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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자동차 엇갈린 수출 실적...하반기 경기회복 '불투명'

한경연 “올해 경제성장률 1.3%, 연내 회복 어려워”
상반기 국내 수출 12.3% 감소...자동차는 호실적
“내수 부진·금융시장 불안 속 성장률 저조할 것”

  • 기사입력 2023.08.11 15:01

우먼타임스 = 이한 기자

반도체, 무선통신, 석유화학 등의 수출 부진 속에 올해 상반기 국내 수출이 12.3% 감소했다. 다만 자동차는 수출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런 가운데 내수·수출 동반 부진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난 코로나19 기간 등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실적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과 주력 수출품목 실적 하락 등으로 12.3% 감소했다. 사진은 지난 8월 1일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수출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과 주력 수출품목 실적 하락 등으로 12.3% 감소했다. 사진은 지난 8월 1일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공개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 2023년 3/4분기’ 보고서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가 연내 경기 부진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전경련과 한경연에 따르면 1.3% 성장률은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등 경제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실적이다. 이는 국내외 경제 사정이 녹록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장기간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온 경제 여건의 부실화와 성장 모멘텀 약화, 중국 등 주요국 경기회복 지연이 가시화되면서 연말까지 경기 반등을 이뤄내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 반도체 수출 하락세 확대...자동차 수출 역대 최고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2분기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0.6%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미약한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은 1%에 미치지 못하는 0.9%를 기록했다. 민간소비는 양호한 수준의 고용 여건에도 불구하고 소득증가율 정체와 고금리로 인한 상환부담 증가 등에 따라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1~6월 수출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및 반도체, 무선통신,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품목들의 실적이 크게 줄면서 1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원유 등 에너지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원자재 수입도 줄면서 7.7% 줄었다.

올해 상반기 품목별 수출을 보면 주력 분야 성적표가 엇갈렸다. 반도체는 D램, 낸드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글로벌 수요 둔화 및 공급과잉에 따른 재고조정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하락세가 확대됐다. 반면 자동차는 SUV 및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확대 및 차량용반도체 수급상황 개선에 따른 대기수요 실현에 힘입어 주요 시장에 대한 수출이 크게 증가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주요 기업 2분기 실적을 봐도 관련 내용이 관찰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에서 영업이익 –4.36조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는 AI용 수요 강세에 대응해 D램 출하량이 지난 분기에 예상한 가이던스를 상회하면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고 재고는 지난 5월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스템LSI는 모바일용 부품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실적 개선이 부진했으며 파운드리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라인 가동률이 하락하여 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분기 판매 105만 9713대를 기록하며 매출액 42조 2497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및 기타 부품의 수급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생산이 증가하는 한편 견조한 대기 수요를 바탕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 삼성전자·현대차가 바라보는 올해 하반기 전망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의 온도차는 있지만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양사 모두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대해 “글로벌 IT 수요와 업황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부품 사업 중심으로 상반기 대비 전사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거시경제 리스크 등으로 인한 수요 회복 관련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DS부문에서는 고부가 제품 판매와 신규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며 인프라 및 R&D, 패키징에 투자를 지속하고 GAA(Gate-All-Around) 공정 완성도 향상 등으로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하반기 판매 증가를 예상했다. 회사 측은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생산이 확대되고 있으나 주요 시장의 재고 수준은 여전히 낮아 견조한 대기수요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매출액 성장률과 영업이익률도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 호조에 따른 물량 증가 및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에 따른 믹스 개선, 우호적인 환율 환경 등의 영향으로 연결 부문 매출액 성장률을 기존 10.5~11.5%에서 14~15%, 영업이익률은 6.5~7.5%에서 8~9%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2023 연간 실적 가이던스’ 발표를 통해 제시한 목표를 높인 숫자다.

상반기 수출 시장에서 자동차는 SUV 및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 확대 및 차량용반도체 수급상황 개선 등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사진은 지난 7월 27일 미국에서 열린 기아 EV9 공개 행사 모습. 마이클 와일드 기아 미국법인 상품기획디렉터가 EV9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반기 수출 시장에서 자동차는 SUV 및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 확대 및 차량용반도체 수급상황 개선 등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사진은 지난 7월 27일 미국에서 열린 기아 EV9 공개 행사 모습. 마이클 와일드 기아 미국법인 상품기획디렉터가 EV9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제위기 구원투수는 항상 '수출'...이번에도 가능할까?

한경연은 하반기 경제전망을 다소 어둡게 진단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민간소비가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실적부진으로 인한 명목임금상승률 정체, 고물가 등으로 인한 실질구매력 약화로 소비여건이 위축돼 하방압력이 강화되었다는 분석도 함께 내놓았다. 금리 인상에 따라 가중된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 등 구조적 원인도 민간소비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한경연은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내수침체와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라 반도체 등 IT부문 외 투자가 모두 줄면서 -2.3%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건축부문의 공사차질과 부동산PF 부실 등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못해 -0.7%의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까지 일부 지연되면서 0.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대내 경기부진에 따른 수입감소폭이 수출감소폭을 뛰어 넘으면서 경상수지 흑자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한경연은 내다봤다.

수요압력 저하와 원자재가격 하락 등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5.1%)보다 1.8%p 낮아진 3.3%로 전망됐다. 다만 폭염과 장마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과 최근 급등한 국제유가로 인해 소비자물가의 하락세는 다소 완만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위기 때마다 수출이 반등 요소로 작용했지만 중국 및 주요국 경기 반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국내 경기는 연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올해 안에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 상황”이라면서 “중국의 경기반등 무산으로 인한 영향이 미국 등 주요 교역국으로 파급된다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국제 원자재 가격, 점진적 완화 전망

국내 민간소비는 고물가로 인한 실질구매력 감소 및 금리인상,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완만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임금 상승폭 축소에 따른 가계소득 감소 등도 이어졌다. 여기에 금리인상으로 인한 원리금상환 부담 증가 등이 작용하면서 소비여력은 큰 폭으로 줄었다는 진단이다.

한경연은 “2023년 상반기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한국경제는 하반기를 경과하며 대외부문의 실적이 소폭의 개선세를 보이겠으나, 내수부문(소비+투자) 부진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1.3%의 저조한 성장에 그치게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물가는 하락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점차 안정을 되찾고 강달러 현상 역시 완화됨에 따라 3% 중반 수준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국제 원자재 가격은 공급망 수급차질이 점차 해소되면서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곡물가격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수출을 재개하고 미국이 공급을 늘리면서 하락안정세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경연은 “폭우 및 폭염에 따른 국내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과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 여파로 물가의 하락세는 상반에 비해 하반기 중 완만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경기불황과 고금리 상황 지속에 따라 연체율 급등 및 금융기관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안감을 더해가고 있는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예기치 못한 금융시장의 충격이 경제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대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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