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자궁 없이 태어난 35세 여성…자궁이식 수술 국내 첫 성공

삼성서울병원 지난해 7월 실패 후 재시도
세계적으로 100건 넘어...재이식 성공은 세계 최초
10달째 안정적 상태...시험관 임신 준비

  • 기사입력 2023.11.17 10:52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자궁 없이 태어난 30대 여성에게 뇌사자의 자궁이 성공적으로 이식돼 임신을 준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자궁이식 후 출산까지 성공한 사례가 꽤 있지만 국내에선 처음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월 ‘마이어 로키탄스키 쿠스터 하우저(MRKH, Mayer-Rokitansky-Küster-Hauser) 증후군’을 앓던 35세 여성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해 10개월째 안정적 상태를 유지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산부인과·이식외과·성형외과·감염내과·병리과·영상의학과가 참여한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이뤄낸 성과다.

이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자궁과 질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은 MRKH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여성 50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난소 기능은 정상이어서 배란도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출산할 수 있다. 통상 생리가 시작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한다고 한다. 최근 10년간 이 증후군으로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환자는 90명 정도라고 한다.

환자는 이식 29일 만에 생애 첫 월경을 경험했고 이후 규칙적으로 생리하고 있다. 이식한 자궁이 거부반응 없이 몸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증거다.

이 여성은 자궁이식 전 채취한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로 임신을 준비 중이다.

이번 수술은 최초 이식 실패 후 재시도가 성공한 사례다. 자궁 재이식 수술 성공은 세계 최초다.

이 여성은 자궁이식을 통한 임신을 결심하고 나서 지난해 7월 처음 이식수술을 받았다. 자궁을 준 사람은 59세 친정어머니다. 자궁을 생체 기증받았다. 그러나 첫 수술에서는 이식한 자궁의 혈류에 문제가 생겨 2주 만에 제거해야 했다.

이후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지난 1월 재시도한 수술에서 성공한 것이다. 40대로 상대적으로 젊으면서 출산 이력이 있고, 혈액형까지 맞는 뇌사 기증자였다. 의사 10명이 달라붙어 8시간의 긴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이식을 주도한 박재범 교수는 30년간 3000건 넘는 신장 이식에 참여한 이식 전문가다. 그런 그에게도 자궁은 생소한 장기였다.

박 교수는 “자궁이식은 국내 첫 사례이다 보니 환자와 함께 모든 과정에서 새 길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며 “첫 실패의 과정은 참담했지만 환자와 함께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 자궁이 무사히 안착돼 환자가 그토록 바라는 아기를 맞이할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17일 열리는 대한이식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사례를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 (삼성서울병원)

이미 여러 차례 의료 연구에 기부를 했던 개인과 재단 기부자를 비롯해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작진 등 여러 후원자들이 연구비 기부에 참여했다고 한다. 극중 채송화 교수의 롤모델이자 제작 자문을 맡았던 자궁이식팀의 오수영 산부인과 교수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자궁이식 수술은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시도됐는데 거부반응이 생겨 100일 만에 제거했다. 수술과 출산까지 성공한 최초 사례는 2014년 스웨덴에서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109건 정도 이식 성공 사례가 있는데 이식이 성공하면 출산이 크게 어렵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만 안 본 뉴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