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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SPC에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는?

고인 빈소에 빵 박스 보내...사측 "직원이 상을 당하면 나가는 경조사 지원품"
불매운동에 이어 "SPC는 사이코패스컴퍼니 약자"라는 말까지 나와
사고 다음 날은 홍보성 자료 배포...기사 밀어내기 의혹
허 회장 21일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 "안전경영위원회 설치"

  • 기사입력 2022.10.21 17:45
  • 최종수정 2022.10.21 22:41

우먼타임스 = 최인영 기자

SPC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평택 제빵 공장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 사고와 관련한 대기업의 대처가 ‘동네 구멍가게’ 만도 못하단 이유다.

사태가 커지자 허영인 SPC 회장이 직접 나서 고개를 숙였지만, 계열사 브랜드는 국민들에게 이미 ‘밉상’으로 찍혔다. 오죽하면 온라인상에서는 “SPC는 ‘사이코패스(Psychopath) 컴퍼니’(Company)의 약자”라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언론 앞에 모습을 보여 사과하며 고개 숙이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 그러나 사과문만 읽고 기자들 질문은 받지 않고 나갔다. (연합뉴스)
21일 언론 앞에 모습을 보여 사과하며 고개 숙이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 그러나 사과문만 읽고 기자들 질문은 받지 않고 나갔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6시경 경기도 평택 SPL 제빵 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 A씨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A씨는 15kg에 달하는 소스통을 혼자 기계에 붓는 중 몸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기계에 빨려 들어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허 회장은 빈소를 방문하긴 했으나 사과문은 사고 발생 이틀 뒤에야 나왔다. 그 문안은 형식적이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해당 공장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사측은 안전장치가 없는 기계에만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는 이유로 다음날 나머지 기계를 가동했다. 바로 옆 사고가 난 기계를 흰 천으로 덮어두고 말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SPC 계열사 브랜드의 목록이 공유되며 불매 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노동자를 무시하는 ‘살인 기업’을 더 이상 소비해주지 말자는 것이다. "피 묻은 빵을 어떻게 먹느냐"는 말이 나왔다. 

SPC 관계자가 빈소에 놓고 온 빵 상자. (온라인 커뮤니티)
SPC 관계자가 빈소에 놓고 온 빵 상자. (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사측이 고인의 빈소에 빵을 보낸 것이 20일 알려지며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유족에 따르면 사고 다음 날인 16일 고인의 빈소에 SPC그룹은 파리바게트 땅콩크림빵과 단팥빵이 담긴 박스를 보냈다. 유족은 “SPC에서 일하다가 사망했는데 이걸 답례품으로 주라고 갖고 온 게 말이 되느냐”며 “인간적으로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냐”고 회사 측에 화를 냈다고 한다.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회사 직원이 상을 당하면 일괄적으로 나가는 경조사 지원품이지만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미리 세심히 살폈어야 했는데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유족들한테 사과 똑바로 해라”, “소름이 돋는다”, “이번 사건에 대해 생각이 없다는 점을 잘 알겠다” 등의 거센 비판을 쏟아부었다.

SPC측은 사고 다음 날인 16일 일요일인데도 런던 매장을 오픈했다는 홍보 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해 소위 '기사 밀어내기'를 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21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사고 다음날 작업이 진행된 것을 인정하며 잘못됐다고 고개를 숙이고 '안전경영위원회'를 만드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재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기자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간 것이다.

현장에서는 허 회장의 목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았다는 불만이 쇄도했다. 곳곳에서 “잘 들리지 않는다”는 기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끝까지 허 회장의 사과문은 알아듣기 힘들었다.

실시간 라이브로 대국민 사과를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사과를 하는데 마이크 상태 체크도 안 하냐. 소리가 웅얼거려 무슨 말을 하는지 당최 알아듣기가 힘들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또 “질타를 받는다면서 질의응답은 왜 피하는 것이냐. 진정성이 하나도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허 회장의 사과 전문은 이렇다.

<사 과 문>

먼저, 지난 15일 저희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다시 한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드립니다.

회사는 관계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가족 분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예우해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SPL뿐만 아니라, 저와 저희 회사 구성원들 모두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특히,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보듬어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매우 안타깝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냈을 직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진단’을 즉시 실시하여,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을 수립해 실행하겠습니다.

또한,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인사와 현장 직원으로 구성된 ‘안전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안전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언제나 직원을 먼저 생각하고,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하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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