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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형제 존폐 헌재 심리 앞두고...사형집행 면제 시효 없앤다

사형 집행시효 30년 조항 폐지 형법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복역 30년이 지나도 사형수 석방 안된다
헌재의 세 번째 심판대 오른 사형제
우리나라는 26년간 사형집행 중단

  • 기사입력 2023.06.07 16:08
  • 최종수정 2023.06.07 16:09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사형수가 30년을 복역하면 석방될 수 있는 규정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이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형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국회에서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형수가 출옥해 사회에 나올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사라진다.

우리나라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12월 30일 흉악범 23명에 대한 동시 사형이 집행된 후 26년째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적으로는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법원도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사형 선고를 거의 하지 않고 있어 1년에 한 건도 듣기 어렵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해 6월 알고 지내던 여성과 공범을 살해한 권모씨에 대한 인천지법의 1심 선고에서 2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사형이 선고됐다.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는 59명이다. 앞으로 5년 이내 사형수 10여 명이 집행시효를 경과해 석방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형 집행 시효에 대한 논란은 오는 11월 사형수 원모씨가 복역 30년을 채우게 됨에 따라 촉발됐다. 원씨는 1992년 “아내를 돌려달라”며 여호와의 증인 건물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했고 1993년 11월 23일 사형이 확정됐는데 사형 집행 시효를 30년으로 규정한 형법 77조에 따라 11월에 석방될 가능성이 있었다.

법무부는 “살인죄 등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2015년 공소시효를 폐지했으나 판결로 사형이 확정된 자에 대한 집행 시효는 그대로 유지돼 공소시효 제도와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형법 개정의 취지를 밝혔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사형제 폐지 국가는 106개 국,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는 56개 국, 우리나라처럼 사형 집행을 중지한 국가는 29개 국이다. 미국과 일본은 사형을 실제 집행하고 있다.

◇올해 헌재의 세 번째 사형제 존폐 심리 

사형 집행 시효 폐지는 사형제 존폐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리를 앞둔 시점에 추진돼 미묘한 파장을 부르고 있다. 헌재는 1996년 11월과 2010년 2월 사형제에 대해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이르면 올해 세 번째 판단을 내놓을 예정이다.

재판관 9명의 합헌·위헌 의견은 1996년 7대 2에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2010년에는 5대 4였로 좁혀졌다. 위헌으로 결론 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헌재의 세 번째 판단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헌법재판관 9명의 성향을 볼 때 이번에는 위헌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헌재 재판관 인사청문회 당시 사형제 폐지나 위헌 가능성을 언급한 재판관은 9명 중 6명으로 위헌 정족수와 일치한다.

시대적 조류에 따라 그간 사형제 대체 형벌에 대한 논의가 계속 나왔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대체형벌인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즉 종신형에 대한 법안만 17~21대 국회까지 총 7건이 입법발의 됐는데 국회가 심의를 진전시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무기징역형은 있어도 종신형은 없다. 무기징역은 가석방이 가능해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의 범인 김태현은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가석방 없는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사형제를 다룬 고전적 영화 '그린마일'의 한 장면(2000년).
사형제를 다룬 고전적 영화 '그린마일'의 한 장면(2000년).

◇사형제 논란

많은 국가에서 사형제를 폐지했어도 국내 여론은 사형제 존속 쪽에 기울어져 있다.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국가인권위원회(2018년)와 한국갤럽(2022년)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형제가 과연 취지대로 범죄 억제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한 논란거리다. 이에 대한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는 없다. 오판의 문제도 있다. 법관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의 효과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 사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

사형존치론자들은 국가가 흉악범을 대신 엄벌함으로써 피해자와 유족의 분노와 아픔을 어루만져줄 의무가 있고 또 다른 위험과 불안 요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형 폐지론자들은 사형이 두려워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사형제로 달성하려는 목적인 범인의 영구적 격리는 무기징역에 의해서도 달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국가 권력이 개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없다는 이유도 있다. 종교계는 대체로 사형에 반대한다.

종합해보면 사형제에 대한 쟁점은 크게 3가지다. 국가의 생명권 침해 권리, 범죄 예방 효과, 보복은 응당한가 등이다.

헌재는 1996년 11월 사형제를 7대2 합헌으로 판단하며 그 근거로 ‘합당한 응보의 처벌’을 내세웠다. 사형제도를 ‘필요악’이라고 했다.

5대 4로 합헌 결정이 난 2010년 2월에는 4명의 재판관이 사형제를 통해 범죄 예방의 목적이 달성되는지 불확실하며, 오랫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만큼 형벌로서 사형의 실효성은 상실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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