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에 대한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의 발언에 항의하며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27일 ‘제31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다시 시작하며 4호선 혜화역에서 3호선 경복궁역까지 이동했다.
이들은 오전 7시 반 혜화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이 ‘지구 끝까지 찾아가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사과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전장연의 ‘제30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 당일, 김광호 청장은 “불법행위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그동안은 장애인 권리 예산 쟁취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이야기했지만 오늘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망언에 대해 규탄하고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청장이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엄벌하겠다고 얘기했는데 그런 수고 필요 없이 저희가 찾아가겠다”며 “전장연을 흉악범 취급하며 지목한 것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획재정부를 향해서는 “저번 주 금요일(24일) 전장연과의 실무협의를 거부하고 간담회에 대한 어떠한 형식과 내용에 대한 논의도 없이 타 법정장애인단체와 간담회를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장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우리는 오는 29일 간담회 자리에 나가 2023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절박한 필요성과 구체적인 예산 요구안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기획재정부와의 간담회 이후 ‘제32차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시위를 진행할지 말지 이야기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시위가 장애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저해하고 출근길 시민들과의 마찰을 빚을까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하철에서 만난 A씨(71)는 본인이 청각장애인임을 밝혔다. 그는 “나도 어릴 적 고막이 터져 평생을 청각장애인으로 살아왔기에 전장연 시위를 하는 장애인들이 안타깝다”면서도 “다만 전장연 시위가 길어지고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이 커질수록 이러한 시위가 시민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심어줄까 불안하다”고 전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예산 보장 △장애인 돌봄 서비스 확대 △장애인 노동 교육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