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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산업] ⑨ 국내 뷰티 산업을 이끈 '미용사'

면허증이나 전문 자격증 필요
평균 2~5년 '스탭'으로 활동

  • 기사입력 2022.05.19 20:30

우먼타임스 = 최인영 기자

과거 '파마'는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다. 동네 아낙들이 미용실에 삼삼오오 모여 ‘파마롤’을 말고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은 어느 동네건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곳은 동네와 이웃의 시시콜콜한 소식과 정보가 모이고 퍼지는 곳이었다.

수다의 중심에는 '미용사'들이 있었다. 미용사들은 파마를 하면서 고민도 들어주고 상담도 해주고 동네의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알려주는 전령사이기도 했다.

한국 최초로 파마롤을 해준 미용사는 누구였을까.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 미용실이 나온 장면.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중 미용실이 나온 장면. (JTBC)

◇ 국내 최초 미용사 ‘오엽주’...1993년 화신백화점에 미용실 개업

업계에 따르면 ‘오엽주’라는 여성으로 알려졌다. 1902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난 그는 평양 남산보통학교와 서문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1926년 경성에 있는 여자미용원에서 미용을 배웠으며, 1933년 화신백화점 내 미용실을 개업해 파마라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당시 파마 가격은 5원 정도였는데, 금가락지를 사서 낄 수 있는 정도로 비싼 가격이었음에도 유명 배우나 신여성, 명문가 여성 등 고객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파마는 전기로 머리를 지지고 볶는다 해서 '전발(電髮)'이라 불렀다. 

최초로 파마 기술을 선보인 오엽주.
최초로 파마 기술을 선보인 오엽주.

최신 양장에 하이힐을 신고 선글라스를 끼고 다닌 그녀의 모습은 당대 최고의 트렌드 리더로 꼽히며 장안의 화제였다고 한다.

오엽주는 1935년 1월, 화신백화점에 불이 나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일본으로 미용 연수를 갔다. 그해 12월에는 다시 국내로 들어와 종로 영보빌딩 4층에 ‘엽주 미용실’을 개업하며 우리나라 미용계에 선구자 역할을 했다.

◇ 면허증이나 전문 자격증 필요...평균 2~5년 스탭으로 근무

지금은 '헤어디자이너'로 불리는 미용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학위를 통한 면허증이나 전문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면허증은 미용 관련 고등학교나 특성화고등학교, 대학 내 미용 관련 학과의 졸업증명서로 받을 수 있다.

사설학원, 직업전문학교나 평생교육원을 통해 기술을 배운 사람은 전문 자격증 시험에 응시해 필기와 실기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필기는 △미용이론 △공중보건학 △소독학 △피부학 △공중위생법규 5개 과목이며, 총점 100점 만점 중 60점 이상 득점해야 한다. 실기 시험은 2시간 20분 동안 △커트 △드라이 △염색 △펌 와인딩 등의 작업형으로 진행된다. 실기 역시 60점 이상을 넘어야 한다.

면허증이나 자격증을 취득했다면 미용실에 지원해 평균 2년에서 5년 정도 ‘스탭’으로 일하게 된다. 스탭은 매장 청소와 비품 정리, 고객 샴푸 및 미용사 보조를 하는 ‘인턴’ 개념으로, 추후 미용실 내 승급 시험을 거쳐야 비로소 전문 미용사로 활동할 수 있다.

◇ 스탭 평균 시급 약 6287원...하지정맥류나 피부병 등 직업병 앓기도

청년유니온이 미용실 스탭 3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년 미용실 스탭&헤어 디자이너 노동실태’ 자료에 따르면 스탭의 시간당 임금은 평균 6287원으로 주 48시간 근무 시 월 소득은 약 129만7000원이다. 여기에 교육비와 재료비를 명목으로 월급에서 월 약 22만원씩을 미용실에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도 최저임금이 8720원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매우 열악한  조건이다.

미용사의 평균 시급은 7697원으로, 각종 비용을 공제한 월 평균 소득은 214만7000원으로 조사됐다. 주당 근로시간은 평균 53.8시간이다. 일주일 중 하루를 쉰다고 가정했을 때 매일 9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는 셈이다.

근무 형태도 정직원이 아닌 프리랜서 신분으로 미용실과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미용실은 미용사에게 장소와 장비를 제공하고, 미용사들은 본인이 올린 매출에서 일정 비율을 가져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용사들은 4대 보험 가입과 퇴직금을 받기도 어렵다.

장시간 서서 일하고 손을 움직이는 직업 특성 상 하지정맥류나 손목터널증후군을 앓기 쉽다. 또 중화제, 파마약 등 독한 화학 약품에 노출되기 때문에 피부병 같은 직업병에도 시달린다. 게다가 손님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다보니 감정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기도 하다.

서울 소재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A씨는 “남들이 쉴 때 일하는 직업이라 가족, 친구들과 주말을 즐기기 어렵고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힘들 때가 많다”며 “그래도 고객님들이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내가 일한 만큼 벌 수 있어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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