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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가, 미국 쿼터(25센트) 동전에 새겨진다

스테이시 박 밀번, 서울서 태어나 미국 이주
청소년 장애인 인권 운동가로 유명해져
선천성 근육위축증, 33세에 사망

  • 기사입력 2023.11.03 11:34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2025년 미국에서 새로 발행되는 25센트(약 340원) 동전에 미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던 한국계 여성 장애인 인권 운동가 고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urn, 1987~2020)의 얼굴이 새겨진다. ‘쿼터(Quarter)’라고 불리는 이 동전은 미국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사용된다.

미국 화폐에 한국계 인물이 새겨지는 건 처음이다.

미국 연방조폐국은 새로 발행되는 쿼터 뒷면의 주인공 여성 다섯 명을 최근 공개했다. 미국 근현대사에서 남다른 성취를 이뤄낸 여성 20명을 선정한 뒤, 새로 발행하는 쿼터 뒷면에 얼굴을 새기는 ‘아메리칸 위민 쿼터스 프로그램’(American Women Quarters Program)’에 따른 것이다.

2025년에 발행될 25센트 동전 뒷면에 휠 체어에 앉은 박 밀번의 얼굴이 새겨진 도안. 앞면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얼굴이 들어간다. (미 연방조폐국 홈페이지)
2025년에 발행될 25센트 동전 뒷면에 휠 체어에 앉은 박 밀번의 얼굴이 새겨진 도안. 앞면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얼굴이 들어간다. (미 연방조폐국 홈페이지)

이 프로그램은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수정헌법 제19조 발효 100주년을 기념해 2020년 시작됐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쿼터 앞면에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얼굴이, 뒷면에는 이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여성들의 얼굴이 새겨진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1884~1962),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 샐리 라이드(1951~2012), 시인 겸 배우 마이아 앤절로(1928~2014), 흑인 여성 비행사 베시 콜먼(1892~1926)의 얼굴을 새긴 쿼터가 이미 발행됐거나 발행을 앞두고 있다.

◇박 밀번의 생애

그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근육위축증을 앓는 중증 지체 장애인으로  청소년 시절부터 장애인과 소외 계층의 권익 향상을 위해 힘썼던 인권 운동가였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3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주한 미군이었던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서울에서 태어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자랐다. 메소디스트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네 살에 미국 진보·시민운동의 요람인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33세로 사망한 스테이시 박 밀번의 생전 모습. (온라인 캡처)
33세로 사망한 스테이시 박 밀번의 생전 모습. (온라인 캡처)

학창 시절부터 인권 단체에서 활동하며 장애인이 겪는 차별에 대한 글을 썼던 그는 스무 살이던 2007년 노스캐롤라이나 공립학교에서 장애인 역사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장애인 인권운동가로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박 밀번을 장애인협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2014년에는 오바마 행정부 직속 기관인 지적장애인위원회의 자문위원에 임명됐다.

이후 샌프란스시코 등에서 강연과 기고를 통해 장애인, 유색 인종, 성 소수자 등을 위한 인권 운동을 벌였다. 자신을 ‘코리안-아메리칸 퀴어(queer)’라고 부르며 스스로 성소수자임을 밝혔다.

박 밀번은 팬데믹 당시 신장암 수술 직후 합병증으로 사망하기 전까지도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방역 키트를 제작해 노숙자와 장애인을 도왔다.

그는 생일인 5월 19일에 눈을 감았는데 이날 구글은 웹사이트 로고를 박 밀먼의 그림으로 대신하면서 추모했다.

구글은 2020년 5월 19일 33세로 숨진 밀번을 추모해 웹사이트 로고를 하와이 꽃과 함께 호랑이 꼬리에 감긴 밀번의 그림으로 꾸몄다. (온라인 캡처)
구글은 2020년 5월 19일 33세로 숨진 밀번을 추모해 웹사이트 로고를 하와이 꽃과 함께 호랑이 꼬리에 감긴 밀번의 그림으로 꾸몄다. (온라인 캡처)

미 조폐국(USM)은 그가 밝은 표정으로 휠체어에 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새긴 도안을 공개했다.

벤트리스 깁스 USM 국장은 “그는 선견지명이 있는 지도자이자 장애인을 위한 강력한 활동가였다”며 “이번에 선정된 여성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국 역사에 공헌하고 변화를 주도한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밀번과 같이 2025년 발행분 쿼터에 얼굴이 새겨질 여성은 흑인 언론인 아이다 웰스(1862~1931), 걸스카우트 창립자 줄리엣 고든 로(1860~1927), 천문학자 베라 루빈(1928~2016), 흑인 테니스 선수 앨시어 깁슨(1927~200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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