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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100대명산 ⑦ 방장산] 불로초 숨겨진 '호남의 삼신산'

전남과 전북 가르는 노령산맥 줄기

  • 기사입력 2022.12.19 10:35
  • 최종수정 2023.02.01 09:54

우먼타임스 = 박상주 편집국장

중국 진시황제는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었습니다. 신하들에게 불로초를 찾아 오도록 명을 내렸습니다. 제(齊)나라 사람 서불(徐市)이 진시황에게 아뢰었습니다. 

“바다 건너 동방의 나라에 삼신산(三神山)이 있습니다. 신선들이 살고 있는 봉래산(蓬萊山)과 방장산(方丈山)과 영주산(瀛洲山)입니다. 신선들은 불로초를 먹으면서 불로불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신이 바다 건너가서 불로초를 구해오겠습니다.”

서불은 동남동녀 수 천 명을 데리고 신선을 찾으러 삼신산으로 떠났습니다. 서불이 말한 삼신산은 어디일까요? 후세 사람들은 금강산과 지리산과 한라산을 삼신산으로 꼽습니다. 금강산과 지리산, 한라산이 각각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서불은 불로초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진시황도 결국 병을 얻어 죽고 말았으니까요.

별명이 아니라 본명을 방장산으로 쓰는 산이 있습니다. 바로 전남 장성과 전북 고창에 걸쳐 있는 해발 743미터짜리 방장산입니다. 방장산은 부안 변산과 정읍 두승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불립니다. 전북과 전남을 가르는 노령산맥 줄기입니다.

오늘은 겨울산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방장산으로 떠납니다. 서불이 말한 방장산이 호남 방장산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운이 좋으면 산신을 만나 불로초 한 뿌리 얻을수도 있겠습니다. 

기상청에서 올겨울 최고 한파가 닥친다고 예보합니다.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뚝 떨어졌습니다. 눈이 소담지게 내립니다.

겨울 산행의 제맛을 느끼려면 이런 날 떠나야 합니다. 배낭을 둘러 메고 집을 나섭니다. 엄동설한에 미친 짓 아니냐고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겨울산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입니다. 방장산 겨울산행을 같이 떠나 보실까요?

장성 갈재에서 차를 내렸습니다. 갈재는 해발 276미터의 고개입니다. 노령(蘆嶺)이라고 부르기도하지요. 걷거나 말을 타고 이동하던 시절, 갈재는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갈재는 입암산과 방장산과 내장산을 연결합니다. 노령산맥을 가로질러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와 전남평야를 이어줍니다. 예전엔 과거 보러 가는 선비나 봇짐장수들이 넘나들면서 꽤 붐비던 고개였습니다.

그렇게 붐볐다는 갈재엔 인적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거센 눈보라가 그 고적함을 더합니다. 칼바람이 옷깃을 헤집습니다. 사나운 날씨입니다.

오늘 산행은 갈재에서 시작을 해 쓰리봉~봉수대~방장산정상~고창고개~억새봉~벽오봉~문너머재~월곡산림욕장을 거쳐 공설운동장에서 마무리를 하는 12킬로미터 방장산 종주 코스입니다.  

쏟아지는 눈보라를 맞으며 산을 오릅니다. 쓰리봉까지 1.9킬로미터는 꾸준한 오르막입니다. 마루턱이 나타나는 듯 싶다가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집니다. 

세찬 눈발이 얼굴을 때립니다. 모자를 눌러씁니다. 고개를 숙이고 걷습니다. 얼마를 걸었을까요. 누군가 “여기가 쓰리봉”이라고 말합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등산로 한쪽으로 비켜선 봉우리 바위 틈에 쓰리봉 푯말이 눈을 맞으면서 서 있습니다. 쓰리봉은 그 모양이 써래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쓰리봉 주변의 바위 모양을 살펴보니 뾰족뾰족 써래를 닮은 바위들이 있기는 합니다. 

쓰리봉부터는 오르락 내리락 능선길입니다. 호남평야를 거침없이 질주해온 북풍이 거세게 몰아 칩니다. 겨울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은 오르막이 아닌 능선길입니다. 골을 타고 올라온 찬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기 때문입니다. 눈발이 수평으로 날릴 정도입니다. 

얼굴이 얼얼합니다. 앞 머리카락에 맺혀 있던 땀이 고드름으로 변합니다. 장갑 속의 손과 등산화 속의 발이 곱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이따금 장갑을 벗어야 합니다. 능선길에 핀 예쁜 눈꽃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나뭇가지마다 화사하게 피어 오른 눈꽃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습니다. 한 겨울 눈꽃은 봄날의 진달래나 가을철 단풍 못지 않게 화사합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상고대는 겨울산만이 빚어낼 수 있는 마술입니다. 순백의 옷으로 갈아입은 겨울산은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답습니다.

눈보라가 걷힙니다. 구름 사이로 해님이 얼굴을 내밉니다. 시야가 툭 트인 봉우리에 올라섰습니다. 방장산 정상인 줄 알았더니 봉수대입니다. 지나온 능선을 돌아봅니다. 눈구름이 물러가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마치 히말라야 정상에라도 오른 듯한 풍광입니다. 

정상까지는 아직 1킬로미터를 더 가야 합니다. 다시 오르락내리락 능선길이 이어집니다. 꼬깔 모양의 뾰족한 봉우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방장산 정상입니다. 

발 아래 설국이 펼쳐집니다. 산도 들도 하얀 눈에 덮였습니다. 어느새 파랗게 개인 하늘엔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떠다닙니다. 동쪽으로 내장산국립공원의 굵은 산줄기들이 달립니다. 서쪽으로 드넓은 호남 벌판이 열립니다.  그 너머로 선운산과 서해의 윤곽이 가물거립니다. 산과 들과 바다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고창고개와 억새봉 방면으로 하산을 합니다. 지금 발 밑의 능선은 전북과 전남을 가르는 경계선입니다. 억새봉에 도착했습니다. 커다란 능처럼 생긴 봉우리입니다. 봉우리 한 귀퉁이에 설치된 데크엔 텐트 몇 채가 눈에 뜁니다. 이런 강추위에 야영을 하면 얼마나 추울까요.  

벽오봉을 거쳐 문너머재로 내려갑니다. 집 채 만한 배낭을 지고 올라오는 일군의 백패커들을 만났습니다. 젊고 밝고 훤칠한 선남선녀들입니다. 싱싱한 젊음을 보니 부럽습니다.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세상을 뒤졌던 진시황의 마음을 이해할 만 합니다.

문득 모든 산엔 불로초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산행을 꾸준히 하면, 늙지 않고, 잔병 치래도 하지 않고, 마음이 젊어집니다.

폭한과 폭설에 굴하지 않고 산을 찾는 선남선녀들이야말로 불로초가 어디 있는 지를 아는 신선들 아닐까요?

혹시 춥다고 방안에만 웅크리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어깨 활짝 펴고 산에 오르십시오. 겨울산이 불로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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