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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성매매 여성 단속할 때 몰카로 알몸 촬영하고 있었다”

여성·시민단체 인권위에 진정
“얼굴 등 영상 단톡방 공유하고 언론에 배포”
“최소침해원칙과 영장주의 위반한 위헌적 공권력 행사”

  • 기사입력 2022.10.06 11:09

우먼타임스 = 심은혜 기자

경찰이 성매매 여성을 단속할 때 인권을 침해하고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성·시민단체들은 국가인권위 앞에서 이를 개선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김지혜 변호사는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찰의 성매매 단속 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고 이 문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말이다.

“경찰이 단속 명목으로 성매매 여성의 신체를 불필요하게 촬영해 오는 것이 관행적으로 반복돼 왔다. 그러나 신체 사진은 성매매 행위에 관한 증거가 아니다. 성매매 여성이 촬영 사실을 인지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경찰의 성매매 여성 신체 촬영은 최소침해원칙과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다. 또 촬영대상자의 인격권, 성적 자기 결정권,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금지돼야 한다.

성매매 현장에서 여성들이 옷을 입지 않은 상태가 많은데 경찰은 초소형 비디오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곤 했다. 서울경찰청이 성매매 합동단속 과정에서 여성의 알몸을 촬영하고 그 촬영물을 경찰관 15명이 있는 카톡방에서 공유한 사건도 있었다. 이 건에 대해 지난 7월 인권위에 진정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서울의 한 경찰서가 성매매 여성의 얼굴이나 신체를 촬영한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도 않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인권위가 경찰청장에게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관행들을 금지하거나 개선할 것’을 권고해 달라는 취지로 진정을 다시 제기했다.

경찰 입장은 ‘합동 단속 때 단속 현황을 실시간으로 지휘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편의상 단톡방을 이용했고 사진도 공유했다’는 것이 다. 그러나 아무리 피의자고 범죄 현장이라고 하더라도 신체, 사람에 대한 촬영은 어떤 요건이나 한계 없이 마구 이루어질 수는 없다.

또 이 촬영물들은 성매매 행위에 관한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는 그냥 정황 증거일 뿐이다. 경찰은 ‘긴급하게 증거를 보존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성매매 여성이 알몸 상태에 있다면 알몸을 가릴 수 있도록 담요를 주고 나서 촬영하는 등의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 담요로 몸을 가린다고 해서 어떤 성매매 혐의 증거가 인멸됐다고 볼 수는 없다. 알몸 사진이 아니라 경찰관이 수사보고서에 ‘단속 현장 당시에 어떤 모습들이었다’고 기재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 어떤 식으로든 알몸 촬영은 있어선 안 된다.”

여성·시민단체 활동가들이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경찰의 성매매 단속 신체촬영 및 인권침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시민단체 활동가들이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경찰의 성매매 단속 신체촬영 및 인권침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을 비판했다.

이들은 “성매매 여성의 신체 촬영물 제공 행위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 외에 어떤 공익도 인정할 수 없는 반면, 여성의 인격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7월 21일 서울 수서경찰서가 성매매 여성의 얼굴 등 신체를 촬영한 영상을 출입기자단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보도자료로 공유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과잉금지원칙과 ‘경찰 수사 사건 등 공보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다”며 “인권위는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를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7월 20일부터 한 달간 성매매 단속·수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여성 2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신체 노출이 많은 상태에서 촬영 당한 여성이 7명이었고, 샤워 중 알몸 상태로 찍혔다고 답한 여성도 있었다고 한다.

또 성매매 단속·수사 과정에서 반말 및 훈계 77%, 고함 59%, 무시나 모욕적 표현 50%, 성희롱 발언 41%, 욕설 14%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여름은 “불법 촬영이 사회적 이슈가 된 지금까지도 성매매 여성에 대한 불법 촬영은 단속이라는 명목 하에 묵인돼왔다”고 말했다. 이어 “법은 우리를 범죄자로 규정할지언정, 우리에게 마음대로 폭력을 가해도 된다고, 성적으로 희롱해도 된다고 허락한 적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성매매, 사행성 게임장 등 풍속사범 단속 채증 용도로 보유한 초소형 카메라는 1055대였다고 단체는 전했다.

여성단체들은 인권위에 대해 경찰청장에게 ▲성매매 여성 신체 촬영 전면 금지 ▲성매매 단속 현장 언론 촬영 금지 ▲비노출 초소형 카메라 사용 금지 ▲신체 촬영물 언론 및 메신저 배포 금지 ▲피의자 권리 및 인권 보호 대책 마련 등을 권고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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