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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왕의 DNA”…교사에 도를 넘는 갑질한 교육부 사무관 직위해제돼

아이 편을 들어달라는 등 7개 요구 사항 보내
담임을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시켜
초등교사 노조 폭로...교육부, 즉시 직위해제 후 조사

  • 기사입력 2023.08.11 13:26
  • 최종수정 2023.08.11 14:10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교육부 사무관(5급)이 자녀의 초등학교 담임 교사를 상대로 상식을 넘는 ‘갑질’을 반복하고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담임 교사는 5월 대전지검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후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받고 6월에 복직했다.

교육부는 11일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이 사무관을 직위해제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의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사건과,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극단 선택 사건을 계기로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지나친 언행이 연일 폭로되고 교권 확립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단체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드러난 사건이다

게다가 교육부가 교권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시점에 교육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의 간부마저 교사를 상대로 그런 ‘갑질’을 했다는 게 드러나 충격과 파장이 커지고 있다.

11일 전국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교육부 사무관 A씨는 지난해 11월 세종시에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자녀의 담임 교사 B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교사노조는 “해당 학생이 수업 방해와 다른 학생들에 대한 폭력 행사로 지도가 필요한 학생이었다”고 밝혔다.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 소속 청년 교사들이 7월 27일 국회 앞에서 교권 회복 대책과 교권 보호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교총 제공)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 소속 청년 교사들이 7월 27일 국회 앞에서 교권 회복 대책과 교권 보호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교총 제공)

A씨는 자신이 교육부 사무관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담임을 교체할 수도 있다고 B교사에게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자녀에게 특별히 잘해 줄 것과 교사가 자기 아이에게 지켜야 할 내용을 담은 편지도 보냈다. 또 교육청과 학교 측에 담임교사의 직위해제를 요구하며 “미해결 시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압박했다. 교체된 후임 담임에게도 매일 교육활동을 보고하라는 등 요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교사 노조가 공개한 A사무관의 편지는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도를 한참 넘는 수준이어서 온라인에는 “너무 황당하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학부모들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담임교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또래와 갈등이 생기면 철저히 편을 들어달라”, “‘하지마’ ‘안돼’ 등의 말을 절대 하지 말라”, “반장 등 리더의 역할을 맡기면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진다”, “아이에 대한 칭찬은 과장해서 해주고 사과는 자주 진지하게 해달라” “공손한 인사를 강요하지 말라”는 등 9개 요구가 마치 명령조처럼 적혀있다. 각 항마다 마치 자신이 교육전문가인 것처럼 그 이유과 그 효과를 적었다.

가장 황당한 내용은 아이에게 지시보다는 권유의 어조를 사용해달라면서 자신의 자식이 “왕의 DNA를 가졌으니 왕자에게 말하듯 듣기 좋게 돌려 말해도 다 알아듣습니다”라고 쓴 부분이다.

A사무관은 B교사의 후임으로 온 담임교사한테도 자신이 국민신문고에 신고한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고 자신의 자녀를 특별히 대해 달라고 반복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자신의 자녀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매일 기록해서 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교육부 소속인 A사무관은 올해 1월 대전시교육청으로 전출 가 현재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 관리자(행정실장)로 근무 중이다.

교육부 소속 사무관 A씨가 문서로 담임교사에게 요구한 내용.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제공)
교육부 소속 사무관 A씨가 문서로 담임교사에게 요구한 내용.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제공)

이 사건이 알려지자 교육부는 A사무관 행위를 명백한 교권 침해로 판단하고 대전교육청에게 직위해제할 것을 통보했다.

한국일보가 해당 초등학교의 교권보호위원회 의결 내용을 보도한 바에 따르면 A사무관은 지난해 하반기 자신의 자녀가 담임교사 B씨에게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종시교육청과 학교장을 상대로 △담임과 자녀의 분리 조치 △사안 조사 △담임 직위해제 등을 요구하며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말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이를 교사에게 공포심을 주는 ‘해악의 고지’라고 판단했다. 또 A사무관이 자신의 언행이 교권을 침해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처분의결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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