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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산재 분석했더니...“원인은 과로와 갑질”

최근 3년 자살 산재 현황 분석 국회 토론회 개최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판정서 161건 전수 분석
직장 자살 원인은 과로, 징계·인사처분, 직장 내 괴롭힘 순

  • 기사입력 2022.12.21 14:38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자살을 산업재해라고 인정한 업무상 질병판정서 161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자살의 주요한 요인은 과로와 갑질이었다. 근속연수가 적을수록 자살 산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자살 산재 현황을 분석하는 국회 토론회가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필요한 법제도 개선과 정부의 정책 변화를 요구했다. 

최근 3년 자살 산재 현황 분석 국회 토론회가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직장갑질119)
최근 3년 자살 산재 현황 분석 국회 토론회가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직장갑질119)

직장갑질119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3년간 근로복지공단이 자살을 산업재해라고 인정한 업무상 질병판정서 161건을 입수해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중복 사유를 포함해 과로로 인한 죽음 58건(36%), 징계·인사처분 52건(32.3%), 직장 내 괴롭힘 48건(29.8%) 순으로 나타났다.

근속연수별로는 근속이 적을수록 자살 산재에 취약했다. 근속연수가 1년 미만일 경우 18%, 5년 이하일 경우 50%로 근속이 적은 노동자의 자살 산재 취약성이 컸다. 

직장 자살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는 과로사 방지법, 정신질환 검진제도 도입,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등이 제시됐다. 자살 산재 은폐를 막기 위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제대로 된 심사, 업종·직종별 자살 모니터링 강화, 사업장 자살의 경우 입증책임 사용자 부과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직장갑질119 측은 “작년 한 해 자살로 인해 산재를 신청한 경우가 158건이었고 자살의 원인은 과로와 갑질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 상한제를 주 90.5시간까지 가능하게 하는 ‘과로사 촉진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직장 내 괴롭힘’ 산재 신청에 불이익당하는 피해자들

노무법인 세울 임혜인 노무사는 토론회에서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몇몇 사례를 제시하며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에 대해서 발표했다. 임 노무사에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1135건 중 약 40%에 달하는 450건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메일이었다. 피해자들은 불안(27.3%), 우울(24.2%), 불면(18.2%), 자살 충동(13.3%) 등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산재 신청을 하자 사업주로부터 불이익을 당한 사례도 잇따랐다. 산재 신청 후 피해자를 해고한 사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는 보험가입자 의견서에 피해자가 평소 과소비를 했고 산재 신청 또한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2차 가해성 내용을 기재한 사례, 의견서 제출을 지연해 산재 처리 기간을 고의적으로 지연한 사례가 여기 해당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여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직장 내 괴롭힘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정 전문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우울증과 불안 증상과 같은 정신건강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일부 직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업무 수행을 향상시킨다는 그릇된 믿음이 존재하는데 특히 보건의료 계통에서 만연해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일어나기 쉬운 조직 및 사회적 조건에 초점을 맞춰 구조적 문제를 더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노동자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지난 3년간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그 원인이 드러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를 우리 사회가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 자살 산재 60% 은폐...“제도적 개선책 마련해야”

노무법인 삶 최승현 노무사는 자살 산재의 절반 이상이 은폐되고 있음을 짚었다. 최 노무사는 “자살 산재 중 약 60%가 은폐되고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제대로 된 심사, 업종·직종별 자살 모니터링 강화, 사업장 자살의 경우 입증 책임 사용자 부과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률사무소 일과 사람 권동희 노무사는 산재 은폐를 비롯한 자살 산재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제안했다. 자살 산재 인정 사유와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과로, 징계·인사처분은 주요한 요인이지만 반대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은 사건, 과로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거나 과로 요인이 없는 사건, 징계 및 인사처분이 사용자의 정당한 인사권으로 판정된 사건에서는 소극적으로 판단하는 경향도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권 노무사는 “자살은 업무상 사고로 분류되는 것이 타당하고 은폐된 산재 자살에 대해 ‘자살 수사 매뉴얼’ 등이 개발돼 일선 경찰에 배포·활용돼야 한다. 근속 년수가 적을수록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업무상 사고뿐만 아니라 자살에도 동일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정신질환 자살을 사전에 체크할 수 있는 검진제도 도입을 고민하고 산업안전보건법 등 규칙을 개정해 장기적으로 과로사방지법 등 법제화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공공기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용 의원은 “모멸적 실적 압박,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고도 참아야 하는 업무 환경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부당업무지시 불이행 징계 금지법을 비롯해 실효성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자살 산재를 제대로 파악하거나 유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노력을 늘리고 자살 산재가 은폐되지 않도록 공공기관의 적극적 역할과 제도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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