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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살리는 기업] ③ SK “재무 숫자로 기업가치 정하지 말자”

2030년까지 탄소 2억 톤↓...전 세계 감축량의 1%
“친환경·ESG 적극 실천은 선대 회장 유지 이은 것”

  • 기사입력 2022.10.27 16:13
  • 최종수정 2022.10.27 16:16

우먼타임스 = 이한 기자

기업 목표가 이윤 추구에만 머무르던 시대는 지났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두루 챙기자는 ESG의 중요성이 커지면서다. 최근에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른다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국내 기업들은 이런 경향에 맞춰 환경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렸다.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며 자원순환을 고려해 친환경 제품을 많이 만들겠다는 선언이 잇따른다.

자원을 많이 쓰면서 자연을 마구 훼손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가능 발전을 새 목표로 삼은 요즘 기업들의 움직임을 연재한다. 세 번째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SK다. [편집자 주]

기업들이 저마다 ESG의 중요성을 내세우는 가운데 SK그룹은 CEO 주도로 관련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10월 21일 ‘2022 CEO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요소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해 지속적인 성장성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경영이나 사회공헌 같은 중요한 가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월 20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2022 CEO세미나'에 참석해 경영 시스템 혁신에 관한 발표를 듣는 모습.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월 20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2022 CEO세미나'에 참석해 경영 시스템 혁신에 관한 발표를 듣는 모습. (SK)

◇ “SK 투자의 많은 부분은 탄소 감축 위한 노력”

SK는 전사적으로 ESG 관련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9월 미국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감축량의 1%인 2억 톤의 탄소 감축에 기여한다’는 넷제로 청사진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SK 투자의 많은 부분이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이틀 앞서 SOVAC 오프닝 행사에서는 “새로운 위기와 사회문제는 어느 한 개인과 기업의 획기적인 방식보다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연결과 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했다.

최 회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기업의 가치를 무슨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느냐’는 질문과 연결된다. 그는 8월 열린 이천포럼에서 “이제는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수치로 기업가치가 좌우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업이익만으로는 기업가치 차이를 설명할 수 없으며 기업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는지 여부가 기업가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이제 기업에게는 뭐가 중요할까?

이천포럼은 2017년 최 회장이 사회·경제적 요구를 잘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통찰력을 키우는 토론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해 시작한 행사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도 SK 그룹에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할 많은 기술력과 새로운 비즈니스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환경 경영의 두 축...탄소 줄이고 에너지 효율화

SK의 환경경영 행보는 크게 두 가지 축이다. 탄소를 줄이고 에너지를 효율화하는 행보다. SK는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국내 기업 최초로 가입했다. 이는 최 회장이 “관계사 각각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과 환경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한 후 보인 행보다.

이어 2050년 이전까지 넷제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결의한 뒤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를 SK가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테크기업과 친환경 기술 생태계를 구축했고 세부적 방법론과 구체적인 목표를 공식화했다.

SK는 최근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면서 최 회장이 강조한 넷 제로 경영을 구체화하고 있다. 2020년 수소사업추진단을 만들어 수소 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수소 관련 투자도 늘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에너지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과거 필름 회사였던 SKC는 2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그린 기업으로 전환했다. SK건설은 사명을 ‘에코플랜트'로 바꾸고 친환경 기업으로 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환경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SK 그린캠퍼스’를 올 1월 오픈했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SK그린테크노캠펴스’도 2027년 출범 예정이다.

◇ 그룹사 전반에 걸친 전사적인 환경 실천

이런 흐름 가운데 SK 그룹사는 최근 환경 관련 분야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꾸준히 보인다. 주요 계열사 사례를 보자.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최근 기업 새 비전이 ‘올 타임 넷제로’라고 밝혔다. 창립 100주년이 될 2062년에는 회사 설립 이후 배출한 모든 탄소를 상쇄한다는 내용이다.

김준 부회장은 이 계획이 앞선 세대의 책임을 실천하고 미래 세대에게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물려주는 약속이라고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탄소배출 없는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고 플라스틱 재활용과 같은 순환경제를 실현해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 앞선 지난 13일에는 SK케미칼이 친환경 플라스틱 선순환 협업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네이버와 협업해 플라스틱 소재를 도입하려는 중·소상공인을 돕기로 했다. SK케미칼의 지속가능 패키징 솔루션(SPS)을 활용해 제품이나 용기를 만들려는 사업자를 발굴해 지원한다.

SK케미칼에 따르면 SPS는 재생 원료를 사용한 소재와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활용하면 쉽게 버려지고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 문제를 줄일 수 있다. 협약에 따라 SK케미칼은 네이버와 함께 상품의 유통과 소비 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을 줄이고 플라스틱 소재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한다. SK케미칼은 올해 4월 주주총회에서도 플라스틱 폐기물 순환경제 인프라를 확대하는 등 그린·바이오 산업을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가스는 9월 7일(푸른하늘의 날) 구성원과 함께 ‘제로 웨이스트 데이’를 진행했다. 이날 사내 카페에서 텀블러를 쓰고 구내식당에서 남는 음식 제로를 실천하며 종이 사용을 줄이는 등 여러 활동을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일상에서 직접 환경보호를 실천하자는 취지다.

지난 10월 '2022 CEO세미나'에서 SK 계열사 대표들이 경영 시스템 혁신 관련 내용을 논의하는 모습. (SK)
지난 10월 '2022 CEO세미나'에서 SK 계열사 대표들이 경영 시스템 혁신 관련 내용을 논의하는 모습. (SK)

◇ ‘그린 기술’ 개발하고 정부·기업과 적극 협력

환경 관련 새 기술을 개발하거나 그룹 본사 차원에서 정부 부처 등과 협력하는 사례도 있다. SK텔레콤과 SK에너지는 9월 한국전기연구원 등과 손잡고 신재생 에너지 가상 발전소 기술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가상 발전소는 개인이나 사업자가 각 지역에서 태양광이나 풍력 등을 활용해 소규모로 생산하는 신재생 에너지를 플랫폼으로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에너지 자원의 고갈, 탄소 배출량 감소 등 환경 이슈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에너지 관리 기술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을 ‘영(0)’으로 만들겠다는 그룹 차원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린 AI 분야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SK그룹이 산립청과 손잡고 국내외 산림산업과 ESG를 연계해 상호협력하기로 했다. 황폐화 방지사업이나 탄소배출권 관련 해외 사업을 발굴하고 산림복원과 사막화 방지 사업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기업 탄소중립이나 친환경 활동 활성화를 지원하는 산림효과 지표를 발굴하거나 연계하는 방안도 같이 검토한다.

이와 관련해 (당시 기준) SK임업이 산림청과 파트너십을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REDD+ 사업 추진을 준비했다. 국내에 보유한 산림에서는 탄소상쇄사업도 추진했다. 국내 사유림을 대상으로 대리경영을 통해 탄소흡수원을 확장하는 산림경영도 진행한다. 참고로 REDD+는 개발도상국의 산림 전용 및 황폐화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활동이다.

◇ “선대 회장 유지 이어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강화”

ESG 활동에 적극적인 분위기에 대해 SK는 최태원 회장이 최종현 선대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는 최종현 선대 회장이 “기업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으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조림과 인재 양성에 집중하며 ESG 경영의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들 최태원 회장이 유지를 이어받아 탄소감축 경영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며 ESG 경영을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시켜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종현 선대 회장은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를(현 SK임업) 설립해 천안 광덕산 등을 사들여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 사업을 시작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선대 회장이 조성한 숲은 서울 남산의 40배 크기다.

최태원 회장은 ESG를 그룹 핵심 성장동력원으로 삼고 경영체질의 전반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ESG 인재 양성을 위해 연세대와 강원대에 관련 강좌를 개설했고 지난 해에는 연세대 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더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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