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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경숙이 6년 만에 ‘아버지’로 돌아왔다

6년 만에 표절 사과하고 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 발표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다”

  • 기사입력 2021.03.04 21:20
  • 최종수정 2021.03.08 13:33
6년 만에 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펴낸 신경숙 작가가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아래 왼쪽은 이번에 발표한 신간 소설. (창비 제공)
6년 만에 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펴낸 신경숙 작가가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아래 왼쪽은 이번에 발표한 신간 소설. (창비 제공)

[우먼타임스 천지인 기자]

신경숙 작가가 6년 만에 표절을 사과하고 작품으로 돌아왔다. 신 작가가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5년 표절 논란 이후 처음이다.

신 작가는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기자간담회에 얼굴을 보였다. 그는 다소 긴장한 듯한 얼굴로 “젊은 날에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저 자신도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다”라며 “독자분들을 생각하면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신경숙은 2015년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활동을 중단했다.

2019년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하면서 지면을 통해 사과를 표한 적은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과의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신 작가의 발언을 요약한다.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학은 제 인생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제 마음이다. 작가이니까 작품을 쓰는 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제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했다. 심중의 말을 정확히 다 표현할 수 없으니까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고, 작품을 계속 쓰면서 독자들에게 드렸던 실망을 갚아나가겠다. 독자들은 이번 작품에 나오는 J시처럼 대자연 같은 의미다. 이 책에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이 다 담겨있다. 그동안은 30여 년 동안 써온 제 글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해보는 시간이었다. 혼자 있었지만 문학 속에 가장 깊이 있던 시간이었고, 쓰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작가 작품을 부지런히 찾아 읽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 저한테는 다시 새롭게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문학이란 게 제 삶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어서 하고 안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10년 후에 누군가 넌 뭘 했느냐고 하면 글을 썼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20년 후에도 글을 썼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그동안 제 작품을 따라 읽어주셨던 독자 한 분 한 분께 간절하게 전해드리는 제 손편지 같은 작품이다. 과거의 제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작품을 써 가려고 한다.”

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는 작가가 8년 만에 내놓은 소설로, 장편소설로는 11년 만이다. 어머니가 입원해 홀로 남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고향을 찾은 딸이 아버지의 인생을 생각하는 내용이다.

J시에서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시간과 아버지의 지난 인생이 교차하며 소설은 화자의 입을 빌어 아버지의 삶으로 들어간다.

아버지의 생애에 70년의 한국현대사가 담겨 있다. 열네 살에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가장이 된 아버지는 송아지를 키운다. 열일곱에 전쟁이 나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가서는 4·19혁명을 겪는다. 자식 여섯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인 소 값이 폭락하자 1980년대 소몰이 시위에 참여한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겪으며 묵묵히 산 아버지는 자식들이 학사모를 쓴 사진을 보며 삶의 보람을 느낀다.

2008년 국내에서 250만부가 팔리고 41개국에 수출된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에서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했던 작가가 이번에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돌아온 셈이다.

아버지를 한 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소설 속 화자는 소외돼 있던 아버지의 삶을 다시 보고, 자신의 상처와도 마주한다.

신경숙은 “어린 시절 전쟁을 겪은 아버지, 현대사 속 고통 받은 아버지, 가족으로서의 아버지, 개인적인 사연 가진 아버지, 자식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들을 썼다. 이 세상에 아무 이름 없이 살아가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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