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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도 1.5도 오르면?... 인류 3억5천만명 물 부족”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인류, 물 부족 해결 나서야

  • 기사입력 2023.03.22 11:15
  • 최종수정 2023.03.22 16:00

우먼타임스 = 이한 기자

오늘은 ‘세계 물의 날’이다. 낭비벽이 심한 사람에게 흔히 ‘돈을 물 쓰듯 한다’고 말하는데 이제는 물을 돈 만큼 아껴야 하는 시대다. 기후변화로 날씨가 널 뛰면서 물 부족 위기가 심해지고 있어서다. 물은 인류와 동식물의 생존, 사회와 산업 전반의 활동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하루에 302리터의 물을 쓴다.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나라 국민 1명은 하루에 302.4리터의 물을 쓴다. 이 물은 앞으로도 항상 충분할까? (픽사베이)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나라 국민 1명은 하루에 302.4리터의 물을 쓴다. 이 물은 앞으로도 항상 충분할까? (픽사베이)

◇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

유엔은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했다. 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나라의 관심과 협력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올해 세계 물의 날 공식주제 상징물은 벌새다. 남미에는 거대한 산불로 모든 동물이 도망가기 바쁜 와중에 한 방울씩 물을 길어 날라 불을 끈 벌새에 대한 우화가 전해진다. 유엔은 이를 통해 기후변화로 물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모든 주체가 함께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날을 처음 정한 건 1992년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매년 정부 차원의 기념식을 연다. 환경부는 올해 주제(함께 만드는 변화, 새로운 기회의 물결)를 소개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등 물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물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정부·기업·국민 등 모든 주체가 함께 만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우리가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소중한 물의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면서 “과학과 실용에 기반한 스마트 물관리 체계를 마련해 물위기로부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고, 물 기술과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물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 한국인 1인당 하루 302리터 사용

환경부가 공개한 ‘2021 상수도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명은 하루에 302.4리터의 물을 쓴다. 지난 2012년(278리터)와 비교해 꾸준히 늘어난 숫자다. 2020년(295.3리터)과 비교하면 5리터 가까이 늘었다. 참고로 이 숫자는 지자체 수도사업자들이 부과한 요금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계량기를 통해 계측된 수량과 (급수차, 계량기 고장 등) 계량기에 찍히지 않은 기타 사례까지 모두 고려한다. 가정용과 공공용 일반용 욕탕용 공업용(일반수도 관로로 공급되는 양만 포함) 등이 전부 포함된 숫자다. 쉽게 말해 수도사업자가 유료로 부과한 물량을 전체 인구수로 나눴다고 보면 된다.

가정용 사용량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물을 상대적으로 많이 쓰는 편이다. 연합뉴스가 국제물협회(IWA)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가정용수 하루 사용량은 188리터다. 통계치가 있는 29개국 가운데 7위다. 이는 독일(115리터)이나 덴마크(109리터) 스웨덴(109리터) 보다 많고 대만(292리터)이나 일본(232리터)보다는 적은 숫자다.

지구에는 물이 많다. 지표면의 대부분이 물이어서다. 하지만 인류가 바로 마실 수 있는 물이 많은 건 아니다.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지구상의 물의 총량은 14억㎦다. 춘천 소양호 저수량의 약 4억 8000만 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게 곧 인류가 바로 마시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충분하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지구상에 있는 물의 97% 이상은 사람이 바로 마실 수 없는 바닷물이다.

바닷물을 뺀 나머지 2~3%의 물 중에서 70% 가까이는 빙하나 만년설, 영구 동토 등의 형태다. 거기서 남은 30% 중에서는 지하수 비율이 높고 호수나 하천 물은 상대적으로 비율이 적다. 지구 전체 물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이다.

◇ “지구 온도 1.5도 오르면 도시 인구 3.5억 명 물 부족”

물은 인체의 약 70%를 차지하는 생존의 기본 요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물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1.5~2리터다. 아시아경제가 세계보건기구(WHO)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기본적인 생활과 최소의 건강유지를 위해 한 사람 당 하루에 50~100리터리터가 필요하다. 마시는 물, 개인과 가정의 위생을 위해 필요한 물, 세탁에 필요한 물 등이다.

100리터면 충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이 마시고 씻는 물만 필요한 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데도 꼭 필요하다. 식량을 재배하는 농업용수, 가축에게 먹이는 물, 제품이나 에너지를 생산하는 산업 활동에서도 물이 필수다. 더러워진 것을 깨끗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물을 쓰고 그렇게 오염된 물을 버리기도 한다.

정부 블로그 '정책공감'에 따르면 라면국물 150ml를 정화하는데 물 564리터가 필요하다. 된장찌개 150ml를 정화하려면 물 1680리터, 우유 200ml를 정화하려면 물 7500리터가 필요하다. 소주 한 병(360ml)을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로 희석하려면 깨끗한 물 1만 8180리터가 있어야 한다.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한 활동가는 “돈을 물 쓰듯 하는 것이 아니라 물을 돈 쓰듯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가 1.5도 오르면 도시인구 3억 5천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기후변화와 물 부족 사이의 관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9년 영국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빅토리아 폭포 유수량 크게 줄어 1977년과 비교하면 60분의 1 수준이다. 당시 잠비아 대통령은 “최악의 가뭄 속에 폭포 수위가 2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면서 “기후변화 때문에 정치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장 물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아프리카 등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여러 차례 다녀온 한 전직 언론인은 “케냐나 에티오피아 등에 가보면 당장 마실 물도 없는 사람이 많다. 수많은 사람이 오염된 물을 그냥 마시고 쓴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또 병에 걸리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 물이 혹시 내가 버린 물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물을 아껴쓰라고 하면 다들 한 귀로 흘려 듣지만 물이 부족한 사람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은 인류와 동식물의 생존, 사회와 산업 전반의 활동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픽사베이)
물은 인류와 동식물의 생존, 사회와 산업 전반의 활동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픽사베이)

◇ 우리나라=물 부족 국가? 그 오해와 진실

한때 ‘한국은 UN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얘기가 전해졌다. 언론 등에 관련 내용이 보도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일부 잘못 전해진 부분이 있다. 2003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서 1인당 가용 수자원을 자체 조사해 한국을 ‘물 스트레스국가’로 분류했다. 이후 UN에서 이 수치를 인용한 적이 있는데 해당 내용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UN이 물 부족국가로 분류했다”고 알려졌다.

PAI는 UN과 공식적인 관련이 없는 사설 연구소다. 우리나라 정부도 해당 표현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인하고 공식 문서에서 물 부족 국가라는 표현을 없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공식 블로그 등에 이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UN의 실제 언급 여부, 부족이냐 아니면 스트레스냐의 용어상 문제를 빼고도 ‘물을 아껴야 한다’는 전제는 남는다. 당시 PAI가 한국을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한 이유는 비가 여름에 집중적으로 내려 다른 계절에는 가뭄에 취약하고 인구밀도가 높아 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 에너지와 정치 안보에도 영향 미치는 물

물은 에너지 생산에도 깊이 관여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연례 보고서에서 “물 부족 현상 등 기후위기가 불러온 변화가 글로벌 에너지 생산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원자력발전소의 15%가 물 부족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원전으로 전력을 생산하려면 냉각수를 사용해야 하는데 물이 부족하면 발전량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가 해당 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물 부족을 겪는 원전은 15%에서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 부족은 원전뿐 아니라 물을 직접 발전에 이용하는 수력 발전소와 원전처럼 냉각수가 필요한 화력 발전소에도 악영향을 준다. 보고서는 현재 화력발전소의 33%, 수력발전소의 11%가 물 부족으로 발전량에 제약이 생긴 곳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생산 등과 물의 관계는 과거에도 환경단체 등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린피스가 지난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미국 등 경제대국들의 화력발전소와 광산 등 석탄 산업들이 전 세계 물 사용량의 7%를 차지한다. 당시 그린피스는 기존 석탄산업 시설의 44%가 심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건설 예정인 시설들의 절반 정도도 물 부족 지역에 들어서게 된다고 우려했다.

물이 부족해지면 이를 둘러싸고 정치적인 문제나 갈등 또는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2도 증가하면 4억 명 이상의 사람이 물 부족을 겪는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물 부족과 흉작은 기후난민을 발생시켜 이미 자원 부족 사태로 씨름하는 인근 지역으로 밀려나게 만들기도 한다. 책에서는 “물 부족 문제가 빈부 격차에 따라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과거 유럽위원회 소속 JRC 연구진은 앞으로 기후변화 및 지속적인 인구증가로 인해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국가 간 정치문제로 번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아프리카 여러나라를 지나는 나일강, 중국과 인도를 지나는 갠지스-브라마푸트라강, 인도와 티베트를 지나는 인더스 강, 터키와 시리아 및 이라크를 지나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를 지나는 콜로라도 강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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