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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아시나요?"…신동인 원장 대담

2020년 9월, 환경부 소속기관으로 설립
기관 발족 3년차 맞아 원장 단독 인터뷰

  • 기사입력 2022.11.08 17:11
  • 최종수정 2022.11.08 23:39

우먼타임스 = 유진상 대기자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야생동물로 인한 인수(人獸) 공통 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같은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시료 진단·분석과 기술 개발 등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예찰, 역학조사, 방역까지 전문적 대응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사람·동물·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헬스(One-Health) 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설립했다. 다소 생소한 이 기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8일, 신동인 원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한국야생동물질병관리원 신동인 원장이 우먼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과 대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진상 대기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신동인 원장이 우먼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과 대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진상 대기자)

"원헬스(One-Health) 개념을 바탕으로 종간 전파를 고려한 사람과 동물, 생태환경까지 통합적 질병관리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야생동물에 대한 연구와 감시를 비롯 방역까지 체계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사람과 가축에 대한 질병 확산에 대한 예방·차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질병관리원의 임무에 대해 축약해서 설명을 해달라는 질문에 신동인 원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대답이 부족했던지 곧바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 차원에서 야생동물 질병에 대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과제로 부상했다"며 "사람과 생태계 전반의 건강성 확보에 기여하고, 조류인플루엔자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에 대한 질병 대응·연구를 강화해서 야생동물질병 전문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연구시설은 지하에 구축, 접근 엄격히 통제

질병관리원은 전남 광주광역시 광산구 외곽에 위치해 있다. 외곽 건물과 달리 연구시설은 지하에 구축돼 마치 군부대 벙커를 연상케 한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기관인 만큼 철저한 보안과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다. 신 원장과 함께 시설을 돌아보며 기관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신 원장은 "최근 코로나19, 원숭이두창 등 사람과 동물간 영향을 줄 수 있는 야생동물 질병에 대해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사람과 관련된 질병은 질병관리청, 가축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담당해 왔다. 그러나 야생동물 질병을 전담해서 관리하는 기관은 없었다.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대응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고 부연 설명했다.

지난 몇 년 간 코로나19는 국제사회의 핵심 이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코로나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전파한 매개체로 박쥐나 천산갑 같은 야생동물을 주목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원인을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잇따라 원숭이두창까지 발생하며 인수공통 감염병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연구원들이 전국에서 의뢰한 가검물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들이 전국에서 의뢰한 가검물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 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최초 발생하면서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는 의외로 컸다. 야생동물로부터 시작된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전파되기 전,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비용과 효과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질병 연구와 대응 문제가 사람과 가축에 맞춰지다 보니 인수공통감염병과 같은 야생동물에 대한 연구와 정책은 등한시 했던 것도 사실이다. 신 원장도 이점에 대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최근들어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했지만 국제적으로도 이와 관련된 전문기관은 많지 않다"면서 "늦었지만 우리도 선제적 이 분야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기관을 설립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원 개원으로 과거 현황 통계관리와 질병 발생 이후 단편적 사후대응 수준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으로 정책 개발과 체계적인 사후 대응 체계가 갖춰진 것으로 판단된다.

◇ 기관 최대 목표는 질병대응으로 생태계 공존

질병관리원의 업무 영역은 두 개 축으로 구분된다. 한 축은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야생동물질병 대응이다. 또 다른 축은 조사·연구 고도화, 신기술 활용과 함께 인프라 구축을 통해 야생생태계 보호를 하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매년 가을부터 봄까지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야생조류 분변·폐사체 예찰을 통해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를 감시하고, 검역본부와 공유해서 방역해 오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전자 변이 분석을 통한 전파 경로 추정과 종별 감염성 연구로 심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그 중심에 질병관리원이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신 원장은 "실제로 올해 10월 검역본부에서 조사한 천안 봉강천 원앙과 우리 원에서 검사한 백령도 매에서 거의 유사한 고병원성 인플루엔자(H5N1형)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여 전파 경로 추정에 이용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유정란을 활용한 바이러스 배양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크게 유행했던 2016년 겨울, 가금류 3800만 수가 살처분되고, 비용도 3600억원이 투입됐다. 반면 지난 겨울 국제적인 대규모 유행에도 국내 가금류 발생은 48건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관기관의 체계적인 예찰과 정보공유를 통해 유기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란 평가를 내린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이 우려됨에 따라 올해 4월부터 전국의 모든 멧돼지 포획 개체와 폐사체에 대해 전수 검사와 서식 밀도를 관리하는 상시 관리대책을 유지 중이다. 대책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와 환경부가 수색과 방역 조치를 통해 멧돼지에 의한 질병 확산 차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 원장은 "무엇보다 야생생태계 보호를 위해 야생동물 질병 진단법 개발, 신기술을 활용한 야생동물 식별과 백신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금년 말까지 누계로 총 20종을 개발해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야생동물 질병을 확인, 대응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멧돼지 분리 바이러스를 토대로 바이오기업과 대학간 협력을 통해 백신 후보주를 만들고, 미국 개발 백신후보주의 효과성도 동시에 검증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백신후보주의 효과성이 검증될 경우, 이를 활용한 미끼백신 제작을 목표로 연구를 강행할 계획이란다.

◇ 미끼백신 활용으로 야생동물 질병 확산 차단

미끼백신은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목적동물이 선호하는 음식에 백신을 끼워 놓는 형태이다. 축사의 가축은 주사 형태로도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야생동물은 사람이 일일이 접종하기란 쉽지 않을뿐더러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국제적으로 가장 크게 유행했다. 올 겨울 철새 이동을 따라 해외 서식지에서 감염된 겨울 철새가 국내 서식지로 유입되면서 국내  조류인플루엔자 유행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와 관련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달 초 기준으로 고병원성  AI는 야생조류에서 10건, 가금류 농장에서 3건이 발생해 예년에 비해 한 달 정도 시기가 빨라져 긴장하고 있다"면서 "질병관리원은 초기 바이러스 검출을 위해 신속한 진단체계 인프라 보강에 나섰다"고 답했다.

철새 유입이 시작되는 지난 9월부터 내년 봄까지  주요 철새도래지, 초기감시종(원앙, 고방오리 등)의  주요 서식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예찰과 역학조사 중이다. 또한 농림부를 포함한 범부처 협조체계를 구축,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방지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 질병대응 비용 낮추고, 생태계 건강성 회복에 주력

질병관리원은 국제적인 최고 야생동물 질병 연구‧관리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되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대내적으로는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을 비롯, 대외적으로 질병관리청, 농림축산검역본부, 16개 야생동물구조센터까지 유기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다.

바이러스 샘플 보관 냉동실
바이러스 샘플 보관 냉동실

이러한 협력 체계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야생동물에서 유래하는 현안 질병 대응을 통해 사회의 전체적인 질병대응 비용을 낮추는 데도 기여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건강성 획복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도적 역할도 수행할 계획이다.

신동인 원장은 "결국 인류와 야생동물이 같은 생태계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본적 관점에서 관계기관과 협업을 통해 사람·가축·야생동물 간 감염병 방역체계 확립에 기여하겠다"면서 "야생동물 질병 대응과 연구를 위한 전문기관장으로서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동인 원장은
학력) 연세대 행정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경남대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경력) 행정고시 42회로 공직 입문,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기후변화협력과,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파견근무, 국립생물자원관 전략기획과장,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지구환경협력과장·수자원관리과장,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한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역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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