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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9시간제는 가부장제 강화법...성차별 고착화 우려”

여성계 “성차별 이중구조 고착하는 개악안”
노동계 “몰아서 일하기 법안 즉시 폐기돼야”

  • 기사입력 2023.03.13 17:25
  • 최종수정 2023.03.14 10:01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여성·인권단체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노동자의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건강권 보호 강화, 휴식권 보장, 유연근무 방식 확산을 주장했지만 노동자들은 노동 개혁이 아닌 노동법을 어기는 기업에 유리한 조항들이라고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여성계는 장시간 노동이 성차별 이중구조를 고착화해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계는 장시간 노동이 성차별 이중구조를 고착화해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픽사베이)
여성계는 장시간 노동이 성차별 이중구조를 고착화해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픽사베이)

◇ 여성계 “성차별 이중구조 고착화하는 개악안”

고용노동부는 6일 1주일 단위인 연장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노사 합의로 ‘월·분기·반기·연’으로도 관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몰아서 일하기’는 69시간제라는 주장과 달리 일요일 휴일근무수당 지급까지 더하면 주 80.5시간제가 되고, 전날 근무가 없는 월요일의 경우 10시간을 더할 수 있어 주 최대 90.5시간제로까지 둔갑된다고 지적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한국여성민우회 등 6개 단체의 연대체인 여성노동연대회를 비롯한 37개 여성·노동·시민단체는 정부의 개편안 발표 다음날 “주당 69시간제는 노동자의 건강을 훼손하고 성차별적 이중구조를 고착하는 개악안으로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은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아래서 장시간 노동 강화는 결국 여성의 돌봄노동을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늘어난 돌봄노동과 임금노동 감당이 어려워지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여성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여성단체들은 “장시간 노동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 노동과 돌봄노동을 전제한다. 사회는 늘 여성을 돌봄 전담자로 배치했고 장시간 노동이 강화될수록 이 위계는 공고해진다. 남성들은 장시간 노동 탓에 돌봄의 책임이 면제되고 권리가 박탈된다. 모든 돌봄노동은 여성의 몫이 되고 성별 임금격차는 여성의 돌봄노동 전담과 직장 포기를 합리화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여성노동자들은 시간제나 비정규직처럼 더 취약한 일자리로 이동하게 된다. 독박 돌봄노동이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서 여성은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까지 견뎌내야 한다. 이는 현재 채용 과정에 있는 여성에게도 영향을 끼쳐 여성의 일자리 진입을 차단한다. 남성중심의 장시간 노동체제는 여성의 삶의 주권을 박탈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들은 정부가 제시한 주 69시간제의 허점을 지적했다. 24시간 중 나머지 11시간은 연속 휴식이라고 하지만 식사, 수면, 출퇴근을 하기에도 모자라고 휴일근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주 7일 일할 경우 근로시간은 주 80.5시간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성단체들은 “현재 과로사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노동시간 기준은 ‘발병 전 12주간 주 평균 60시간’ 또는 ‘발병 전 4주 연속 주 64시간’이다. 해당 제도는 과로사에 최적화된 노동시간으로 지독한 장시간 노동이 여성을 얼마나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근로자 대표 선출·활동에 대한 회사 측의 개입·방해·불리한 처우를 금지하는 근로자 대표제 정비 뜻을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 총량 관리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로 도입하고 연장근로는 당사자간 합의로 실시하는 등 직·간접적인 장치를 통해 장시간 근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대다수의 여성노동자가 노동조합조차 없는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용노동부의 말은 허울뿐인 말장난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여성 노동자들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장시간 노동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이정식 장관은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 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고 자평했지만 수치를 모르는 자평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노동에 대한 착취와 여성에 대한 수탈이 아니라 임금 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시간주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노동계 “몰아서 일하기 법안 즉시 폐기돼야”

노동·시민단체들은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개편방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해당 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청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은 최근 성명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14.2%에 불과한 한국 현실에서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망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건강권’이라는 단어도 의미도 잘못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의 개념을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로 설명하고 있는데 정부는 질병의 경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확대한다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거나 1주 64시간 상한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노무사모임은 “근로일 간 11시간의 연속휴식은 9시 출근, 10시 퇴근을 반복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마저도 1주 64시간 적용 시에는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지 않아도 되므로 9시 출근 11시 48분 퇴근을 5일간, 또는 9시 출근 새벽 3시 퇴근을 4일간 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을 통해 제도적 선택지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안에 대해서는 “연차를 모두 소진하는 기업이 40.9%에 불과한 상황에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제대로 작동될 리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 야근갑질 특별위원장인 박성우 노무사는 “정부안은 2004년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상한제’를 넘어 그보다 더 이전인 20년 전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개악시키는 내용이다. 실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일체 기대할 수 없는 법안으로 과로사회, 야근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경총 등 사용자단체만이 쌍수를 들어 정부안에 환영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방증되듯 명백하게 사용자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몰아서 일하기 법안은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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