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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 자유’ 명시했다

상하원 합동회의서 개헌안 통과돼
1975년부터 낙태죄는 폐지돼
마크롱 대통령 “프랑스의 자부심”

  • 기사입력 2024.03.05 12:11
  • 최종수정 2024.03.05 14:40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프랑스가 세계에서 최초로 헌법에 여성의 낙태 자유를 보장한 나라가 됐다.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4일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전에서 합동회의를 열어 헌법 개정안을 표결해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헌법 제34조에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부터 낙태죄를 폐지해 개헌을 계기로 실질적으로 바뀌는 건 없다. 프랑스는 일반 법률로 낙태권을 인정해 왔다.

파리 시당국은 헌법개정안이 통과되자 트로카데로 광장 맞은편의 에펠탑에 불을 밝혔다. 에펠탑에는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글 등이 적힌 축하 메시지가 띄워졌다.

프랑스 양원이 낙태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파리 에펠탑이 불을 밝히고 이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양원이 낙태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파리 에펠탑이 불을 밝히고 이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 개헌 투표 결과를 지켜보다 개헌안이 통과되자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베르사유궁전 근처에서는 낙태에 반대하는 수백 명이 모여 개헌 반대 시위를 벌였다. 교황청은 개헌 투표 전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엑스(옛 트위터)에 “프랑스의 자부심이자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헌법 국새 날인식을 공개적으로 열어 축하하겠다고 밝혔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도 엑스에 “오늘 프랑스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소유이며 누구도 여성의 몸을 대신 처분할 권리가 없다는 역사적인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 이는 시몬 베이유와 그 길을 닦은 모든 이들의 두 번째 승리”라고 말했다. 시몬 베이유는 1975년 프랑스에서 첫 낙태 합법화를 주도한 당시 보건 장관이자 여권 운동가다.

프랑스 역사상 처음 여성으로서 양원 합동회의를 주재한 야엘 브룬 피베 하원 의장 역시 엑스에 “프랑스에서 낙태는 영원히 권리가 될 것”이라며 “이 강력한 행위를 통해 프랑스는 당파적 분열을 넘어 다시 하나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가 헌법에 낙태 자유를 명시하기로 한 계기는 2022년 6월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해버린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이었다.

마크롱 정부는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해 되돌릴 수 없는 권리로 만들기로 추진하고 상‧하 양원을 설득했다.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양원 합동회의에 제출하면 국민투표 없이도 상·하원 전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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