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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인사이드에서 뷰티인사이트를 발견하다

  • 기사입력 2017.09.10 17:42
  • 최종수정 2020.02.19 16:37

 

BEAUTY INSIDE
주제가 아름답다                                        

          

          우진(박서준 외 20인)은 자고 일어나면 매번 얼굴이 바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가지고 있다. 남자, 여자, 외국인, 노인에서 심지어 아이까지 하루하루 다른 모습을 살아가며 오늘 알게 된 사람과의 내일을 잇지 못하는 우진은 오직 자신의 비밀을 아는 엄마와 친구 상백(이동휘)에게만 우진으로서 존재한다.  

그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우진으로서 존재하고자 하는 갈망을 나무에 덧대어 가구를 짠다. 투박하고 잘려나간 원목이 무수히 다른 모습의 가구가 되고 또 그 만큼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도 가구는 나무다.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든 그 자신인 것처럼.

어느날 우진은 자주 찾는 가구점에서 직원 이수(한효주)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매일 다른 모습으로 그녀를 찾아가지만 그녀에게 우진은 매번 다른 사람이다. 매번 다른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이름 외에 그가 사실 한 같은 사람임을 알 수있는 우진만의 흔적은 안타깝게도 발견하지 못한다. 

자신의 결함으로 주저하는 우진과 뷰티 그 내면의 우진을 눈치채지 못하는 이수의 평행선은 아니러니하게도 잘생긴 얼굴로 일어난 그 날 합쳐진다. 비로소 잘생긴 얼굴이 되어서야 우진은 이수에게 데이트신청을 하고 이수는 잘생긴 우진을 받아드린다. 

이제 두 사람은 뷰티를 벗어나 그 안에 담긴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는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에서 이기는 룰은 간단하다. 

우진이 못생긴 남자라도 이수는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2015년 8월 20일에 개봉한 뷰티인사이드는 CF계 스타감독인 백종열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며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 석권, 클리오 국제광고제 금상 수상에 빛나는 인텔&도시바 합작 소셜 필름 '더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사실상 한효주가 원탑인 주연작이며 우진 역을 맡은 배우만 김대명, 도지한, 배성우, 박신혜, 이범수, 박서준, 김상호, 천우희, 우에노 주리, 이재준, 김민재, 이현우 등 21인에 이르는(실제로는 123인 1역) 파격적인 영화였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의 서사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실은 다른 사람이어도 사랑할 수 있을까?'란 해묵은 주제와 만나며 여주인공만큼이나 관객도 시시각각 변하는 남자주인공에 적응해야하는 불편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나이와 성별 모습뿐 아니라 목소리까지도 뛰어넘는 우진 역의 유지를 위해 유연석의 담담한 나레이션을 시종일관 깔며 이 사람이 우진임을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했다는 것 자체가 이 게임이 얼마나 어려운 게임인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고 어떠한 장치 없이는 뷰티인사이드라는 영화를 끌어갈 수 없다는 한계점이 명확한 영화였다.

그럼에도 김대명을 시작으로 이범수, 박신혜, 박서준, 우에노 주리 까지 배우들의 색다르면서 담담한 매력을 맛볼수 있는 즐거움도 있었고 우진의 친구 상백(이동휘)를 이용해 우진의 비밀을 적절히 활용하여 자아내는 웃음과 두 남녀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을 놓치지 않았던 점이 좋았던 영화였다.

 

 

 

BEAUTY OUTSIDE

영상이 아름답다                                        

          

          뷰티 인사이드는 대중에게 처절하게 외면 받았던 작품이다. 뷰티라는 장치 즉 외면의 아름다움을 이용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끄집어 내야하는 감독부터가 CF계의 기린아로 불리던 백종렬 감독이었고 게다가 데뷔작이었다.

CF 감독답게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유려한 영상미는 아웃 포커싱으로 꼭 집어 찍고 싶을 정도로 일품이다. 예쁜 가구와 공간을 활용한 미장센 위에 한효주를 덧입히고 잔잔한 음악으로 갈무리해 마치 순간 순간 뮤직비디오나 CF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감독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보여준 영화였지만 그것은 '뷰티' 그 자체지 '인사이드'는 결코 아니었다. 어쩌면 외면의 아름다움이라는 극단에서 그 반대편으로 탐색해 들어가는 감독 스스로의 도전이었을런지 몰라도 수수하고 담백한 원작의 영상과 비교하면 그가 부여한 아름다움은 현실을 넘어선 판타지 그 자체였고 그 환상은 한번도 현실과 맞닿지 못한 까닭에 도무지 어디에 뷰티인사이드가 있는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그가 CF를 만들면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비자에게 환상을 보여주고 그 환상을 통해 현실감을 잃어 지갑을 열게하는 것처럼 영화를 볼 거라는 대단한 착각이 '뷰티인사이드'라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뷰티 인사이드'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듯 하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다. 

애초에 '우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외모에 따라 성향이 달라진다. 외모가 좋은 날과 아닌 날에 따라 그의 자신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그의 첫 데이트가 성공할수 있었던것도 박서준의 비주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수'가 데이트를 수락한 것도 박서준의 얼굴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 자체적으로도 외모의 상업성을 고스라니 보여주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역시나 잘생긴 배우들을 등장시키는 아이러니를 범한 탓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지만 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아저씨로 변한 탓에 에프터를 지키지 못했다며 몸부린 치는 단순한 우진의 반대편에는 '누군가의 인생이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며 자신의 본질을 고뇌하던 원작 광고의 알렉스가 있다. 

알렉스(영화에서는 우진의 가구공방 이름)는 매일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 놓는다. 첫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알렉스는 노트북의 사진첩을 보며 그동안 찍어 온 사진에 자신이 항상 홀로 있음을 발견하며 독백한다. 

 

"매일 몸이 바뀌는 데 일정한 법칙은 없지만
한가지 알게 된 것은 

돌아가야 할 원래의 모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뷰티인사이드는 진짜 내면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고자 했다면 철처히 실패한 영화다. 진짜 내면의 아름다움을 전달했던 원작의 정반대 선상에 서서 오직 소재의 신선함과 영상미, 캐스팅의 파격성들로 커버하려한 127분짜리 CF가 되어버린 것이다. 

광고가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내려놓고 내면의 아름다움의 메시지를 전하고 같은 주제를 가지고 영화는 광고가 가진 아름다움을 덕지덕지 붙여놓고 '뷰티인사이드'를 논했던 것은 역설적으로 표현한것일까? 외모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아무리 뷰티인사이드를 논해도 부질없는 공상이며 외적 아름다움이 최고며 사람들은 멍청하게 그 환상에 홀리고 그게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때문에 돈이 되는 거라고. 

만약 영화마저 성공했다면 끔찍했을 주제역설은 다행히 이뤄지지 않았고 뷰티인사이드는 없고 공허한 영역일 뿐이라는 감독의 심오한 주제의식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BEAUTY INSIGHT

한효주는 아름답다                                        

          

          뷰티인사이드는 뷰티를 벗어나 그 안에 담긴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는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에서 이기는 룰은 간단하다. 우진이 못생긴 남자라도 이수는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감독과 우진은 게임에서 처참히 졌다. 감독은 CF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우진은 캐릭터에서 실패했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이수뿐.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배우 역시 영화의 캐릭터를 연기할 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사람들은 캐릭터 너머의 배우를 인지한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야하는 숙제를 떠앉은 이수를 지켜보며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시험대에 오른 한효주에게 희망을 기대했다. 

한효주는 영화 개봉 전부터 이른바 현대판 연좌제에 시달렸다. 2013년 공군에 입대했던 고려대 경제학과 12학번 故 김지훈 일병이 가혹행위로 자살을 했다. 가해자는 한효주의 동생이었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탓에 공군 간부였던 아버지까지 의심을 받던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녀에게 실망했다. 한편에서는 사과를 요구하고 한편에서는 그런 대중들에게 연좌제냐며 비아냥거리는 다른 편의 대중이 있었다.

 

 

영화에서 이수는 '우진이 못생긴 남자라도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시험대에 올랐고 한효주는 현실에서 '자신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동생의 잘못을 대신 사과할 수 있을까?' 라는 시험대에 올랐던 것이다.  
마치 그럼으로 뷰티인사이드 너머에 있을 것만 같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사실 대중들이 그녀에게 원했던 것은 동생의 잘못을 대신 인정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대중들은 누구보다 그것이 그녀의 잘못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대중들이 원했던 것은 그녀의 사과를 통해 얻는 위로였다. 

그녀를 탓했던 것이 아니라 기대했던 것이다.

 

'그토록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한효주가 내면도 아름다운 사람이기를'

 

결과적으로 한효주의 이수는 겉껍데기인 외모의 아름다움만 필름에 새겼다. 

아름다운 영상의 일부가 되었고 영화는 '우진과 이수가 다시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식의 진부한 사랑이야기가 되어 왜 제목을 '뷰티인사이드'로 지었는지가 가장 고민이 되는 영화로 남았다. 

 

 

다시 생각한다. 
백종렬 감독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감독이었을까?
우진은 매일 바뀌는 얼굴임에도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내면이 어떤지 알고 있던 캐릭터였을까?
한효주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감당할 수 있었던 배우였을까?
 

Beauty Explorer. Patrick Jane

*사용된 이미지는 모두 영화 '뷰티인사이드'의 스틸컷 및 포스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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