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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 성폭력으로 돌아온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성폭력과 환경파괴 연관성 보고서 발표

  • 기사입력 2020.02.13 17:02
  • 최종수정 2020.02.29 19:09
(세계자연보전연맹)

[우먼타임스 심은혜 기자] 인간의 생태계 파괴는 자원을 감소시키고 이는 성폭행, 가정 폭력, 강제 매춘을 포함한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최근 ‘성폭력과 환경의 연관성-불평등의 폭력’ 보고서를 펴내 기존 특권층이 점차 사라지는 자원을 독점하면서 이를 악용해 성폭력 등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IUCN 사무종창 그레텔 아길라르는 “환경 파괴는 이제 음식에서 직업, 안보에 이르기까지 무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인류가 자연에 미치는 피해가 전 세계 여성들에게 폭력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IUCN은 성폭력과 불법 자원 추출과 같은 환경 범죄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은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한 불법 활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동남아시아 불법 어업 산업의 성적 학대 및 아동 노동, 일부 남미 국가의 광산 주변 성매매,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불법 벌목 및 숯 거래 등에서의 성적 착취를 예로 들었다.

언급된 사례를 보면 ‘고기를 얻기 위한 성행위’ 같은 것이다. 어부들이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걸 조건으로 생선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네와 메르텐 연구 (세계자연보전연맹)

베네와 메르텐의 연구(2008년)에 따르면, ‘고기를 위한 성행위’의 97%가 아프리카, 특히 동부와 남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으며, 주로 내륙 어업 특히 호수에서 발생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에서는 가난한 여성, 미혼 여성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어류를 구입하거나 판매하려면 성행위를 강요당한다. 

여성과 남성 모두 어업에 종사하는 잠비아의 카푸에 강에서는 어부들이 성행위를 조건으로 여성들에게 생선을 판매한다. 여성들은 어촌 캠프에 ‘남자친구’를 두는 것이 더 싼 가격에 정기적으로 물고기를 잡거나 얻을 수 있다는 걸 안다. 한 여성은 성폭력과 괴롭힘을 받아들이는 것이 해산물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불법, 비규제 어업((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 IUU 어업)은 생태계 파괴와 동시에 여성과 어린이들은 물론, 남성들까지 희생시킨다.
 
IUU어업은 성매매와 인신매매와 밀접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성, 소녀, 소년들이 어선에 납치 감금된다는 사례보고가 있으며, 이들은 성적 착취, 학대, 강간의 대상이 된다. 

주로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의 수천 명 남성, 여성, 어린이들이 어선의 노동 착취를 목적으로 태국에 밀매되고 있으며, 여성들은 강간과 고문을 당하는 ‘정글 캠프’라는 곳에 팔리며 몸값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뉴질랜드 인근에서 조업 중인 우리나라 원양어선 오양75호에서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 오양 75호에 탑승했던 인도네시아 출신의 한 피해자는 “오양 75호 선상에서 여러 차례 성희롱을 경험했다”며 “나는 이 일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가해자는 보트의 주임이었고, 도움을 청하려고 생각했지만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IUCN 이사인 제니 스프링거는 “환경 범죄는 생태계를 악화하고 여성, 소수 민족 및 소외된 지역에서 새로운 폭력 패턴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IUCN은 환경파괴가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젠더 폭력과 연계한 환경 보전 프로그램 개발 ▲지역 커뮤니티 재건 ▲환경 파괴와 젠더 폭력 문제에 관한 국제적인 정책틀 마련 ▲젠더 폭력 종식을 위한 지속가능개발자금 확보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년간 1,000건이 넘는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주민·활동가 등 30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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