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아이돌보미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국적으로 아이돌보미 5000여 명이 미지급 수당을 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17년 여성가족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체불 수당은 10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일이 발생한 건 아이돌보미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아이 돌봄 서비스 사업에 종사하는 ‘아이돌보미’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아이돌보미 163명이 광주대 산학협력단 등 서비스기관 4곳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쟁점은 아이돌보미가 서비스기관에 고용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아이돌보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밀린 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이돌보미는 서비스기관과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2심을 다시 뒤집었다.
원고들은 아이돌봄 지원법에 따라 광주광역시가 위탁한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근무했다. 맞벌이 부부 등이 돌봄제공을 요청하면, 위탁 서비스 제공기관이 아이돌보미를 각 가정에 배정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원고들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주휴수당, 연차휴가 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아이돌보미는 서비스기관에 소속돼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임금 청구 소송을 냈다.
피고들은 자신들이 위탁운영자일 뿐이라며 원고들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에 아이돌보미의 직무내용이 규정돼있고, 서비스 기관들이 여가부 지침에 따라 업무수행을 지휘·감독했다고 판단했다. 서비스 기관들이 원고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아이돌봄 과정에서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직접적·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상세한 업무내용을 기재한 활동일지를 제출하도록 하고, 정해진 시간·장소를 지키지 않으면 제재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에게 원치 않는 조건의 가정을 배정받지 않을 선택권은 있었지만 근무시간·장소를 지정하는 최종적인 권한은 서비스기관이 행사했다”며 “근무시간·장소가 근로계약 체결 때 확정되지 않은 것은 서비스기관이 이용가정의 수요에 따라 아이돌보미를 배정하게 한 법에 기인한 것이지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만한 근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판결은 2013~2016년 사이 발생한 수당 지급에 대한 것이고, 2019년부터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2013년 고용노동부가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인정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인정하지 않다가 2018년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1심 판결 이 나오자 주휴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을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