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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성 불균형, 개선되고 있지 않다”

작년 한국 상업영화 35편, 여성감독은 임순례 ‘교섭’ 1편
상업영화 시장이 ‘남성 감독-남성 주연’ 중심으로 편성
영화 속 여성 캐릭터 활약 늘었지만 고정관념은 여전
영진위, ‘2023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 발표

  • 기사입력 2024.03.08 11:40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지난해 개봉한 고예산(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한국 상업영화 35편 가운데 여성이 감독한 영화는 임순례의 ‘교섭’ 1편뿐이었다. 여성 촬영감독은 두 해 연속 한 명도 없다.

여성 제작자(22명·23.9%), 프로듀서(13명·23.6%), 주연배우(9명·25.7%), 각본가(12명·21.8%)도 모두 30%에 못 미쳤다.

한국영화 시장이 고예산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로 양분돼 가고 수익성을 중시하는 상업영화 시장이 ‘남성 감독-남성 주연’ 중심으로 편성되면서 여성 핵심 창작 인력들의 상업영화 진출은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7일 발표한 ‘2023년 한국 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가 진단한 내용이다. 영진위는 2017년부터 매년 이 보고서를 내고 있다.

저예산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를 포함한 한국 영화 전체 183편으로 대상을 확대하면 여성 감독은 49명(22.8%)으로 비율이 높아지긴 했다. 여성 제작자(77명·24.8%), 프로듀서(71명·31.0%), 주연배우(81명·40.7%), 각본가(67명·30.7%), 촬영감독(18명·8.1%)의 비율도 고예산 상업영화보다는 약간 높았다.

임순례 감독은 지난해 국내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제작비 100억대가 넘는 액션 블록버스터 작품 '교섭'을 연출했다.  (영진위)
임순례 감독은 지난해 국내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제작비 100억대가 넘는 액션 블록버스터 작품 '교섭'을 연출했다.  (영진위)

흥행 영화 속 여성 캐릭터가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서사적으로는 여전히 성별 고정관념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 주연이 증가하면서 스크린 안에서 재현되는 성인지 캐릭터 분석을 위한 ‘벡델 테스트’(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고안한 성평등 테스트) 통과작 비율은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났지만,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 해당작은 늘었고, 다양성 테스트 점수도 하락했다.

성소수자, 장애인, 다양한 인종·종족·국적의 정체성을 지닌 등장인물들 대다수가 여전히 정형화된 틀 안에서 재현됐다.

지난해 공개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오리지널 영화 7편에서 여성은 △감독 및 촬영 감독 0명 △제작자 4명(50%) △프로듀서 3명(37.5%) △주연 5명(83.3%) △각본가 1명(16.7%)으로, 지난해보다 여성 감독과 각본가 수는 감소한 반면 주연은 크게 늘었다.

여성 전도연이 주연을 맡은 영화 '길복순' 스틸컷. (영진위) 
여성 전도연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스틸컷. (영진위) 

OTT 영화의 여성 주연 비율이 높았던 건 ‘정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길복순’, ‘발레리나’ 등 여성 주연작이 잇달아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남자 배우 두 명이 주연인 ‘교섭’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은 국내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제작비 100억대가 넘는 액션 블록버스터 작품을 연출한 기록을 남겼다.

영진위는 “지난해 팬데믹으로 개봉이 늦춰졌던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며 고예산-남성 중심의 상업 영화가 주요 흥행작을 차지했다”며 “최근 몇 년간 독립‧예술 영화에서 여성 감독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에 비해, 고예산·상업 영화에 참여하는 인력의 성비 불균형은 계속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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