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하사 이어 우리 사회 뜨거운 이슈로
대학, 단체마다 찬반 입장 엇갈려

2019년 6월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제(아래)와 이에 반대하는 종교계의 집회(위). (연합뉴스) 

[우먼타임스 성기평 기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이 여자 대학에 입학하는 게 과연 실현될 것인가? 요즘 숙명여대에 합격한 한 트랜스젠더의 입학 허가 여부가 학교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뜨거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성전환 수술을 받고나서 육군에서 강제 전역된 변 하사의 경우와 맞물려 트랜스젠더의 권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확산된 것이다.

현재로서는 숙명여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학교 측은 내부 논의 중이라고만 밝히고, 입학 여부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어떤 입장도 공식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2세의 트랜스젠더 A씨가 1월 숙명여대 법학과에 합격한 사실이 한 언론의 보도로 알려졌다. A씨는 2019년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이어 10월 법원에서 성별 정정 허가를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이 학교 학생들과 동문회, 다른 대학 학생 단체, 사회단체들의 입장은 찬반 양론으로 나눠지고 있다.

4일 숙명여대, 이화여대, 덕성여대, 성신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등 서울 지역 6개 여대 21개 단체는 공동으로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들은 다소 급진적 페미니즘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들은 “남성이 여성의 공간을 침범한 것이다. 여대는 남자가 여자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나를 보고 여대 입학을 희망하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A씨의 발언은 여대 입학을 변경된 자신의 성별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또 “한국에서의 성별 정정 허가는 근거 법률조차 없이 판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스스로 여성성을 느낀다는 이유로 여성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이는 여성의 권리와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온라인을 통해 ‘법원의 성별정정 반대 연서명’을 받아 국회와 각 여대 학교 측에 보낼 예정이다.

숙명여대 내부는 조심스러운 가운데 혼란스럽다. 일부 강경한 입장의 재학생들은 학교 측에 항의 전화를 걸고 있다고 한다. 입학 불허를 촉구하는 학생들은 단톡방을 만들어 반대 여론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숙명여대 일부 동문들은 ‘성전환자로 최종 합격한 학생을 동문의 이름으로 환대한다’라는 제목의 연서명을 온라인에 게재해 학교 측이 입학을 허가할 것을 촉구했다. 동문들은 “본교의 비전과 미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혐오와 배제, 그리고 분열을 조장하는 분위기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고정관념을 근거로 진짜 여성과 가짜 여성을 나누려는 시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 역시 2일 “개인의 정체성은 제3자가 재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혐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화여대 성소수자 인권운동 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도 3일 성명을 내고 “트랜스젠더 혐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성소수자 인권단체들도 입학을 허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는 “자신의 구체적 삶을 드러내는 시도는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차별과 배제에 도전하는 용기”라면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를 사회 구성원으로 맞이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전면적인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녹색당도 4일 성명을 내고 같은 입장을 밝혔다. 녹색당은 “성별에 따른 특권은 물론 그 무엇을 이유로 한 차별에도 맞서 싸우는 것이 페미니즘”이라며 “소수자를 배척하고 착취하지 않는 세상이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여성을 응원하는 움직임도 벌어졌다. 트위터에 ‘#합격축하해요-우리가 여기 있다’는 응원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당신이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연대한다”는 등의 응원글을 적었다.

A씨의 입학을 둘러싼 논란에는 성전환자를 우리 사회가 어떤 성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전환된 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여군이나 여대생 같은 사회적 지위를 통해 여성으로서의 삶을 획득하고자 하는 이들의 시도와 욕구는 사회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랜스젠더들은 성정체성 혼란으로 어려서부터 남성의 세계에 섞이지 못해 차별받아온 이들인데 이들이 여성의 공간에 침투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것이라고 말한다.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은 트랜스젠더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여성성이 여성이 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A씨가 남성 성기를 제거했다 해서 그게 여성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적 현실에서 트랜스젠더들은 어쩔 수 없이 남성의 공간도, 여성의 공간도 아닌 곳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구와 달리 우리 사회에서는 성전환자들의 인권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앞으로 군대나 대학, 직장에서 유사한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이들의 지위를 확실하게 해주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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