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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형도, 성기구도 아니다”

“성신여대 아가씨들…” 대학가 근처 리얼돌 체험방의 기막힌 홍보
여대생들 반발, “여대생 환타지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지 마라”

  • 기사입력 2021.04.22 16:19

우먼타임스 = 천지인 기자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리얼돌(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제작된 등신대 인형) 체험방이 주변 여자대학교의 이름을 내걸고 마케팅을 하다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이 업체는 지난달 12일 SNS에 이런 홍보글을 올렸다. ‘성신여대 점’이라는 지점 명을 내걸고 최근 리얼돌을 관리했다며 “성신여대 아가씨들 미용실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들은 긴 머리 가발을 쓴 리얼돌 사진도 함께 올렸다. 리얼돌에서 성신여대 학생을 상상하게끔 한 것이다.

성북구의 한 리얼돌 체험방 홍보글. (온라인 캡처)
성북구의 한 리얼돌 체험방 홍보글. (온라인 캡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성신여대 학생들은 분노했다. 학생들은 20일 ‘우리는 인형도, 성기구도 아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성명은 성신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랟스보스(RADSBOS) 등 80여 단체가 참여했다.

“이 업체는 리얼돌을 ‘성신여대 아가씨’로 칭하며 남성들의 ‘여대생 판타지’를 영업전략 수단으로 삼았다. 인형의 키, 가슴 크기와 함께 가격도 노출시켰다. 분노한 성신대 재학생들이 관할기관에 민원을 접수했으나 마땅한 법적 제재 수단은 없었다. ‘성신여대 아가씨’는 또 다른 OO대 아가씨, 혹은 특정 직종, 지역, 인종 등을 특징으로 하는 OO녀, 심지어는 유명인이나 지인 등 실존 인물을 본뜬 강간 인형의 출현을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 존재만으로도 이미 폭력적인 강간 인형이 결국 여성 개개인의 권익마저 위협하는 것이다. 특정 지역이나 직종, 연령을 특징으로 홍보하는 업소가 실제 여성의 존엄성을 해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해당 업소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이 없는 상황인 만큼 입법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별 강간 인형 관련 업소의 영업을 제한하라.”

성신여대 측도 이 업체 측에 “학교 이름을 홍보에 사용하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라고 경고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업체는 홍보물 대부분을 삭제하고 ‘성신여대점’을 ‘성북지점’으로 바꿨다. 이 업체는 2019년 말부터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리얼돌 체험 서비스 등을 홍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후 현재 홍보 채널에서 모든 영상 및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논란이 된 업체의 유튜브 채널. 현재는 영상이 다 삭제됐다. (온라인 캡처)
논란이 된 업체의 유튜브 채널. 현재는 영상이 다 삭제됐다. (온라인 캡처)

현행법상 리얼돌 체험방은 별도 허가 없이 설립 가능한 자유 업종이어서 마땅한 규제수단은 많지 않다. 다만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시설 반경 200m 내 ‘여성가족부장관이 고시한 영업’에 해당하는 업소는 영업을 할 수 없다. 논란이 된 업체 주변에는 성신여대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가 밀집돼 있다.

리얼돌 체험방은 이 고시가 금지한 ‘성인용 인형(리얼돌) 또는 자위행위 기구 등 성 관련 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영업’ 시설에 해당한다.

최근 논란이 제기돼 문을 닫은 용인시 리얼돌 체험방도 교육환경법 위반으로 영업이 제한된 경우다. 지난 10일 경기도 용인에서는 ‘구갈초등학교 인근 청소년 유해시설 리얼돌체험방 허가 취소 요청건’이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4만 명이 넘는 주민이 참여하자 업주가 사흘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학교 인근 200m 내에 체험방을 열었다가 문을 닫은 것이다.

성신여대 학생들은 리얼돌 수입 판매를 허가한 대법원을 비판했다. 대법원은 2019년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할 수 없다”며 리얼돌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관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낸 성인업체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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