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지만 양평군은 ‘투렛증후군이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신청을 반려했다.

A씨 부모는 양평군수를 상대로 “장애인 등록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은 “한정된 재원을 가진 국가가 장애인 생활안정의 필요성과 그 재정의 허용한도를 감안해 일정한 종류와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장애인복지법의 적용 대상으로 삼아 우선적으로 보호하도록 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양평군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이 후보자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틱 장애는 그 정도의 경중을 묻지 않고 이를 규정하지 않아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는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인으로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인정된다”며 “이는 헌법의 평등규정에 위반돼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는 투렛증후군 규정이 없어 장애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 이 후보자는 “행정입법의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로 인해 이씨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인으로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019년 10월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투렛증후군 환자의 장애등록 신청을 거부한 것은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가장 유사한 규정을 적용해 장애 판정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 후보자의 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을 개정해 투렛증후군의 장애등록을 허용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례처럼 앞으로 법령에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질환이라도 장애로 판정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키로 했다”며 “장애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국민이 관련 규정으로 인해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는 투렛증후군이 장애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장애인 단체를 중심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

투렛증후군의 장애 등록 문제를 지적한 보도. (SBS화면 캡처)
투렛증후군의 장애 등록 문제를 지적한 보도. (SBS화면 캡처)

투렛증후군으로 장애를 인정받아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보려면 2년 이상 지속적인 치료 기록이 있어야 한다는 장애 정도 판정 기준 때문이다. 투렛증후군은 약물 효과가 크지 않고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2년간의 지속적 치료라는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투렛증후군 진료 환자 수는 한 해 1만 명 정도로 매년 증가하는데도 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복지부는 지속적인 치료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애 심사 기회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애등록절차에서 장애인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는 등 적극적인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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