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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흉악범죄 잇따르자 강력 처벌 법안들은 쏟아지는데...

법무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입법 예고
폭력성 높은 정신질환자 강제격리하는 ‘사법입원제’ 논의
‘묻지마 범죄’ 가중처벌 법안 발의
불특정 다수 겨냥한 '온라인 살해 위협'도 처벌 논의
일각에서는 ‘처벌 만능주의’ ‘낙인 찍기’ 지적

  • 기사입력 2023.08.14 15:10
  • 최종수정 2023.08.14 23:56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서울 신림역과 경기도 성남 서현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묻지마 살인’ 사건과 온라인 살해 위협 사례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여론에 부응하기 위해 이런 흉악범죄를 막기 위한 각종 법안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다.

대표적인 것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신설, 폭력성이 높은 중증 정신질환자를 법원이 판단해 강제로 입원시키는 ‘사법입원제’다.

여기에 흉악범을 가중처벌하는 법안,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 예고’를 테러로 간주하는 방안, 흉악범죄자의 ‘머그샷(범인 식별용 사진)’을 공개하는 법안 등도 발의됐거나 검토 되고 있다.

여론은 대체로 이런 법안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러나 자칫 우리 사회에 사회적 낙인찍기나 처벌 만능주의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법조계와 인권단체 주변에서 나온다.

지난 3일 발생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22)이 10일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그는 ‘조현성 성격 장애’ 진단을 받았고 피해망상 등이 확인됐다.(연합뉴스)
지난 3일 발생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22)이 10일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그는 ‘조현성 성격 장애’ 진단을 받았고 피해망상 등이 확인됐다.(연합뉴스)

◇가석방 없는 종신형 입법 예고

법무부는 14일 ‘가석방 없는 무기형(절대적 종신형)’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다음달 2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재판부가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으로 구분토록 한다는 것이다. 형법 제42조 제2항에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는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무기형으로 한다’는 내용을 넣는 것이다.

현행 형법은 무기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20년 이상을 복역하고 수형 태도가 모범적이면 가석방을 시키는 ‘상대적 종신형’만을 채택하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의 2023년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1명에 불과하던 무기징역 가석방자는 2018년 40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16명의 무기징역 수형자가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법무부의 입장은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생긴 흉악범에 대한 형 집행공백을 감안해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종신형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법원도 최근 일부 판결에서 이 조항의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월 ‘세 모녀 살해범’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현행 법에는 없으나 피고인 형벌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집행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대법원이 강도살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에 다른 수용자를 살해한 죄수에 대한 2심의 사형 판결을 파기한 일도 절대적 종신형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논쟁을 촉발했다. 2심이 사형을 선고하면서 “사형이 ‘절대적 종신형’으로 기능하는 측면도 있다”고 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법에 없는 절대적 종신형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를 “대법원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필요성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형제 반대의 주요 근거로 ‘오판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의 경우 오판 사실이 사후에 드러나도 재심이나 감형을 할 수 있다”며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이 도입되면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실효적인 제도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 신설은 사형제 폐지 문제와 함께 장기간 논쟁적 사안이었다.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는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확정되면 현재도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사형제를 형법에서 아예 삭제하는 문제가 또 논란이 될 건 분명하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사형제 위헌 여부를 세 번째 심사 중인데,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는 헌법에 부합하고, 중대범죄 예방을 위한 범죄 억제력이 있으므로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앞서 17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었지만 폐기됐다. 과거 법안은 현재 안과는 달리 사형 폐지가 포함돼 있었다.

절대적 종신형에 대한 반론도 있다. 이 법이 흉악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지 검증이 되지 않은데가 가석방 기회를 아예 차단당한 수형자가 교도소 안에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고 별도 격리 시설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헌성 문제가 제기된다. 지난 2010년 헌법재판소는 “생명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보다는 인도적이지만, 자연사할 때까지 수용자를 가두는 것은 사형 못잖은 형벌”이라며 “이는 사형제도와 또 다른 위헌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견 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법무부 외에도 신림동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28일 서영교 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7월 21일 서울 신림역 근처에서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한 조선이 7월 28일 서울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7월 21일 서울 신림역 근처에서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한 조선이 7월 28일 서울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신질환자를 격리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문제

법무부와 여당은 ‘사법입원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폭력성이 높은 중증 정신질환자를 법원이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번 서현역 사건처럼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이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대부분 주와 독일 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사법입원제를 시행 중이다. 강제 입원 외에 강제 치료도 명령할 수 있다. 입원이 시급한 중증 정신질환자의 경우 경찰이나 의사가 먼저 입원시킨 후 법원이 사법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영국과 호주 등은 준사법기관인 ‘정신보건심판원’이 정신질환자의 치료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파악해 강제 입원과 치료를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선 2019년 4월 안인득의 진주 방화·살인사건으로 무고한 시민 5명이 사망하자 사법입원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으나, 현재는 복잡한 절차와 법적 분쟁 가능성 등으로 본인의 동의가 없는 강제입원은 사실상 어렵다.

사법입원제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본인 동의 없는 입원은 인신 구속과 다름없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를 키울 수 있다는 부작용을 지적한다.

◇‘묻지마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법안도 여러 건 발의됐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무차별 범죄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유 의원은 법안 제안 설명에서 “무차별 범죄는 국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재범 위험성이 높아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사회에 대한 증오심 등을 표출할 목적으로 한 범죄’에 대해 두배까지 형을 가중해 처벌하는 내용의 특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가중처벌 방안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범죄를 ‘묻지마 범죄’로 규정할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법정 최고형이 사형으로 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처벌의 하한선을 높이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온라인에 살인 예고 글이 잇따라 게시되는 일이 발생하자 이런 행위를 ‘테러’로 간주하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형법 제283조는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상에 대한 특정이 없으면 혐의를 적용하기 까다롭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선 국내 테러방지법보다 테러의 개념과 행위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영국이나 미국 일부 주는 대중이 공포를 느낄 만한 온라인 위협을 테러로 간주한다.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지적돼온 ‘머그샷’ 공개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법제사법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중대범죄 피의자의 머그샷(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과 신상을 공개하는 내용 등이 담긴 개정안 12건을 심사 중이다. 법률안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피의자의 최근 30일 이내 모습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흉악범죄가 잇달아 발생하자 국민의 불안지수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은 급속히 올라갔다. 리서치 전문 기업 리얼리서치코리아가 8월 4일부터 8월 8일까지 성인남녀 4,064명을 대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대적 종신형 신설 찬성은 68.9%였다. ‘불안해서 외출이 꺼려진다’라는 대답도 48.9%나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발의되는 다양한 법안들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법적 논의가 더 필요하며 자칫 우리 사회를 ‘엄벌만능주의’로 몰아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범죄 예방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안들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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