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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침대로...흔들리는 TV의 시대 통신사 전략은?

함께 보는 TV는 그만...‘개인화’된 영상 매체
스마트폰·OTT 강세 속 소비습관 큰 변화 맞아
통신3사...‘개인화’ 추세 맞춰 신규 서비스 런칭

  • 기사입력 2022.10.13 15:53
  • 최종수정 2022.10.14 15:58

우먼타임스 = 이한 기자

1981년 인류 미디어사에 상징적인 장면 하나가 있었다. 케이블 TV채널 MTV가 설립 첫 방송에서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를 틀었다. 화면(영상)이 라디오 스타를 죽인다는 제목과 가사다.

전 세계 안방과 거실을 점령했던 라디오의 명성을 이제는 TV가 대신한다는 선언이었다. 그 이후 TV는 수십년 동안 인류 최대 규모의 미디어였다.

TV 시대가 저물어간다. 누구나 TV가 있지만 사람들은 이제 다른 매체를 통해 영상 서비스를 본다. 콘텐츠 시장은 크게 변해왔고 앞으로도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픽사베이)
TV 시대가 저물어간다. 누구나 TV가 있지만 사람들은 이제 다른 매체를 통해 영상 서비스를 본다. 콘텐츠 시장은 크게 변해왔고 앞으로도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픽사베이)

지금은 어떨까? 코로나19가 한창 발발하던 때,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한 나영석 PD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TV를 안 보는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나도 TV를 안 보더라고요”

1박 2일과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와 신서유기 등을 거쳐 최근 지구오락실로 잇따라 성공을 거둔 유명 예능 PD도 사람들이 왜 TV를 안 보는지 고민하고 심지어 본인조차 TV를 잘 안 본다는 얘기다. 세상이 언제 이렇게 달라졌을까?

◇ 모여서 보지 않고 개인 공간에서 따로 본다

사실 이미 오래된 얘기다. 구현모 KT 대표이사는 3년 전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재직 당시 기자들과 만나 “누구에게나 똑같은 콘텐츠와 같은 화면을 보여주는 기존의 방식은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 콘텐츠는 각자의 공간, 각자의 취향, 각자의 단말로 소비하는 시대”라고 정의했다. 거실에 모여 TV 화면으로 영상을 보는 게 아니라 침실 등 각자의 공간에서 개인화된 단말기로 영상을 본다는 의미다. 여기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이 아니라 벌써 3년 전 얘기다.

당신은 지금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나 예능이 있나? 무슨 드라마를 정주행하는지, 친구들은 요즘 뭘 보는지 물어보자. 아마 당신이나 당신의 지인들은 그 드라마가 수목드라마인지 아니면 주말드라마인지 얘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를 뒤흔든 ‘오징어 게임’과 최근 이슈인 ‘수리남’ 같은 시리즈도 TV에서 특정 요일을 정해놓고 방영한 작품이 아니다.

기자의 기억 속 드라마는 주로 요일과 연결되어 있다.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로 꼽는 '선덕여왕'은 MBC 창사특집극 월화드라마였고 부모님과 함께 보던 드라마들은 일반적으로 KBS 주말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도 내가 보고 싶은 컨텐츠가 무슨 요일 몇시에 방영하는지 일부러 기억하지 않는다. 볼 수 있는 방법이 많아서다.

TV의 전성기는 꽤 길었다. 디스코와 포크에 열광하는 세대부터 X세대와 밀레니엄 모두 ‘테레비’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토요일 밤에는 외국 영화를 보고 일요일 아침에는 만화를 보는 게 당연한 일이던 시절이었다. 15년 전만 해도 그런 습관이 남아있었다. 토요일엔 '무한도전', 일요일에는 '1박2일'을 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그리고 유튜브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이 모든 걸 바꿨다.

◇ 가장 중요한 매체는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봤더니...

최근 경향을 짚어보자. 방송통신위원회가 2018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일상생활(57.2%)과 재해·재난 시(64.6%) 모두 스마트폰이 가장 중요한 필수매체라고 골랐다. 2020년 발표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의 중요도(63.0%)가 TV(32.3%)를 두 배 가까이 앞질렀다. 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OTT) 이용률과 주1회 이상 시청 빈도 역시 전년보다 늘었다. 특히 조사 대상 중 OTT를 주1회 이상 시청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95.5%였다.

‘동네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 앉아 TV를 함께 봤다’는 얘기는 이제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거실 TV를 둘러싸고 가족끼리 리모컨 경쟁을 벌이거나 주말 예능을 모두 함께 보는 장면도 이제는 낯설어졌다. 영상 매체는 이제 가족 모두의 공유물이 아니라 각자의 단말기로 혼자서 즐기는 개인화된 매체가 됐기 때문이다.

TV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배경은 크게 3가지로 짚을 수 있다. 개인용 IT기기 보급이 크게 늘었다는 점과 영상 등 콘텐츠를 내 PC에 다운로드하지 않고도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이런 서비스를 자유롭게 구독하고 또 해지할 수 있어서다.

물론 과거에도 구독은 있었다. 1980년대 독자들도 종이 신문을 구독했고 2000년대 소비자도 정수기나 안마의자를 월 대여 형식으로 구독해 사용했다. 하지만 OTT 등은 여러 소비자의 구매 패턴과 당사자의 취향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가 보는 화면과 다른 사람이 보는 화면이 다른 것이다. 정해진 시간표대로 봐야 하는 TV와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이제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잡는 시대가 아니라 모바일·OTT가 TV스타를 잡는 시대가 됐다.

소비자들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습관이 크게 달라진 가운데 통신사들은 다양한 기술을 앞세워 서비스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4일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이 IPTV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KT 제공)
소비자들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습관이 크게 달라진 가운데 통신사들은 다양한 기술을 앞세워 서비스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4일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이 IPTV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KT 제공)

◇ AI추천과 콘텐츠 차별화...영상 서비스 강화하는 통신 3사

이런 경향 속에 통신사들도 관련 서비스를 적극 강화하고 있다. AI 추천 기능을 강화하거나 차별화 된 콘텐츠로 품질향상을 꾀하고 있다.

KT는 최근 IPTV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AI 기반 미디어포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미디어 포털은 모든 콘텐츠를 한 플랫폼에서 편리하게 제공하는 새로운 화면을 적용했다. 기존에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보기 위해 리모컨 방향키를 10회 이동해야 했다면, 이제는 2회 이동만으로 시청이 가능할 만큼 접근성이 좋아졌다.

OTT서비스 전용관을 통해서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한 화면에서 제공한다. 스마트TV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지니 TV를 통해 TV에서 이용할 수 있다. KT는 “내년 초에는 티빙이 OTT서비스 전용관에 추가되며, 앞으로 국내외 OTT 사업자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함춘호, 송창식 등 국내 유명 뮤지션들의 공연을 새로운 기술로 기록하는 ‘레전드 해리티지 보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공연을 2D가 아닌 360도 입체 영상으로 기록해 실감나는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SKT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타 명인으로 꼽혔던 함춘호를 비롯해 송창식, 정훈희, 장필순, 여행스케치 등의 공연 영상을 해당 기술로 기록했다. 추후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협력해 더 많은 레전드들의 공연을 기록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U+3.0 플랫폼 전환 전략에 따라 통합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 ‘스포키’를 공개했다. 기존 제공하던 프로야구와 골프 서비스를 통합하고 축구와 농구, 배구, 당구, 볼링, 낚시 등 종목을 8종으로 늘린 스포츠 종합 커뮤니티다.

국내 경기로만 한정되어 있던 기존의 프로야구와 골프 서비스와 달리, 스포키는 스포츠 종목별 국내외 다양한 리그의 최신 뉴스와 인기 유튜브와 방송 영상을 제공한다. 모든 뉴스와 영상에 댓글을 달 수 있는 ‘스포키톡’ 기능도 지원한다. 유플러스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할 뿐 아니라, 의견을 공유하며 함께 즐기려는 스포츠 팬들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패턴과 경향이 달라진 가운데 이런 경향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중문화 시장은 앞으로도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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