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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독점 기득권 정치를 심판하자”…제37회 한국여성대회

5일 보신각 앞에서 여성단체연합 주관, “모두의 내일을 위해, 오늘 페미니즘!”
성평등을 위해 애쓴 단체와 후퇴시킨 단체들 선정해 시상

  • 기사입력 2022.03.06 23:24
  • 최종수정 2022.03.06 23:28

우먼타임스 = 성기평 기자

 

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보라색 물결이 출렁거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개최한 ‘제37회 한국여성대회’다.

3월 8일 114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며칠 앞서 열린 이 행사는 3년 만에 처음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속 여성단체뿐만 아니라 정당, 여성주의 모임 회원,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남성 등 250여 명이 보신각 앞 광장을 가득 메웠다. 올해 여성대회의 주제는 ‘돌봄·연대·정의-모두의 내일을 위해 오늘 페미니즘’이다.

참석자들은 여성해방운동의 상징인 보라색 옷차림에 보라색 피킷 등을 들고는 “우리는 주권자다, 우리는 페미니스트다” “가라, 차별과 혐오! 오라, 성평등!”, “여성의 삶이 미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들은 대통령 선거를 4일 앞두고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한 성차별을 비판하면서 대선 후보들이 여성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대회사를 발표한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사회적 안전망의 위기 등으로 인해 더욱 악화된 불평등과 양극화의 위협이 고스란히 여성들의 삶과 이상에 스며들고 있다. 여성들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고 폭력과 혐오가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으나 이를 해결할 정책과 정치는 실종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정치가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참담한 현실”이라고 비판하고 “여성 주권자의 목소리와 행동이 성평등 정치의 해일이 되어 성평등과 차별 선동의 정치를 끝장내자”고 외쳤다.

5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열린 한국여성대회. (연합뉴스) 
5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열린 한국여성대회. (연합뉴스) 

여성단체연합은 이 자리에서 ‘3·8 여성선언’을 발표했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뿌리 깊은 성차별적 사회 구조는 여전히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감염병과 대응 과정은 한국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평등한 일과 생활, 돌봄이 가능한 삶이 보장돼야 한다. 우리는 성차별적 기후위기,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한 기득권, 남성, 엘리트 중심 성장과 발전 패러다임의 환상을 거두고 ‘돌봄’ 중심으로 사회경제체제를 바꿀 것이다. 성평등은 생물학적 성별인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3월 9일,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팔아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남성 독점 기득권 정치를 심판할 것이다.”

기념식에서는 여성 운동에 힘쓴 공로자와 성평등을 후퇴시킨 단체에 대해 상을 줬다. 가장 큰 상인 ‘올해의 여성운동상’는 ‘방송작가 유니온’(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 지부)에게 주어졌다. 여성연합은 유니온이 불안한 여성노동 현실을 드러내고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법원의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작가 유니온’은 MBC에서 부당해고된 방송작가들이 2021년 3월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2021년 고용노동부가 지상파 3사 방송작가의 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특별상’은 지난달 27일 1주기를 맞은 고 변희수 하사에게 주어졌다. 변 하사의 투쟁은 생물학적 성별 이분법에 갇혀있는 한국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남성 중심적이고 차별적인 군대에 맞서 트랜스젠더 군인의 존재를 가시화했다고 주최측은 평가했다.

성평등을 위해 애쓰고 투쟁한 이들에게 주는 ‘성평등 디딤돌’ 상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 낸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디지털 성착취 근절운동의 구심점이 된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서울가정법원의 ‘엄마의 성-본 쓰기’ 성본변경청구 허가 결정, 성소수자 부모들의 삶을 다룬 영화 ‘너에게 가는 길’(감독 변규리)에게 돌아갔다.

성차별을 조장하고 성평등을 후퇴시킨 이들에게 주는 불명예스러운 ‘성평등 걸림돌’상은 문경시와 국방부 등에게 주어졌다. 문경시는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추진해 이주 여성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출산을 도구화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방부는 반복되는 병영 내 젠더 폭력에 보여주기식 사과에만 급급했다는 이유로 이 상을 받게 됐다.

또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노동자를 탄압했다는 의혹을 받는 남양유업과 홍원식 회장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한 동아제약 ▲혐오 발언을 하고 개인정보를 무단 활용한 ‘챗봇 이루다’를 만든 개발사 스캐터랩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법을 위헌으로 결정한 헌법재판소 ▲업무상 위력 성폭력 피해자를 부당해고하고 법원 해고무효 판결을 무시한 전남대학교도 ‘성평등 걸림돌’ 수상자에 포함됐다. ‘걸림돌’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참석자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시상식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가수 이랑의 노래 ‘늑대가 나타났다’의 가사에 맞춰서 손에 들고 있는 팻말을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하며 종로와 광화문 일대를 50분가량 행진했다.

대회를 마치고 종로 일대를 행진하는 참가자들. (연합뉴스)
대회를 마치고 종로 일대를 행진하는 참가자들. (연합뉴스)

이날 여성들이 든 깃발에는 ‘돌봄사회 실현, 국가책임 강화로’, ‘국가 성평등 추진체계 확대 개편’, ‘차별금지법 제정’, ‘성평등 일터 실현’, ‘젠더 관점 기후위기 대응’, ‘여성가족부 개편’등이 적혀 있었다.

한편 여권 신장을 주장하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단체인 ‘대학생 페미니즘’은 한국여성대회에 참가하기 전인 오후 1시께부터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대학에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사전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대선 유력 후보들은 ‘이대남’에게만 구애하며 페미니즘과 성평등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며 “야당은 대놓고 여성혐오를 이용해 2030 남성들을 결집시키려 했고 여당 역시 선거일 직전까지 여성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언급을 피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성평등을 외치는 남성들로 구성된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행보남)’이란 단체도 공식 행사가 열리기 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렇게 된 이상 페미니즘으로 간다’ 기자회견을 가졌다. 행보남은 최근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통해 ‘청년 남성’의 요구라는 명분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선판의 여성혐오 정치를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성평등으로 남성도 페미인 게 당연하다”며 “성평등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것을 빼앗는 게 아니라, 남성들의 삶에서 건강과 행복을 빼앗아갔던 가부장제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나의 삶을 되찾아오는 것이므로 남성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나갔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은 유엔이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한 날로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에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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