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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 작가 칼럼] 달라지는 2021, 그 희망의 전조

  • 기사입력 2020.12.31 15:49
  • 최종수정 2021.01.02 17:53

어릴 적 재미있게 본 만화 중 ‘2020 우주의 원더키디’가 있었다. 2020년이면 우주 개발이 본격화되고 우주 곳곳에서 인간이 기계의 지배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만화 속에서 기계가 인간을 노예처럼 부리고, 피골이 상접한 인간이 헐벗고 굶주린 채 노역을 하던 모습이 어찌나 흉흉했는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실제 2020년은 만화 속 풍경처럼 처절하진 않았지만,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일 년 내내 혼란스러웠다. 연초에 시작된 바이러스는 봄을 기다리게 했고, 봄에는 다시 여름을 기다리게 했다. 여름내 잠시 주춤했던 바이러스는 가을 무렵 다시 활개를 쳤고, 이윽고 단절된 겨울을 맞이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기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연말 북적거려야 할 쇼핑몰이 한산해졌다.(연합뉴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기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연말 북적거려야 할 쇼핑몰이 한산해졌다.(연합뉴스)

그리고 한 해 동안 찾아온 변화로 여느 때보다 사회적 약자와 가려져 있던 사각지대가 낱낱이 드러났다는 점이 있다. 그 약자 중에는 늘 여성이 있었다. 서비스 업종에 다수 포진된 여성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고용위기에 몰렸고, 의도치 않은 경력단절과 육아의 어려움, 코로나 우울증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여느 해보다 다른 환경, 다른 시작, 다른 새해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다행히도 2021년 달라지는 여성 정책에서는 반가운 변화가 눈에 띈다. 일단 여성가족부에서 41억 원의 예산을 사용해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지원에 나선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불법 영상물 모니터링과 상담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성을 강화한다.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 상담소 7개소를 운영하고, 초·중·고등학교 대상으로 온라인 전용 디지털 성범죄예방교육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할 체계도 강화된다.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을 위한 종합서비스지원센터가 현재 10개소에서 17개소로 확대된다. 센터에서는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을 조기 발견하고 긴급구조, 상담, 자립과 재활, 치료, 회복 지원의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1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몇 년째 문제시됐지만 늘 제자리걸음이었던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 지원에는 702억 원이라는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새일여성인턴의 지원 인원과 인턴지원금을 확대하고, 경력단절 예방사업 전담인력과 사례관리사를 확충할 예정이다. 온라인 직업교육 훈련을 위한 학습관리시스템도 운영한다. 

특별한 시도도 눈에 띈다. 2023년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기본조사를 시행하게 된다. 12월 21일부터 1월 8일까지 ‘2021년 내 삶을 바꾸는 양성평등 정책’ 공모전도 실시한다.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관계부처에서는 돌봄체계를 강화하고 남성과 여성 근로자 모두의 육아휴직 권리를 확대해 여성의 ‘독박육아’를 막겠다는 정책도 제시했다. 기존 저출산 정책에 금전적 지원만 덧붙인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여성에게 전가된 육아의 부담을 헤아린 점은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이렇게 내년도 진행될 여성 정책들을 둘러보니 한 해 동안 어둑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밝아지는 듯하다. 더군다나 여성가족부는 평소 자잘한 말실수와 업무상의 미비한 부분이 드러나 도마 위에 자주 올랐지만, 아직까지 여성 정책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는 사실도 확인하게 됐다. 여전히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을지언정 응원하는 마음으로 좀 더 지켜봐도 좋을 듯싶다. 

또 특정 성을 위한 정책이 등장할 때면 늘 따라붙는 ‘역차별’의 논란도 누그러질 2021년을 기대하게 된다. 온전한 성 평등이 이루어진다면 여성 정책, 남성 정책, 성 소수자 정책 등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특정 성을 위한 정책 없이 오로지 ‘사람’을 위한 정책이 성장하는 유토피아를 꿈꾸며 희망찬 2021년을 기다려본다. 

 

*작가 도란은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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