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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도 주목한 한국 젊은 여성 자살률...“여성에 대한 모순적 기대 때문”

이코노미스트, "OECD 국가 중 한국 여성만 자살률 크게 높아져"
“직장 내 성차별, 여성 혐오, 독박육아, 성범죄 사회에 노출돼”
여성 극단 선택은 나이와 상관관계 적어

  • 기사입력 2023.05.24 11:51
  • 최종수정 2023.05.24 13:20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영국의 세계적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의 젊은 여성 자살률이 증가하는 현상에 주목하는 기사를 내면서 “한국 여성에게 강요되는 모순적 기대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2일 “한국의 자살률은 수년간 하락했지만, 여성들이 이를 다시 높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남성의 자살률은 증가하지 않았지만 20, 30대 젊은 여성의 극단선택이 많아지면서 전체 평균 자살률도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은 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비정상적으로 높은 자살률을 보여왔다”며 “2018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자살률이 크게 늘었고, 이후 리투아니아를 제치고 가장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18개국 40세 미만 여성의 2018~2020년 자살률 통계를 분석하면서 한국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을 제외한 17개 국 여성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평균 4.6명에서 4.7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한국은 13.6명에서 16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원인 중 하나로 “한국 여성에게 강요되는 모순적인 기대 때문일 수 있다”며 “한국 여성들은 초경쟁적 교육 시스템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더라도 직장에서 차별을 겪어야 하고 ‘일보다는 육아를 우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도 견뎌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 여성은 외벌이 가정이 줄어들면서 밥벌이까지 해야 한다는 기대도 받고 있다”며 “성차별적인 미의 기준, 여성 혐오, 성적 학대, 불법촬영물 등 혐오스러운 것들의 관행을 용인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의 10대 여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과정을 소셜미디어(SNS)에 생중계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도 언급했다. 정부는 10년 주기인 정신건강 검진을 2025년부터 2년 주기로 단축하는 등의 대책을 통해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2021년 26명에서 2027년 18.2명으로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매체는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연령대별로 각각 다른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좋은 시작이다. 하지만 그들이 고통받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심도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 3월 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엄마들 주최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증가하는 20대 여성 자살에 정부가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3월 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엄마들 주최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증가하는 20대 여성 자살에 정부가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성 자살률이 2배지만, 시도는 여성이 1.8배 많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 안전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1명이다. 2003년 이후 한국이 1위 자리를 내준 적은 2016~2017년 2개 연도뿐이다. OECD 평균은 11.1명으로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10대 사망자의 43.7%, 20대 사망자의 56.8%, 30대 사망자의 40.6%가 극단적 시도로 목숨을 잃었다. 10대부터 30대까지는 극단 선택이 사망 원인 1위다.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느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20세 미만의 여성의 10만 명당 평균 자살률이 2003년 3.0명에서 2020년 3.5명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그 주요 원인으로 인스타그램 등 SNS 노출과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지적했다. 소셜미디어는 특히 심신이 굳건하지 않은 10대 여성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남성 청소년들은 SNS보다 온라인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통계청의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를 보면, 남성 자살률은 여성의 2.2배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목할 부분이 있다. 남성은 연령이 오를수록 자살률도 동반 상승한다. 20대·30대에서는 각각 10만 명당 27.1명·33.4명이지만 50대에 43.6명으로, 70세 이상에선 무려 81.8명으로 치솟았다.

반면 여성은 70세 이상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긴 했지만(10만 명당 25.7명), 남성처럼 연령에 따른 상관관계가 뚜렷하진 않다. 오히려 20대(19.6명)와 30대(20.7명)가 40대(17.1명)·50대(16.3명)·60대(13.1명)보다 극단선택으로 인한 사망 비중이 높았다.

최근 40~60대의 자살률은 감소 추세인데 반해 10~30대의 자살률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2030 여성들의 극단선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OECD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봐도 그렇다. 남성의 자살률 1위는 리투아니아고, 한국의 남성 자살률은 높기는 하지만 단 한 번도 1위였던 적이 없다. 그런데 여성 자살률은 한국이 2위인 벨기에보다 두 배 정도로 차이가 큰 압도적 1위다. 중간값의 3배 이상이다.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우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것으로 많은 자료에서 확인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자료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으로 내원한 자살·자해 시도 건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대체로 1.5~1.8배 많다.

다만 남성보다 사망자가 적은 이유는 여성들의 극단 선택 시도가 ‘미수’로 끝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의학계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이를 자살 수단과 치명률의 차이로 본다. 여성은 약물이나 손목 긋기 등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인 수단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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