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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새 숙제...키오스크는 모두에게 편리한가?

늘어나는 무인 단말기...편리함 속 불편 느끼는 사람들
“노인·장애인 접근성 더 개선되어야” 지적 꾸준히 제기

  • 기사입력 2022.12.08 14:52

우먼타임스 = 이한 기자

무인 정보 단말기 키오스크가 늘어나는 추세다. 편리함을 앞세우지만 한편에서는 반대로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있다. 새로운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나 신체적 제약을 지닌 장애인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 너머의 영역이기도 하다. 단말기 접근성이 지금보다 더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

12월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프트웨어대전에서 부스 관계자들이 고령인과 장애인을 위한 자율형 모빌리티 키오스크를 시연하는 모습.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12월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프트웨어대전에서 부스 관계자들이 고령인과 장애인을 위한 자율형 모빌리티 키오스크를 시연하는 모습.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한국소비자원이 2021년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민간분야 키오스크 수는 2만 6754대다. 요식업 및 생활편의 분야는 2019년에 비해 키오스크가 4배 이상 늘어났다.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여러 분야에서 키오스크가 늘어나는 추세다. 집계되지 않은 숫자를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은 무인 정보 단말기가 일상 속 곳곳에서 이용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소비자 46.6% “키오스크 불편이나 피해 경험한 적 있다”

사람들은 키오스크를 편리하게 잘 쓰고 있을까? 지난 11월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 동안 불편이나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46.6%(233명)가 있다고 답했다. 

키오스크가 불편한 이유는 주문이 늦어져 뒷사람 눈치가 보이거나(52.8%), 조작이 어려우며(46.8%), 기기 오류(39.1%)를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6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조작 어려움(53.6%)’이 가장 불편하다고 답했는데 노년층은 다른 세대에 비해 ‘주문화면의 작은 글씨’로 인한 불편(23.2%)도 많이 언급했다. (복수 응답)

소비자가 겪은 불편이나 피해 사례는 다양했다.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외식업에서는 주문 실수를 인지하지 못해 다른 상품을 받은 사례(93.9%)가 많았고, 대형마트 등 유통점포에서는 상품 변경 불가(30.4%), 주차장에서는 주차 할인 등 미적용(28.6%)을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 응답)

소비자들은 키오스크가 지금보다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문 응답자 중 88.2%(441명)가 기기 이용을 도와줄 직원을 근처에 배치하거나 호출벨을 설치하는 등 편의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84.8%(424명)는 업종 또는 브랜드마다 다르게 설정된 주문 순서, 조작 방법 등 기능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키오스크 이용 만족도(5점 만점)를 평가한 결과 전체연령 평균 만족도는 3.58점이었다.

◇ 무인 정보 단말기 사용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

키오스크를 둘러싼 지적을 한번 살펴보자. 우선 고령층 이용에 관한 문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진행한 2021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일반 국민 대비)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9.1%다. 지난 2020년(68.6%)보다 높아졌으나 고령층은 여전히 IT 관련 정보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뜻이다. 60대보다는 70대가, 70대보다는 80대 이상이 더 그렇다. 앞서 언급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60대 이상은 3.31점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노인들은 젊은 세대에 비해 무인 주문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에 사는 유모씨(68)는 “아파트 1층에 무인카페가 있는데 키오스크 주문만 가능해서 잘 가지 않는다. 사용법을 모르면 직원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무인카페는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모씨 남편(74세)은 “직원에게 물어보려면 ‘나이 든 사람이라 그런 것도 모른다’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 그냥 키오스크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또래 중에도 사무실에서 컴퓨터 사용을 자주 해본 사람은 상대적으로 무인 주문에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기자가 방문했던 식당에서도 한 노부부가 키오스크 주문을 망설이다 잠시 후 주차를 마치고 들어온 젊은 일행이 자리를 잡고 나서야 메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디지털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음식이나 커피 주문 뿐 아니라 기차나 택시를 잡거나 영화를 예약하는 일도 이제는 대부분 단말기로 이뤄진다. 빠르고 간편하지만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점점 불편해진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 2018년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역량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매장 키오스크.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매장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우먼타임스)
사진은 서울 한 매장 키오스크.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매장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우먼타임스)

◇ 키오스크 향한 또 다른 질문...장애인 접근성 괜찮나?

노인들만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는 게 아니다. 장애인에게도 때로는 키오스크가 ‘벽’이 된다. 소비자원도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조사 대상 키오스크 대부분이 KS 표준대로 설계하지 않아 접근이 낮다”고 지적했다.

올해 2월 개정된 키오스크 KS 표준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에 따르면 단말기 표면에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폰트 크기는 12mm 이상으로 하며 화면 높이도 최대 1,220mm 초과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권고한다. 장애인이나 고령자도 키오스크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

소비자원이 서울과 경기지역 공공·민간분야 키오스크 20대를 대상으로 해당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한 결과 60%(12대)는 키오스크 기기 자체 또는 첫 화면에 이용 방법을 표시하지 않는 등 해당 지침에 부합하지 않았다. 조사 대상 중 70%(14대)는 표준에서 정한 글씨 크기 보다 작았다.

소비자원은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키오스크는 거의 없다고도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이 쉽게 이용하려면 점자나 음성안내 또는 지시등 신호 등을 이용한 정보 전달이 필요한데 키오스크는 그런 기능이 없거나 부족했다.

◇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당시 소비자원은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점자 표기가 있거나 키오스크 근처에 다가갔을 때 사람을 인식해 음성안내가 나오는 등의 장치가 필요하지만 이 기능이 탑재된 키오스크는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발권기 1대뿐이었고, 이 또한 화면 유지 시간이 짧아 표시된 점자를 읽는 동안 선택 내용이 초기화되는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인주차장 키오스크 이용 중 오류가 발생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경우 직원과의 유일한 소통 수단이 호출 버튼을 이용한 전화 통화여서 음성을 인식하기 어려운 청각장애인은 사실상 소통 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휠체어 사용자가 터치스크린을 조작할 수 있는 최대 높이(1,220mm)를 기준으로 접근 가능 여부도 확인했다. 그 결과 20대 중 17대(85%)는 터치스크린 높이가 해당 기준보다 높았다. 나머지 3대만 휠체어의 전면 또는 측면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소비자원은 판단했다. 키오스크 아래 받침대 역할을 하는 단차가 있어 접근이 어렵거나 화면 높이 조정 기능을 갖췄지만 메뉴 선택 후 결제화면에서는 일부 버튼이 1,220mm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장애인의 키오스크 이용 접근성 개선에 대한 지적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19년에도 국회 ‘정보접근성 세미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다. 당시 문현주 충북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무인 단말기가 장애인 접근성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단말기 화면이 높고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휠체어 사용자가 보기 어렵거나 점자 레이블이 없어 시각장애인은 버튼이나 레버가 어디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세미나에서는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과기정통부 등으로 분산된 정보접근성 관련 부처와 업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최근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관부처에 업종별 키오스크 기능·설계 표준화를 건의했고 조사 대상 사업자에게는 고령자·장애인 등 디지털 약자층 키오스크 접근성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내년 1월 28일부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키오스크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 제공을 의무화하는 법률이 시행될 예정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2021.7.27. 일부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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