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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다큐 '첫 변론' 상영 앞두고 논란 가열돼

"성희롱 없었다"는 다큐 7월 개봉
여성단체들, '2차 가해'라며 연일 비판
참여연대와 한동훈 장관까지 논란에 가세

  • 기사입력 2023.05.19 12:20
  • 최종수정 2023.05.20 10:31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을 부인하는 다큐멘터리 ‘첫 변론’ 상영을 앞두고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여성단체와 여성가족부, 국민의힘 간에 논란과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다큐를 제작한 단체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16일 제작발표회를 갖고 영화는 7월에 개봉하며 상영관은 내달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 다큐는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의 책 ‘비극의 탄생’을 원작으로 했다. 이 책은 박 전 시장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의 주장을 반박하고 성추행의 실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책은 발간 당시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 다큐멘터리 역시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연출을 맡은 김대현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2차 가해 논란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2차 가해 논란은 1차 가해가 전제되는 것인데, 아직 1차 가해가 명확하게 규명이 안 된 상태”라며 “2차 가해 논란은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논의 자체를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이 한 번도 변론의 기회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오해나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론하는 것”이라며 판사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게 아니고 영화를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 변론' 포스터. (박원순을믿는사람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 변론' 포스터. (박원순을믿는사람들)

이 다큐와 관련해 참여연대와 한동훈 장관 간의 설전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됐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장관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공직자 8명의 경질을 요구했다. 그러자 한 장관이 발끈했다.

한 장관은 다음날인 11일 이례적으로 법무부 출입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한쪽 팀 ‘주전 선수’로 뛰다가 갑자기 ‘심판’인 척한다고 국민이 속지 않으실 것”이라며 “박원순 전 시장 다큐 같은 건에는 한마디도 안 하는 걸 보면, 앞으로 공정한 심판을 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고 이 다큐에 대해 언급했다.

이 언급에 대해 참여연대 한상희 대표는 17일 ‘윤석열 정부 1년 검찰보고서’를 발표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질문을 받자 “일반인이 비판하는 건 별개의 문제인데 법무부 장관의 부정적 평가는 사전검열이라 탄핵감”이라며 “제작자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라고 비판했다. 또 “참여연대는 사건 직후부터 일관되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비판해왔다”며 “수사기관을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지 다큐를 옹호하려는 취지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또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법원 판결에서도 인정한 성추행을 옹호하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다큐가 만들어질 때, 법무부 장관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사전검열’도 ‘표현의 자유 침해’도 ‘탄핵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공방을 이어갔다.

여성단체들은 다큐 상영을 비판하는 성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다큐 제작발표회 열린 날 성명을 내 “막무가내 ‘성폭력 부정주의’는 정치도, 민주도, 진보도 아니다. 의리도 아니다. 패악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성폭력 조사는 피해자의 진술뿐만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근거 자료들과 비교한다”며 “그렇게 조사가 이뤄졌는데도, 가해자 쪽에서 영화를 만들고 모금을 하는 건 성폭력 조사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도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영화 ‘첫 변론’ 개봉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 “피해자를 비난‧위축시키거나 성폭력 행위자를 옹호‧두둔하는 행위는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며 “사회 구성원 모두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도 14일 성명을 내고 “피해 직원은 아직도 온갖 고통과 수치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 여성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박원순 미화 다큐 제작 소식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협은 다큐가 상영될 경우 500만 회원이 즉각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의 질의에 대해 “피해자 유발론이나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등으로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된다면 2차 가해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며 “우리 위원회는 두 차례 피해자 면담조사, 50여 명이 넘는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에 대한 조사, 서울시·경찰·검찰·청와대·여성가족부 등이 제출한 자료 분석 등을 종합해 성희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14일 논평을 내 “이 다큐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했던 인권위의 조사를 허술하다고 전면 부정하고, ‘언론과 여성계가 1차 가해의 진실성에 관심이 없다’는 등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이는 아직도 고통 속에 신음하는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이며, 표현의 자유를 한참 넘어선 반헌법적 인권 침해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1월 직권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을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로 봤다. 그러자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은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 결정 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했다. 유족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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