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우울한 코로나 시대, 유쾌한 에미상 시상식을 보라

관중과 스타 없었지만 코로나 시대 풍자한 장면 연출
인종차별 다룬 작품과 흑인 배우들이 휩쓸어
샌드라 오는 한글 적힌 옷 입어

  • 기사입력 2020.09.23 10:57
  • 최종수정 2020.09.24 09:16
객석이 텅 빈 에미상 시상식. 사회자만 무대에 올라왔다. (YTN 캡처)
객석이 텅 빈 에미상 시상식. 사회자만 무대에 올라왔다. (YTN 캡처)

[우먼타임스 성기평 기자] “안녕하세요. 팬데믹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에미상을 합친 재치 있는 표현이었다. 다음 장면은 바로 텅 빈 관객석으로 이어진다. 사회자 지미 키멜은 “전 여기 혼자 있습니다, 마치 졸업식 무도회의 저녁처럼요. 코로나 확산을 막지도, 산불을 끄지도 못했지만 우리는 재미있는 일도 필요합니다”라고 농담을 했다.

미국 방송가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 시상식이 20일 무관중, 노 레드카펫으로 열렸다.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볼 수 없었다. 관중의 환호는 당연히 없다. 수상 후보자 100여 명은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시상식이 열린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는 ABC 방송의 간판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를 진행하는 사회자 지미 키멀과 수상자를 호명하는 12명의 출연자만이 무대를 지켰다. 시상식에서는 코로나사태를 재미있게 풍자하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수상자 이름이 적힌 봉투나 대본에 과도할 정도로 소독약을 뿌리고 이도 모자라 불을 붙여 태워 버리기까지 했다. 수상자들도 코로나를 풍자하는 개성적인 멘트를 날렸다.

후보에 오른 배우와 제작진은 자신의 집 거실과 침실, 정원 등에서 가족, 동료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상을 받았다. 대부분 수상자는 턱시도와 나비넥타이, 드레스 대신에 편안한 평상복이나 목욕 가운, 심지어 잠옷을 입고 상을 받았다.

무대에서 면봉으로 코로나 감염 테스트를 하는 장면. (EPA/연합뉴스)
무대에서 면봉으로 코로나 감염 테스트를 하는 장면. (EPA/연합뉴스)

야외에서 수상자 이름이 적힌 봉투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건네 받아 발표하기도 했다. 방역복으로 무장한 출연진이 수상자에게 트로피를 전달하는 장면도 있었다. 무대에 선 일부 출연자는 면봉으로 즉석 코로나 감염 테스트를 받는 장면도 연출했다.

우울한 코로나 시대를 유쾌하게 바꾼 시상식이었다.

방역복 차림으로 수상자에게 트로피를 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방역복 차림으로 수상자에게 트로피를 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인종차별을 고발한 HBO 드라마 ‘왓치맨’이 리미티드 드라마 작품상과 각본상 등 11개 부문을 석권하며 최다 수상작에 올랐다, ‘왓치맨’은 1921년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흑인 300여 명을 살해한 ‘털사 인종차별 학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슈퍼 히어로 범죄물이다. 최고 드라마상은 미디어 재벌 가문의 상속 다툼을 다룬 드라마 ‘석세션’이 받았다.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흑인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어느 해보다 ‘흑인 파워’의 물결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 ‘유포리아’에서 10대 마약 중독자를 연기한 젠데이아 콜먼(24)이 드라마 시리즈 여우주연상을, 인종차별을 고발한 드라마 ‘왓치맨’에서 열연한 리자이나 킹이 리미티드 드라마 시리즈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흑인 배우 7명이 주요 연기상을 휩쓸었다.

CNN은 “5년 전 에미상 시상식에서 흑인 후보자는 14%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33%로 늘었다. 올해 에미상에서 역사가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많은 흑인 배우들은 백인 경찰의 총격에 숨진 흑인 여성 브레오나 테일러를 추모하는 티셔츠를 입었다. 인종차별 철폐 운동의 상징인 불끈 쥔 주먹 형상을 헤어스타일로 표현하기도 했다.

3년 연속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는 수상은 못했지만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는 한글이 적힌 점퍼를 입은 모습을 보여줬다. 한글과 함께 무궁화와 태극기 4괘인 '건곤감리' 문양이 수놓아졌다.

샌드라 오는 “아시아계 미국인이자,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과 각종 시위를 보며 흑인 사회에 애도와 조의를 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샌드라 오가 입은 한글 점퍼. (인스타그램 캡처)
샌드라 오가 입은 한글 점퍼. (인스타그램 캡처)

올해 칸 영화제가 취소되고,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연기되는 등 문화계 시상식 행사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이런 가운데 열린 에미상 시상식은 코로나 시대 시상식에 대한 좋은 선례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