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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는 ‘오펜하이머’가 휩쓸었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 석권
엠마 스톤, ‘라라랜드’ 이어 두 번째 여우 주연상
셀린 송 감독 ‘패스트 라이브즈’는 수상 못해

  • 기사입력 2024.03.11 17:40
  • 최종수정 2024.03.11 17:42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는 20세기 미국의 대표적 이론 물리학자다. 천재로 불린 그의 운명은 2차세계대전 말기 전쟁을 종식하려는 미 정부의 군사적 목적에 의해 뒤바뀌었다.

스스로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역사상 최초의 핵실험을 성공시킨 뒤 그는 “이제 나는 세상의 파괴자, 죽음의 신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가 암으로 사망한 지 57년. 그의 드라마틱한 일대기를 그린 3시간짜리 영화 ‘오펜하이머’가 올해 아카데미를 휩쓸었다.

10일 저녁(현지시각)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는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7개 부문을 석권했다.

예상대로였다. ‘오펜하이머’는 전 세계적 흥행 성적과 평단의 호평에 힘입어 올해 아카데미를 휩쓸 것으로 점쳐졌다. 후보로 오른 부문도 13개로 가장 많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개봉해 320만 명이 봤다.

유독 아카데미 상복이 없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 이후 두 번째 감독상 후보에 올라 마침내 오스카(아카데미 별칭)를 거머쥐었고 작품상까지 받았다.

최고상인 작품상을 두고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등이 경합했다.

‘오펜하이머’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AFP/연합뉴스)
‘오펜하이머’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AFP/연합뉴스)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된 크리스토퍼 놀란은 벅찬 얼굴로 무대에 올랐다. 시상자로 나선 스티븐 스필버그와 포옹을 나눈 그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오펜하이머 역을 맡은 아일랜드 출신 배우 킬리언 머피(48)도 첫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20년 배우 생활 동안 가장 창의적이고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우리는 원자폭탄을 개발한 사람이 만든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이 땅에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펜하이머’ 역을 뛰어나게 연기해 남우주연상을 받은 킬리언 머피. (AFP/연합뉴스)
‘오펜하이머’ 역을 뛰어나게 연기해 남우주연상을 받은 킬리언 머피. (AFP/연합뉴스)

머피는 생애 최고 연기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약했던 청년기의 모습,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하는 카리스마형 리더, 정치에 휘말리고 후회와 고뇌에 빠진 말년의 오펜하이머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그는 놀런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렸다. ‘다크 나이트’ 3부작에 모두 출연했고 ‘인셉션’, ‘덩케르크’에도 나왔다.

‘아이언맨’의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 영화에서 오펜하이머의 정적인 루이스 스트로스 역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45년 연기 경력에 처음 아카데미 수상 이력을 갖게 됐다.

수상자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합이 치열했던 여우주연상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에서 파격적이고 기괴한 연기를 펼친 엠마 스톤이 품에 안았다. ‘라라랜드’(2016)이후 두 번째 수상이다.

‘가여운 것들’에서 파격적 연기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엠마 스톤. (로이터/연합뉴스)
‘가여운 것들’에서 파격적 연기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엠마 스톤. (로이터/연합뉴스)

엠마 스톤은 ‘소년은 울지 않는다’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힐러리 스왱크에 이어 2000년 이후 30대 나이에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여배우가 되었다. ‘가여운 것들’은 분장상, 미술상, 의상상 등 4개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각본상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스릴러 ‘추락의 해부’에 돌아갔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영국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음향상과 국제장편영화상 2관왕이 됐다.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비참하고 잔인한 전쟁의 현실에서 벗어난 독일군 장교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을 통해 전쟁의 비극성을 보여주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참상을 담은 엠스티슬라브 체르노프 감독의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픽사와 소니의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받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21년 만의 두 번째 수상이다. 시각효과상에서도 마블 스튜디오를 제치고 일본 영화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수상했다.

시상식 중간에 진행된 영화인 추모 무대에서는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의 모습이 나왔다. 이선균은 2020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시상식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화인을 추모하는 순서에서 이선균의 영상이 공개됐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화인을 추모하는 순서에서 이선균의 영상이 공개됐다. (EPA/연합뉴스)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이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라 관심을 모았던 ‘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은 불발됐다.

올해 시상식에는 ‘오펜하이머’ 외에 ‘가여운 것들’이 11개 부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이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작품상=오펜하이머

△감독상=크리스토퍼 놀란(오펜하이머)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오펜하이머)

△여우주연상=엠마 스톤(가여운 것들)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오펜하이머)

△여우조연상=다바인 조이 랜돌프(바튼 아카데미)

△촬영상=(오펜하이머)

△각본상=(추락의 해부)

△각색상=(아메리칸 픽션)

△음악상=(오펜하이머)

△주제가상=빌리 아일리시, 피니즈 오코넬(바비)

△의상상=(가여운 것들)

△미술상=(가여운 것들)

△분장상=(가여운 것들)

△편집상=(오펜하이머)

△시각효과상=(고질라 마이너스 원)

△음향상=(존 오브 인터레스트)

△국제장편영화상=(존 오브 인터레스트)

△단편 영화상=(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장편 다큐멘터리상=(마리우폴에서의 20일)

△단편 다큐멘터리상=(더 라스트 리페어 샵)

△장편 애니메이션상=(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단편 애니메이션상=(워 이즈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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