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성평등한 보도 하세요” 언론노조,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 발간

  • 기사입력 2023.04.08 23:48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8일 언론 보도에서 성차별적 표현을 삼가고 성평등한 취재를 돕기 위한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은 △언론보도와 성평등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보도 △이미지 활용 가이드라인 △스포츠 보도 가이드라인 등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38개 항목, 55개 체크리스트에 100페이지 분량으로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언론계에 배포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은 취재할 때 ‘이 사건이 보도될 가치가 있는가’부터 성찰할 것을 권했다.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가 신원을 밝히고자 할 경우, 이로 인해 예상되는 2차 피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였는가’ ‘피해자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가’ ‘피해자를 단순 특종 보도를 위한 수단으로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피해자 말을 인용할 때 동의를 구했는가’, ‘취재원의 성별은 고르게 선택했는가’ 등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권고했다.

가이드라인은 “피해자는 언론 취재를 통해 2차 피해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취재진이 피해자 발언이 진실인지를 의심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피해자를 지나치게 동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느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건을 보도할 때는 구체적 범행 수법을 밝히지 말아야 하고,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가해자의 사생활이나 심경, 업적을 서술하는 등 가해자 입장에서 공감을 유도하는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사실 확인 및 비판적 점검 없이 가해자 말을 그대로 전달해 사실상 사회적 변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는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에서 그의 출소 소식을 전하며 정치 복귀 가능성을 언급한 보도는 피해자의 심경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가해자 중심적·온정적 보도라고 지적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당시 ‘신당역 역무원 살해 30대, 흉기 들고 샤워캡 쓰고 1시간 기다렸다’는 제목처럼 구체적 범죄 수법을 서술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성차별적 어휘를 사용하지 말고 제목에 성별 갈등을 유발하는 자극적 내용을 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피해자다움’의 고정관념도 갖지 말 것을 권고했다.

최근 많아진 디지털 성폭력을 보도할 때는 불법촬영물의 키워드, 사이트명 등의 정보와 기술활용 방법 등 구체적 범죄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젠더 폭력 피해자를 취재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보도될지 사전에 알려야 하며, 인터뷰를 갑작스럽게 종료할 경우 피해자가 불안을 느낄 수 있으므로 인터뷰 시간을 미리 알려주고 질문이 몇 개 남았는지 등을 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보도 후에는 젠더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보 제공과 구조적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후속 보도를 할 것을 제안했다.

이미지를 활용할 때는 성적 대상화, 피해자 고정관념을 반영하는 이미지를 지양하고 스포츠 보도 시에는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하게 혹은 여성을 외모 중심으로 영상화하지 않았는지 등을 유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가이드라인이 지적한 문제적 표현은 이런 것들이다.

‘메르켈, 소탈·푸근한 엄마리더십’, ‘000의원 고등학교·대학교 시절 청순미모 사진 공개’,

‘처녀작(첫 작품으로)’, ‘짐승, 늑대, 악마’, ‘검은 손, 몹쓸 짓’, ‘외조/내조’, ‘안사람/바깥사람(배우자로)’, ‘맘카페(육아카페로)’, ‘유모차(유아차로)’ 등이다.

언론이 피해자 입장에서 빈번하게 쓰는 ‘씻을 수 없는 상처’라는 표현은, 성폭력 범죄가 평생 가는 고통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여성의 정조에 대한 관념을 반영한 것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구체적인 수법이나 피해를 언급하지 않으면 사건의 심각성을 알릴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저널리즘 공동체의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과제로 남겼다.

성평등위원회는 가이드라인 제작에 참여한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발제로 성평등 보도에 대한 토론회를 11일 개최할 예정이다.

김수아 교수는 발간사에서 “취재 준비 및 취재, 그리고 후속 보도에 이르기까지 취재와 보도 전 과정에서 언론 종사자들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접근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