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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ESG] 치솟는 물가에도 ‘녹색소비’ 가능할까?

지속가능·친환경 녹색소비 관심 많은 요즘 소비자
“환경 영향 생각하지만 지갑 사정이 더 중요해” 목소리도
소비자 실천. 기업 자발적 노력, 정부 정책 정비도 중요해

  • 기사입력 2023.01.30 15:45
  • 최종수정 2023.01.30 16:55

우먼타임스 = 이한 기자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일상 속 경제활동 중에도 친환경 실천에 나선다는 의미다. 그런데 물가 오름세가 이어져 경제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지속가능 소비’에 대한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친환경 소비에 나서라고 말하기 전에 기업이 먼저 그런 제품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제품 가격이 오르고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 순간에도 그런 마음을 잘 지킬 수 있을까? (픽사베이)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제품 가격이 오르고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 순간에도 그런 마음을 잘 지킬 수 있을까? (픽사베이)

최근 한 동안 주목받던 '친환경 소비' 경향에 변수가 하나 생겼다. 에너지난과 물가 오름세가 이어져 제품 구매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이 친환경 가치를 중시할 수 있느냐다. 실제로 요즘은 물건을 살 때 가격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 "친환경 소비 문화..소비자·기업 노력· 정부 조화 필요”

서울 강동구에 사는 소비자 이모씨가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이씨는 “달걀 살 때도 가능하면 동물복지 인증 받은 제품을 고르고 시간 날 때마다 집에서 먼 곳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숍에 일부러 가서 쇼핑했는데 최근 몇 달 간은 싼 물건을 고르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이 씨는 “쓰레기가 덜 나오고 환경에 영향이 적은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내 한 달 살림이 더 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소비자 유모씨는 올해 들어 소비 습관을 일부 바꿨다. 환경에 대한 영향보다는 가성비를 조금 더 생각하게 되어서다. 유씨는 “좋은 옷 한 두개를 사서 오래 입는 게 효율성 면에서도 좋고 물건을 만들거나 버리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더 적어서 예전에는 비싸도 질 좋은 옷을 선호했다. 그런데 요즘은 생활비 지출을 줄이려니 2~3년 입고 버리더라도 저렴한 옷을 여러 개 사는 게 더 이익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과 관계없이 환경 영향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하는 소비자도 있다. 환경도 경제처럼 중요한 문제고, 친환경이 비싸다는 것도 편견이라는 주장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소비자 이모씨는 “경제 문제가 중요하지만 환경도 똑같이 중요하다”면서 “친환경 제품이 무조건 더 비싸다는 인식도 꼼꼼하게 따져보면 편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로웨이스트숍을 꾸준히 이용한다는 이 씨는 “포장 없이 필요한 만큼만 덜어 파는 제품 가격이 오히려 더 싼 경우도 있고, 남겨 버리는 양 없이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으니 사실상 더 경제적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더 많은 비용과 예산을 투입해 친환경 제품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소비자 최모씨는 “소비자에게 분리배출 잘 하라고 독려할 게 아니라 기업들이 먼저 분리배출 잘 되는 제품을 만들고, 환경 영향 적은 제품을 사는 게 ‘현명한 소비’라고 얘기하기 전에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서 ‘현명한 생산’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최씨는 “정부가 그런 정책을 만들고 기업이 그에 따라 친환경 제품을 만든 다음에 소비자들이 그걸 사는 게 맞는 순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 한파는 시베리아가 아닌 북극 냉기에 따른 추위였다는데 이런 기후변화를 앞두고 소비자 실천만 앞세우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등에서도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지난 2020년 지속가능 소비 실천 관련 설문조사 내용을 공개하면서 “지속가능한 환경은 소비자의 실천, 기업의 자발적 노력, 그리고 정부의 정책 정비 이 세 측면이 동시에 이뤄져야 가능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균형 잡힌 참여가 동반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특히 미래 세대를 위해 불필요한 생활 폐기물을 줄이는 재포장 금지와 같은 규칙은 제조, 유통 및 판매 업체와 정부, 시민사회가 적극 참여해서 이루어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 우리나라 소비자...친환경 실천에 관심이 정말 많았다

소비자 목소리에 기업과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환경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늘려왔기 때문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유튜브 댓글을 통해 분석한 우리나라 환경 관련 인식 빅데이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경 관련 유튜브 댓글량은 2017년 1분기 40건에서 2022년 3분기 3만 3,206건으로 약 8만 2,915% 늘었다. 댓글 수 자체가 적은 2017년을 제외하더라도 해마다 1.7배(2018→2019년), 2.2배(2019→2020년), 3.5배(2020→2021년)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유튜브 댓글에서 가장 주요하게 언급되는 환경 이슈는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해양쓰레기(플라스틱), 친환경 소비 및 생활 실천 등 4가지로 나타났다. 이들 중 기후위기가 누적 댓글 5만 640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 해양쓰레기(플라스틱. 3만 4,832건), 생물다양성(1만 4,950건), 친환경 소비(7,902건) 순으로 나타났다. 환경 관련 이슈에 대한 관심도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친환경 소비에도 소비자들이 관심이 쏠라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문제와 (친환경 관련) 실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2022년 유튜브 댓글 데이터 감성분석 결과 가장 부정적인 키워드로 ‘플라스틱’이 꼽혔다. 플라스틱은 환경 이슈에 대한 긍정적인 키워드가 늘어나는 가운데 일관적으로 부정 키워드로 등장했다.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다수의 상품들이 부정적인 단어로 추출되어, 플라스틱 소비에 대한 경각심이 주요하게 드러났다.

반면, 2022년 가장 긍정적인 키워드는 ‘실천’이다. 기금은 “2018년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실천, 생활 등의 단어가 2022년에는 긍정 감성 단어로 새롭게 등장하면서 환경 보호에 대한 실천의지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진단했다. 같은 맥락에서 2018년엔 부정 감성이 주를 이룬 소비라는 키워드가 2022년엔 긍정 감성을 띄는 단어로 반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기금은 이에 대해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전엔 단순히 환경 보호에 부정적인 행태로 여겨진 소비 행위가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소비자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더 많은 비용과 예산을 투입해 친환경 제품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픽사베이)

◇ “젊은 세대·여성 소비자 친환경 행동 비율 상대적으로 높다”

젊은 세대 또는 여성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연구도 있다. 스마트학생복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1.4%가 있다고 답했다. 무라벨 생수병 등 분리수거가 편리한 제품이나 재사용컵 또는 에코백 등 다회용품을 구매해봤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해당 조사 응답자는 대부분 10대~20대 소비자였다.

한화투자증권이 발간한 ‘2022 MZ세대 투자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특히 Z세대 여성이 친환경 행동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한화투자증권은 “Z세대 여성은 친환경 배송 서비스 이용, 디지털 환경 보호 실천, 친환경 제품 구입, 채식·비건 실천’ 등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3명 중 1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해봤고 이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에 추가로 돈을 낸 경험이 있다. 추가 비용을 지불한 비율은 Z세대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이들이 ESG를 고려해 제품이나 서비스에 돈을 더 낸 이유는 친환경(61%)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인식은 최근 수년 간 꾸준히 높아졌다. 지난 2020년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한국피앤지가 국내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 행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당시에도 응답자의 95% 이상이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 지속가능소비에 대한 관심...고물가 추세에서도 이어질까?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5.5%가 “환경오염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81.6%의 응답자는 “환경문제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추구하는 생활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답했다. 당시 한국피앤지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는 더 이상 실천하면 좋은 행동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필환경 시대’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소비 습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 사람도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82.2%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다만, 이들 중 실제로 지난 3개월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한 응답자는 25.5%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응답자의 73.3%는 “제품을 구입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편의성을 포기하더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답했으나, 실제 포장이 간소하거나 제조에서 폐기까지 자원이 절약되는 농축 제품을 의식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인원은 10.9%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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