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프랑스의 두 번째 여성 총리 엘리자베스 보른(63) 후임에 역대 프랑스 정치 지도자 중 가장 젊은 34세에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장관이 임명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9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제가 추진하는 국가 재무장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아탈 총리의 에너지와 헌신을 믿는다”며 아탈 총리 임명 사실을 밝혔다.

아탈 총리는 1984년 38세에 임명된 로랑 파비위스 총리의 기록을 깨고 최연소 총리,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총리가 됐다. 로이터는 “마크롱(46) 대통령과 아탈(34) 신임 총리의 나이를 합쳐도 조 바이든(81) 미 대통령보다 적다”며 프랑스 대통령과 총리의 젊은 나이를 언급했다.

아탈 총리는 프랑스 각료 중 젊고 유능하고 잘생긴 이미지로 대중의 인기가 높았다. 최근 공개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현 각료 중 가장 인기 있는 장관으로 꼽혔고 유력한 총리 후보로 언급됐다. 의회와 라디오 등에서 화려한 언변을 선보여 ‘언어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7년 39세에 대통령에 취임해 2022년 재선에 성공한(프랑스 대통령 임기는 5년 중임제) 마크롱 대통령의 신임도 매우 높은 최측근이다.

아탈 총리는 10대 후반부터 중도 좌파 사회당에 입당해 정치 활동에 나섰다. 그랑제콜인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을 나와 2012년 마리솔 투레인 보건부 장관 밑에서 연설문 작성 업무를 맡으며 직업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2014년엔 지역 시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6년에는 사회당을 떠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중도우파 전진하는공화국(LREM)에 합류해 2018년 당 대변인을 지냈고 그해 10월 교육담당 국무장관에 오른다. 당시 나이 29세로 이 역시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마크롱 집권 1기 후반인 2020년 7월 정부 대변인을 맡았고,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한 2022년 5월 공공회계 장관, 지난해 7월엔 교육부 장관직을 맡으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교육부 장관으로 일하며 정교분리 원칙을 강조해 교내 이슬람 의상인 ‘아바야(긴 드레스)’ 착용을 금지하고, 프랑스 학생들의 기초 학력 증진 방안을 추진하는 등 강한 교육 개혁을 밀어붙여 큰 성과를 냈다.

지난 8일 사임한 엘리자베트 보른 전 총리는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과 이민법 개정안 등 찬반 양론이 팽팽한 마크롱의 핵심 정책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야당이 수차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프랑스 언론은 마크롱이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자 국정 동력을 되찾기 위해 총리 교체를 단행했다고 분석했다.

아탈 총리는 올여름 파리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을 무사히 치러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유럽 정치의  'youthquake'

아탈은 프랑스 현대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됐지만, 유럽 정치권에선 젊은 정치인들이 일찌감치 국가지도자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오스트리아에선 2017년 제바스티안 쿠르츠가 31세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총리 자리에 올랐다. 핀란드의 전 여성 총리인 산나 마린도 2019년 아탈과 같은 34세 나이에 총리에 취임했다.

이탈리아는 2022년부터 현재 47세 여성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끌고 있다.

유럽에서는 젊은 정치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현상을 지각 변동에 빗대 ‘유스퀘이크(youthquake)’라고 한다. 2017년 영국 옥스포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대통령 후보로서 아탈은 매력적인 신동이지만, 그가 마크롱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며 그 경이로움은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