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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사적 공간서 합의된 동성 성관계 처벌 안 하겠다”

대법원 판례 존중하기로 입장 바꿔

  • 기사입력 2023.02.28 12:42
  • 최종수정 2023.02.28 12:43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군형법 제92조 6항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과 2011년 이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대법원은 근무시간 외 영외 독신자 숙소에서 성관계를 한 남성 장교와 남성 부사관이 군형법상 추행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사적 공간에서 합의 하에 이뤄진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대법관 13명 중 8명)으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경우까지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대법원 판례와 같이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뤄진 성관계는 징계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동성애 행위를 징계할 수 있는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징계 사유 중 하나인 ‘추행’을 군형법에 따라 ‘군인·군무원에 대한 동성 간 항문성교나 구강성교,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로 정의했다. 이성 간 성행위는 추행으로 보지 않고, 동성 간 성행위만 추행이라고 특정한 것이다.

이 개정안을 두고 대법원 판례에 배치되며 성 소수자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성 소수자 단체들은 국방부 앞에서 개정안을 철회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 2월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조장하는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을 개정하라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군관련성소수자인권침해차별신고지원네트워크)
지난 2월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조장하는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을 개정하라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군관련성소수자인권침해차별신고지원네트워크)

인권단체들은 궁극적으로 군형법상 추행죄 조항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2017년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와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 등도 폐지를 권고했다.

군대 내 동성애 문제에 대해 엄격한 입장이었던 국방부가 드디어 대법원 판례를 존중하기로 방침을 바꾸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 상의 ‘추행’ 개념을 ‘군형법 제92조의 6에 따른 행위’로 정의하고, ‘다만, 사적 공간에서의 합의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군은 대법원 판례를 존중해 왔으며 그것을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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