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제약 돋보기] 다국적 제약사 의존도 높은 ‘한독’...반전 카드는?

69년차 제약사 매출 5000억 원대
희귀약 판권 회수에 매출 공백 불가피
당뇨 치료·항염증제에 이어 희귀 항암제 시장 공략

  • 기사입력 2023.05.12 17:51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제약업계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문화가 남아 있어 유리천장이 유난히 높은 업종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R&D 비중이 늘어나면서 연구·개발 및 마케팅 분야에 포진해 있던 여성 인력의 임원 진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우먼타임스가 국내 제약회사 가운데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25곳을 중심으로 매출 실적과 함께 R&D 투자,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지배구조와 경영 체제 등을 폭넓게 살펴본다.

두 번째 기업은 기술제휴와 인수합병을 경영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한독이다. [편집자주]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으로 잘 알려진 한독은 자체 의약품을 개발하기보다 국내외 선진 제약사와의 기술제휴와 인수합병을 생존 전략으로 내세워온 중견 제약사다. 1964년 제약업계 최초로 합작회사를 설립한 곳도 한독이다. 

한독은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제약회사에 속한다. 지난해 한독의 전체 임원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31.6%로 집계됐다. 한독은 국내 상장·바이오 기업 가운데 지난 몇 년간 높은 여성 임원 비율을 유지해온 제약회사로 손꼽힌다. 2019년에는 38.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자랑하기도 했다. 

한독은 2018년 3월 당시 쏘카 대표이던 조정열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같은 해 9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시켰다. 조 대표는 한독 설립 이래 최초의 여성 CEO이자 10년 만의 전문경영인 교체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조 대표는 의약품뿐만 아니라 소비재, 문화·예술, 스타트업 등 분야에서 다양한 이력을 쌓은 전문경영인으로 한독이 토탈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조 대표는 2020년 3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한독 본사. (한독)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한독 본사. (한독)

◇ 매출 5000억 원대...한국 내 도매상 역할 지적도

고(故) 김신권 명예회장이 세운 한독은 올해로 창립 69주년을 맞았다. 1954년 한독의 전신인 연합약품의 문을 열고 독일 제약사 훽스트 제품을 수입해 판매, 1957년 훽스트와 기술 제휴를 맺고 1958년 한독약품으로 사명을 바꿨다. 1964년 훽스트가 한독의 지분을 20% 인수하며 합작법인이 설립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도매상으로서 제약업을 시작한 셈이다.

이후 파트너사였던 훽스트는 ‘사노피-아벤티스’로 사명을 바꿨고 한독이 2012년 사노피-아벤티스의 보유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48년 만에 합작 관계를 정리하고 사명을 한독으로 정립했다. 독립경영에 나선 한독은 ‘글로벌 토탈 헬스케어 기업’을 지향했다. 

한독은 2013년 이스라엘 다국적 제약사 테바와 합작법인 한국테바를 설립하고 이듬해 케토톱을 보유한 태평양제약 제약사업 부문을 635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일반의약품 부문 강화의 전환점이 된다. 이후에도 해외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인수하는 등 사업을 투자를 이어왔다. 

기업 간 기술 협력으로 경쟁력을 다져온 한독에 대해서 업계 안팎의 평가는 갈린다. 

제약회사 본업인 자체적인 신약 연구개발보다 다국적 제약사의 힘을 빌어와 한국 내에서 도매상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케토톱 역시 2014년 2월 태평양제약 제약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자사 제품으로 편입시킨 제품인 것을 보면 타당한 지적이란 말도 나온다. 

이러한 말이 나오는 배경에는 한독이 오래전부터 제약업계에서 몸을 키워왔음에도 매출은 5000억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영업이익도 2018년부터 5년 연속 200억 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체 신약이 아닌 외부에 너무 기대고 있는 탓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영 기조는 오너 2세인 김영진 회장 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독은 지난해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독의 매출액은 5438억 원, 영업이익은 285억 원, 당기순이익은 106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도 지난 4년간 4%에 머물던 것에서 5.7%로 뛰었다.

지난해 한독의 매출액은 5438억 원, 영업이익은 285억 원, 당기순이익은 10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독의 매출액은 5438억 원, 영업이익은 285억 원, 당기순이익은 106억 원을 기록했다.

◇ 희귀약 판권 회수에 매출 공백 불가피...희귀약 라인 추가

기업의 전략 중 하나인 외부 제약사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한독의 매출과도 직결된다. 예컨대 한독은 올해부터 원개발사의 판권 회수에 따라 희귀의약품에서의 매출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독에 따르면 한독은 지난해까지 희귀약 전문제약사 알렉시온의 제품을 판매해 왔지만 아스트라제네카가 알렉시온을 인수 합병함으로써 올해부터 아스트라제네카에 솔리리스, 울토미리스, 스트렌식, 카누마 등의 판권이 회수됐다. 

한독의 지난해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의 합계 매출액은 500억 원이 넘었다.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와 같은 주력 제품이 빠지면서 수 백억 원의 매출 공백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독은 신규 도입 제품과 희귀약 제품 라인 추가를 통한 시너지 효과로 매출 공백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먼저 올해부터 노바티스의 호흡기 제품 온브리즈, 조터나, 에너제어, 어택트라 등 4종의 국내 판매를 맡는 한편, 항암제 제품 라인도 강화한다.

한독은 그동안 당뇨 치료제와 외용소염진통제 시장에 주력해왔다. 이를테면 작년 매출을 살펴봐도 아마릴, 테넬리아과 같은 당뇨 치료제와 케토톱과 같은 항염증제 매출 비중이 30%를 차지할 만큼 컸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골수성 백혈병 등의 희귀 항암제 시장에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독은 작년 말 글로벌 파머 재즈 파마슈티컬이 개발하고 한독이 국내 독점 판매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빅시오스’에 대한 품목 허가를 받았다. 성인에서 새로 진단받은 치료 관련 급성 골수성 백혈병 또는 골수이형성증 관련 변화를 동반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MRC) 환자 치료에 사용된다. 특히 50여 년 전부터 사용된 전통적인 표준 치료요법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로 알려지면서 더욱 기대를 받고 있다.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가 비급여인 만큼 한독은 시장 점유율을 위해 올해 중 보험 급여를 받아 빅시오스를 출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빅시오스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1억 2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아울러 한독은 식약처로부터 다국적 제약사 인사이트의 희귀암 치료제 간내 담관암 치료제 ‘페미가티닙’ 품목 허가도 받았다. 페미가티닙은 간내 담관암 적응증에 미국 FDA가 승인한 표적 치료제로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한 약품이다. 이밖에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 타파시타맙의 품목 허가도 식약처에 신청해둔 상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